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선과 허위 찌든 국사학계에 죽비…안병훈이 쓴 서문도 명문

   
▲ 조우석 주필
부담없는 팜플렛처럼 스피디하게 읽히는 책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기파랑 펴냄)의 등장에 지난 번 나는 감히 장담을 했다. “이 책이 100만 권 팔린다면 교과서 전쟁은 대한민국의 대대적인 승리로 귀결될 것이 분명하다.”

교과서 전쟁은 참과 거짓 사이의 싸움이자, 대한민국 대 반(反)대한민국의 한판 승부인데, 이 진실을 이 책만큼 적확하게 전하는 매체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어차피 이 전쟁은 조직적으로 거짓을 유포시키는 좌파 어둠의 세력에 맞서 ‘진실의 유통량’을 늘리면 이길 수 있는, 아주 명료한 게임이다.

“요즘의 검정 국사책은 1980년대 운동권 시절 내가 탐독했던 의식화 교재의 수준을 뺨친다. 유관순 열사가 빠지고, 6.25를 잘못 기술한 것 등이 문제가 아니다. 틀 자체가 마르크스주의 역사관이며, 공산사회 건설을 아이들을 가르친다.”

   
 
어둠의 세력에 맞서 ‘진실의 유통량’을 늘리자

왜곡된 역사교과서의 핵심을 찌르는 이 책의 공동저자 장신대 김철홍(55) 교수의 글은 틈날 때마다 되풀이 읽어도 신선하다. 그런 진실과 함께 감동적인 자기고백도 만날 수 있는데, 그러저런 이유로 이 책은 지난 번 밝힌대로 “한국지성계를 뒤흔든 벼락같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다음 대목을 읽어보라. 누가 이 말에 이의를 제기할까?

“나는 대한민국의 국민으로 태어난 것이 부끄럽지 않다. 자랑스럽다. 나는 북조선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의 시민이 아니라 자유 대한민국의 시민으로 태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하나님의 나라도 아니고, 자유 시장경제 제도가 완벽한 경제제도도 아니지만 북한의 전체주의보다 훨씬 낫고, 사회주의 경제제도보다 더 낫기 때문이다. 나는 이 제도에 만족한다.”

위선과 허위의식에 찌든 국사학자를 포함한 지식인 그룹에 대한 지적도 더할 수 없이 통쾌하다. 다른 건 다 몰라도 정부에 의한 교과서 국정화 조치만은 안 된다고 떠들어대는‘제법 젠 제하는 사람들’의 허깨비 논리를 김철홍처럼 화끈하게 부셔버린 사람도 없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지식인들은 멸종했으며, 이미 이념가로 전락했다. 국사학의 자율성을 기대하는 건 불가능하다. 신앙인으로서 학자로서 국민으로서 나는 국정화를 지지한다. 우리 자녀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이런‘긴급한 조치’는 불가피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안이 없었더라면 비겁한 내가 이런 글을 쓸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다.”

이쯤에서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100만 권 팔린다면 교과서 전쟁은 대한민국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고 장담하는 또 다른 이유를 밝히려 한다. 공동저자 셋 이외에 이 책의 등장에서 반드시 거론해야 할 분이 별도로 있다.

이 책의 진짜 주인공은 안병훈 기파랑 사장

김철홍 외에 이번 교과서 전쟁에서 스타가 된 전희경 자유경제원 사무총장, 든든한 전사(戰士) 기자인 김진 중앙일보 논설위원 말고 이 책을 만든 이 또한 분이 중요하다. 우리시대 핵심 쟁점을 기민하게 판단해 단행본으로 만들어낸 출판사 기파랑의 안병훈(77) 사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안병훈 사장이야말로 대한민국 교육을 망치는 역사교과서 문제에 가장 먼저 주목했고, 이를 시정하는 행동에 나섰던 사람이다. 그는 7년 전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기파랑 펴냄)를 펴냈다. 이 나라의 균형 잡힌 지식인 그룹인 ‘교과서포럼’을 통해 이 책을 만들어낸 게 2008년이다.

그 책을 펴내자 국사학계의 거센 공격을 받았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기파랑이란 출판사 자체가 한국 지식사회의 의미있는 심볼이 아니던가. 본래 조선일보 편집국장-편집인 등으로 활약하다가 은퇴 뒤 창립했던 기파랑은 좌파진영이 장악하다시피한 출판계에서 진정 독보적이고, 예외적인 존재다.

그는 한나라당의 대선 예비주자이던 박근혜 전 대표를 위한 당내 경선 캠프 본부장을 지낸 바 있다. 그게 8년 전이다. 당시 박근혜 후보가 이명박 후보에게 패했지만, 본인이 원했다면 국회의원 공천은 물론이고 한나라당 실력자로 행세 못했을 것도 아니다. 지금쯤 현정부에도 발을 내딛는 것도 여반장이었을 것이다.

   
▲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가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울중등교장평생동지회 회원들은 정부의 중학교 역사 과목, 고등학교 한국사 과목의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사진=미디어펜
박근혜 경선캠프 본부장 출신이 왜 출판사를?

하지만 당시 미련 없이 출판사로 복귀했고, 이듬해 <대안 교과서 한국근현대사>을 펴냈다는 점에 주목하자. 왜 그랬을까? 그건 그가 품고있는 비원(悲願) 때문이다. 좌파에게 빼앗긴 지식권력-문화권력을 온전히 되찾아와야 비로서 대한민국이 바로 선다는 확신 혹은 강렬한 희망 말이다. 이른바 비정상화의 정상화 문제에 가장 먼저 주목하고, 직접 행동에 나선 것이 안병훈이다.

이번 <교과서를 배회하는 마르크스의 유령들>이란 책을 전광석화처럼 제작해낸 배경에는 이런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그런 그는 이 책 서문에 ‘책을 엮으면서’란 짧은 글을 싣고 있다. 내 눈에는 이 글이야말로 또 다른 명문으로 손색없다.

이 짧은 글에서 그는 이 책이 왜 “한국의 밝은 앞날을 밝혀줄, 작지만 거대한 신호탄”인지를 은근히 자부하고 있는데, 다음은 그 전문(全文)이다. 우리 함께 그 글을 되읽으면서 이번의 역사적인 교과서 전쟁의 앞뒤 맥락을 다시 한 번 점검하길 다시 한 번 제안하는 바이다. /조우석 주필

 

 책을 엮으면서

“하나의 유령이 유럽을 배회하고 있다. 공산주의라는 유령이” (A spectre is haunting Europe - the spectre of communism).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1848년) 첫 구절입니다. 공산주의는 유럽의 지배자들에게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유령이고, 이는 곧 우리 옆에 도래해 현실이 될 것이라는, 일종의 메시아주의적 반어법입니다.

자크 데리다는 이 제목을 패러디해 『마르크스의 유령』(1994)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그는 프랑스어 ‘유령’(revenant)의 원래 뜻이 ‘되돌아오는 자’라는 데 착안하여 비록 소련 등 공산권이 몰락했지만 마르크시즘은 어딘가에서 불러내는 목소리만 있으면 끊임없이 되돌아온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 ‘불러내는 목소리’는 자본주의적 억압과 착취와 차별에 저항하는 해방운동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사회에서 생뚱맞게 ‘금수저’론이니, 착취당하는 회사원들이니,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이니 하는 것들이 실제 이상으로 과장되게 이슈화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가 봅니다.
단순히 교과서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1980년대 이후 1천 만 이상 혹은 그에 버금가는 관객을 동원한 영화들 중 「국제시장」 「연평해전」 등을 빼고는 다 좌파 영화입니다.

교묘하게 반미, 반일, 반 기업, 반 자본주의, 반 대한민국을 부추기는 영화들입니다. 미술, 만화, 대중문화 등 모든 문화 분야에서 좌파가 헤게모니를 잡고 있습니다. 어려운 정치 이론이 아니라 소프트한 문화를 통해 대중들에게 사회주의 이념을 스며들게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혁명의 방법이라고 말한 것은 이탈리아의 공산주의자 그람시입니다. 그람시의 이론대로 그들은 중고등학교, 대학교 등 교육기관은 물론이고, 학계, 언론계, 사법부, 국회 등 우리 사회 곳곳에 효과적이고 강력한 진지를 구축해 놓았습니다.

교과서 문제가 불거지자 그들은 제법 중립적인 척, 온당한 척 양비론(兩非論)의 가면을 쓰고 “왜 해묵은 이념 논쟁을 벌이느냐?”고 말합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근현대사 역사 해석의 문제는 단순히 한가한 이념 논쟁이 아닙니다. 그것은 역사학계 내부의 학자들 간의 논쟁으로만 남겨 둘 수도 없는 중차대한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이념문제 때문에 전쟁을 한 나라이고, 그 적대 세력과 아직도 마주보고 있는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사람들은 우리나라의 정치제도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하였고, 경제제도로 자유시장경제를 선택하였습니다. 그리고 67년 만에 두 체제의 정당성은 국민들의 삶의 질에서 결판났습니다. 그런데 이 엄연한 현실을 무리하게 비틀어 해석하려는 시대착오적 세력이 우리 사회를 소모적 갈등의 장으로 몰아넣으며 국가 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열린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청소년 2차 거리행동」에 참가한 한 여고생은 “사회구조와 모순을 바꿀 수 있는 건 오직 프롤레타리아 레볼루션(혁명) 뿐이다”라고, 그야말로 철 지난 구닥다리 이념의 구호를 앵무새처럼 외웠습니다. 사회당 정권인 프랑스의 대통령이나 총리조차 틈만 나면 기업에 대한 친화감을 표명하는 세상입니다. 이 어린 여학생에게 누가 이런 해묵은 개념을 불어 넣어 주었나요? 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한다는 이 여학생의 발언이야말로 교과서 국정화의 정당성을 입증하는 아이러니한 반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롭게 우파 지성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장신대 김홍철 교수, 자유경제원의 전희경 사무총장, 중앙일보의 김진 논설위원 세 분의 교과서 관련 발언을 한 데 묶었습니다. 놀라운 속보(速報)성에서 이것은 책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일간 신문과 같은, 아니 팸플릿과 같은 성격입니다. 흔히 열정만이 앞서고 이론이 조금 부족한 우파 진영의 취약성을 정교한 이론, 소장(少壯)의 나이, 스타적 매력으로 메워 주고 있는 보석 같은 세 분입니다.
이 책이 한국의 밝은 앞날을 비춰 줄, 작지만 거대한 신호탄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2015년 11월 20일
안병훈(安秉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