탁월한 스토리텔링으로 기업가정신 일깨워…청년들에 희망
   
▲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인류 역사에서 음식 문화는 사람들의 신분과 권력, 부를 드러내는 창구였다. 먹는 것이 사람을 결정한다. 무엇을 먹는가는 그 사람의 권력과 능력의 표현이다. 뿐만 아니라 인간은 먹는 행위를 통해 행복을 느낀다. 일상 생활에서 행복지수가 가장 올라가는 시간이 바로 식사 시간이다. 먹는 것은 스마트 폰에 전력을 공급하는 것과는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도 먹는 문제가 해결되면서 먹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유기농 전문 매장이 개설되고 그곳을 찾는 사람도 많아졌다. 그러나 불신이 팽배한 한국 사회에서 먹거리를 믿을 수 없다는 불만이 팽창하면서 먹거리는 정치를 뒤흔들 정도로 강한 폭발력을 지녔다.

경제적 능력이 향상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음식과 식재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변한 것이다. 음식에 대한 변화 사회적 문화와 인식을 배경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총각네 야채가게>다. 채소라고 다 같은 채소가 아니다. 그러나 그 차이를 구별하기는 어렵다. 농산물은 공산품과 다르다. 채소에는 브랜드가 없었다. 그러나 이제 세상은 변하고 있다.

브랜드를 결정하는 것은 신뢰다. 먹고 나면 없어지는 채소가 after service를 받을 수는 없다. 이런 사실을 간파하고 채소 시장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이 바로 <총각네 야채가게>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농산물 직거래를 시작하여 농민과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비지니스도 시작하였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신선하고 품질 좋은 야채를 소비자들에게 즐겁게 공급한다고 외친다. 그렇게 하여 소비자들의 행복 지수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깊어가는 세상에서 상호 신뢰를 새로운 방식으로 구축하고 좋은 야채를 소비자들에게 공급함으로써 소비자들의 선호를 만족시켰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켰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전파하면서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것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

   
▲ 이영석은 단순한 야채 장사꾼이 아니라 저서를 통해 ‘인생의 설교자’가 되었다. 가난을 암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영석은 ‘당신 대에 신분을 바꿔라’고 권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제부터 파악’하고, ‘똥개로 태어나도 진돗개처럼 살아라.’고 충고한다./사진=총각네 야채가게 웹사이트 메인페이지

뿐만 아니라 <총각네 야채가게>가 보여준 독특한 모델은 기업에도 충격을 주어 대기업에서도 ‘총각네 마케팅 정신’을 주장했고, ‘최고의 품질’을 위해 과일을 직접 맛보고 다니는 총각네 이영석을 롤모델로 삼고 ‘총각네 혁신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어떤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을 <총각네 야채가게>로 파견하여 야채와 과일을 팔고 배달하는 실습까지 시켰다. 그들은 파 한 단, 사과 한 봉지를 팔면서도 기본, 열정, 간절함, 성실을 몸소 실천하는 총각네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았다.

엔터테인먼트와 장사의 만남

이영석의 대학 시절 전공은 레크리에이션이었다. 레크리에이션은 장사와 무관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영석은 장사와 레크리에이션을 접목시켰다. 물론 이영석이 그렇게 한 첫 번째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장터에서 놀이와 장사를 접목시킨 가짜 약장사를 기억한다. 갖가지 흥미로운 놀이 또는 기술을 보여 주면서 사람을 모은 뒤에 약을 판다. 볼거리로 사람들을 모은 다음 쉬는 시간을 이용해 약을 판다.

이영석은 사람들의 흥미를 끌어 사람들을 속이기 위해 장사와 엔터테인먼트를 결합시킨 것이 아니다. 같은 물건을 팔더라도 재미있게 사고팔기 위해, 즐거운 마음으로 사고팔기 위해 그렇게 하였다. 이영석은 장사를 일종의 놀이로 인식하였다. 이영석은 한강변에서 오징어를 팔 때 크고 익살스러운 목소리로 한강에 놀러 나온 사람들의 시선을 끌면서 오징어를 팔았다.

“방금 울릉도에서 올라온 오징어! 대한항공 타고 올라온 오징어! 새벽에 오징어 잡으러 갔다가 물에 빠질 뻔했습니다! 오징어 사세요. 오징어! 쥐포도 아니요, 낙지도 아니요, 문어도 아니요, 오직 울릉도에서만 잡히는 싱싱한 마른 오징어! 오징어가 왔어요!”

30분 만에 놀랍게도 사람들은 이영석의 오징어를 샀다. 2만 원을 주고 산 오징어를 팔아 4만 원을 손에 쥐었다. 정확히 배가 남은 것이다. 이 경험을 통해 이영석은 ‘장사가 재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장사라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것이다. 장사는 정직한 것이었다. 품질로만 승부를 걸면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에게 장사는 사람들과 함께 즐기는 레크리에이션과 같았다. 그는 장사에 인생의 승부를 걸기로 마음먹었다. 1993년이었다.

이영석은 이때의 깨달음은 ‘Fun Cycle’로 정식화하였다. “즐거운 나 → 즐거운 팀 → 즐거운 고객 → 사업의 성공 → 즐거운 나”가 반복되는 선순환의 사이클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야채에는 각각 푯말이 하나씩 붙어 있다.

내가 바람 들었을 것이라는 편견은 버려 ? 무

이문세가 젤 좋아하는 채소 ? 당근

요리에 빠질 수 없죠 ? 양파

나도 붉은 악마 ? 홍고추

멸치랑 같이 볶아 주세요 ? 꽈리고추

어머, 쪽 팔려 ? 쪽파

삼겹살이랑 제일 친한 친구 ? 깻잎

쓸모 있는 지식은 어디서 오는가

성공을 낳은 지식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영석은 성공으로 인도하는 지식은 마우스나 활자가 아니라 현장, 체험에서 나온다고 말한다. 배고픈 사람이 요리책을 읽는다고 배가 차지 않는다. 수영을 배우려면 우선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물론 요리 전문가나 수영 전문가에게서 배울 것이 많지만, 우선 현장으로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삶에 힘이 되는 지식은 ‘명시적 지식’이 아니라 ‘암묵지’라는 것을 이영석은 책이 아니라 삶의 현장에서 체득한 것이다.

이영석은 엔터테인먼트와 장사를 결합시켰지만, 중요한 것은 엔터테인먼트가 아니라 채소의 품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하면 품질 좋은 상품을 구할 수 있을까. 이영석은 한강변에서 오징어를 팔면서 오징어 행상에게서 좋은 오징어의 특성을 배웠다.

“여기 오징어 몸통에 세로로 붉고 굵은 줄이 나 있지? 이 줄은 오징어가 죽으면 이삼 일만에 사라지는데, 이렇게 붉고 굵다는 건 그만큼 싱싱한 상태에서 말렸다는 걸 뜻하지 …… 다리 열 개가 이렇게 다 벌어져 있어야 잘 마른 거야. 다리가 들러붙어 있으면 그 부분이 상하거든…… ”

이영석은 오징어 행상을 스승으로 삼고 1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장사의 기본을 배웠다. 그리고 독립했다. 그는 오징어 장사를 그만 두고 1톤 트럭으로 야채 트럭을 시작했을 때도 좋은 야채와 과일을 고르는 법, 신선하게 보관하는 법, 미처 팔지 못한 물건들을 처분하는 법, 손님의 시선을 사로잡는 법 등등을 배웠다. 각 분야의 최고 고수를 수소문하여 찾아다니면서 하나하나 물어보며 배웠다.

이영석은 가락시장을 휩쓸고 다니며 여러 종류의 좋은 과일과 야채의 특성을 고수들에게서 배웠다. 좋은 물건을 고르고, 그만의 특별한 판매 방식으로 트럭 행상 시절에도 해마다 1억 원의 수입을 올렸다고 한다. 이런 수입은 현장에서 배운 지식과 장사 방법의 결과였다.

신뢰가 우선이다

세상에 야채를 파는 상점은 많다. 골목의 구멍가게부터 대형마트, 거리 행상과 자동차 행상까지 야채의 유통 경로는 다양하다. 야채는 모든 사람이 하루도 빠지지 않고 먹는다. 야채는 공산품과 달리 계절적 편재성, 중량성, 부패성, 양과 질의 불균일성, 용도의 다양성, 수요와 공급의 비탄력성, 우리나라의 경우 영농 규모의 영세성을 특성으로 한다. 공산품은 브랜드가 확실하지만 야채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물론 브랜드를 내건 야채도 있지만 야채는 그 특성상 품질은 판매자에 의존한다. 따라서 야채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가 가장 중요하다. 이러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형성되지 않는다.

<총각네>의 야채는 판매자와 소비자 사이에 신뢰를 매개로 유통된다. 특히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식품의 품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외국 식품이 우리의 밥상을 채우면서 정체불명의 식품에 대한 공포감, 농약에 대한 두려움이 커지게 되었다. 믿을만한 야채에 대해서 일부 소비자들은 가격을 따지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유기농 식품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 사회도 유기농 식품점이 있지만 믿음을 주기는 어렵다.

이런 현실에서 <총각네>는 소비자들로부터 견고한 신뢰를 획득하였다. “<총각네>에서는 품목은 골라도 품질은 고르지 않는다.”는 말을 만들어낼 정도로 최고급 품질을 고수하고 있으며, 매일 재고율 0%에 도전하고 있다. <총각네>가 신뢰를 얻었다는 것은 가게 안에서 통용되는 호칭에서 찾을 수 있다. ‘어머님’, ‘누님’, ‘총각’과 같은 호칭은 친밀성을 표현한다. 가족과 같은 분위기 속에서 영업이 이루어진다. 판매자와 소비자, 고객이라는 말 대신에 가족관계를 나타내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가족은 서로 속이지 않는다. 가족끼리는 서로 믿을 수 있다는 감성에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 <총각네 야채가게>는 소비자 후생을 증가시켰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고 그 이야기를 전파하면서 우리 사회에 작은 변화를 일으켰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탁월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그것을 따라하고 싶어 하는 추종자들을 만들어냈다./사진=총각네 야채가게 웹사이트 메인페이지

뿐만 아니라 <총각네>는 고객이 순간적인 실수로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해서는 항상 수정의 기회를 준다. 구매자가 요구하면 항상 환불이나 교환을 해준다. 공산품에만 적용되는 서비스 마인드를 농수산물에도 적용한 것이다. <총각네>는 신선하거나 좋은 품질의 상품이 없으면 아예 팔지 않는다. 최상의 품질을 가진 상품만을 판매한다. 딸기를 사러왔던 고객이 “오늘 질 좋은 딸기가 없어 가져오지 못했다”는 <총각네>의 설명을 들으면 다른 가게에서 딸기를 사는 것이 아니라 <총각네>가 권하는 다른 과일을 산다.

동네 가게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신뢰 관계를 형성하여 충성 고객을 많이 확보하는 것이다. 야채 가게의 고객은 입소문을 타고 확보된다. 자신의 구매에서 만족을 얻은 사람들은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소개하기 마련이다. 야채 가게의 고객은 가까운 주변에 형성되지만 <총각네>의 경우는 다르다. 멀리 사는 고객도 많이 찾아온다. 이것은 음식 맛이 좋으면 조금 멀더라도 찾아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자동차가 널리 보급되면서 새롭게 정착된 소비 문화다.

젊은이들의 ‘멘토’로서 이영석

이영석은 단순한 야채 장사꾼이 아니라 ‘인생의 설교자’가 되었다. 그는 2012에 『인생에 변명하지 마라』는 책을 내었다. 이영석은 자신이 장사꾼으로 20년 동안 이룬 성공의 비결을 사람들에게 전달하게 위해 이 책을 내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구약에 나오는 선지자들의 외침을 듣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그는 “20년간 장사꾼으로 살면서 깨친 성공 마인드, 부자 습관, 똥개와 진돗개 정신 등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공유하고 싶었다. 장사꾼 주제에 무슨 성공 조언이냐 생각할 수 있지만, 장사꾼이기에 다른 사람들이 하지 못하는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100% 경험에서 비롯된 이야기. 어디서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멋진 명언도, 성공한 사업가의 그럴 듯한 스토리도 아닌, 20년 동안 장사하면서 깨달은 ‘나 이영석’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돈도 빽도 스펙도 없는 사람들에게 “가난하게 태어난 건 죄가 아니지만 가난하게 사는 건 죄다.”라고 단정한다. 가난을 암과 같다고 생각하는 이영석은 ‘당신 대에 신분을 바꿔라’고 권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주제부터 파악’하고, ‘똥개로 태어나도 진돗개처럼 살아라.’고 충고한다. ‘당신은 성공을 못한 것이 아니라, 안 한 거다’라고 단정하면서 ‘성공 본능을 일깨워라’고 충고한다.

그의 성공의 방정식은 단순하다. 그러나 실행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1. 절실하라 : 인정하고, 열망하고, 이루어라.

2. 목표하라 : 목표는 구체화, 수치화, 시각화하라.

3. 행동하라 : 고수는 직접 경험하고 행동한다.

4. 차별화하라 : 나만의 무기, 나만의 가치를 만들어라.

5. 점프하라 : 덧셈이 아닌 곱셈 삶을 살아라.

이영석은 “기본적인 노력도 하지 않은 채, 풀리지 않는 자기 인생 탓만, 녹록치 않은 세상 탓만, 자신의 부족한 배경 탓만 하며 시간을 낭비하지 말아야 한다. … 성공하고 싶었고, 잘 먹고 잘 사는 풍요로운 삶을 살고 싶었던 나는 맨땅에 헤딩하듯 한 걸음씩 떼었다. 질문하고 도전하고 경험하는 과정에서 가장 독한 가르침을 찾으라고 했듯, 그 누구도 자신이 쌓은 귀한 노하우와 비법을 쉽게 가르쳐주지 않는다.” <총각네 야채가게>는 야채 가게를 넘어 치열함, 절실함의 결과이다.

이영석과 기업가 정신

요즘 ‘기업가 정신’은 보통 명사가 되었지만 그것을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기업가 정신은 새로운 경제적 창조를 통해 많은 사람들의 경제적 생활수준을 높여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다고 말하지만 그 정신이 무엇인지를 꼬집어 말하기는 어렵다.

물론 전문가들의 정의가 없는 것은 아니나, 기업가 정신을 간단하게 정의하기는 어렵다. 이 말의 의미는 진화를 계속하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자’(슘페터), ‘불확실성을 짊어진 자’(나이트), ‘이윤 기회에 대한 기민성’(커츠너)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기업가 정신에는 위험을 감당하는 창업 의지와 투자정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 개발 능력이 포함되어 있다.

누구보다도 기업가 정신의 핵심을 파악한 경제학자는 조셉 슘페터다. 그는 무엇이 경제의 혁명적 변화와 변혁을 초래하는가를 설명하기 위해 ‘창조적 파괴’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창조적 파괴’는 ‘새로운 결합’을 통해 기존의 산업을 파괴하고 새로운 산업을 창안하거나 새로운 업무 방식을 도입하여 기존의 업무 방식을 폐기한다. 피터 드러커는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에 대응하고, 변화를 기회로 활용하는 사람들의 능력을 기업가 정신으로 묘사하였다.

이런 기업가 정신이 추구하는 것은 이윤이 아니라 그들이 설정한 목적이며, 이윤은 그 과정의 부산물이다. 기업가를 이윤추구자로만 해석하는 것은 잘못이다. 이영석의 글과 말에도 기업가 정신의 이런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성공’이나 ‘돈’은 초심을 상실하지 않고 땀 흘리며 열심히 일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격려 또는 팁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영석은 성공한 기업가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정신적 특성, 즉 열정, 끈기, 남다름, 창의성, 헌신, 유연성 등을 가지고 있다. 창의성을 발휘하여 혁신하고 새로운 사업에 몰입한다. 돈이 아니라 성공을 위해 그렇게 한다.

   
▲ 어떤 기업들은 신입사원들을 <총각네 야채가게>로 파견하여 야채와 과일을 팔고 배달하는 실습까지 시켰다. 그들은 파 한 단, 사과 한 봉지를 팔면서도 기본, 열정, 간절함, 성실을 몸소 실천하는 총각네 사람들에게 감동을 받았다./사진=총각네 야채가게 웹사이트 '경영마인드' 페이지

야채 가게 주인도 기업가가 될 수 있을까. 야채 트럭 행상도 기업가인가. 한강 공원의 오징어 행상도 기업가인가. 야채 가게 주인, 야채 행상, 오징어 행상도 기업가 정신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기업가와 기업가 정신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러나 기업가나 기업가 정신은 학자들이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업가다운 성취를 이룩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이 무엇인가이다.

야채 가게 주인 이영석이 원래 야채가게 주인은 아니었다. 그는 고등학교 때부터 아르바이트로 현장에 뛰어 들었다. 그가 처음 한 아르바이트는 생닭을 씻는 일이었다. 여기에서 그의 남다름은 시작되었다. 주어진 업무 시간과 관계없이 2시간 일찍 출근하고 2시간 뒤에 퇴근했다. 열심히 일하여 보통 사람들의 몇 배 이상 업무 성과를 발휘했다. 좋은 조건으로 더 일할 것을 권유하는 주인의 청원을 물리치고 딱 3개월만 일하고 나왔다. 다음 아르바이트 장소가 이미 정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릴 때부터 현장에서 남다름을 보인 그의 꿈은 재벌 2세가 되는 것이었지만, 아버지의 능력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재벌 1세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지금 그가 재벌이 되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성공적으로 상당한 사업을 일군 사업가가 되었다. 그의 꿈이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아직 현장을 떠나지 않고 있다. 야채 행상을 할 당시의 생활은 오늘도 지속되고 있다. 저녁 10시에 잠자리에 들고 새벽 2시에 일어나 여전히 현장으로 달려가고 있다. /신중섭 강원대 윤리교육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의 '한국의 기업가' 게시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