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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서인 만화가 |
최근 나를 깜짝 놀라게 한 영화 포스터 하나가 있다. 영화 제목은 무시무시하게도 '나쁜나라’이다. 개봉이 한차례 연기되었다가 다시 개봉했다는데 휴 뭐 개봉 자체는 자유니 뭐라 할 수 없고. 딱 보니 세월호 추모 및 의혹 제기 영화 같은데 영화를 보지도 않을 거라 내용을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해상에서 일어난 사고가 왜 나쁜 나라로 결론이 나는지 그런 원론적인 얘기도 하지 않을란다.
그저 공개된 이 포스터를 보고 드는 이상한 느낌만 몇 가지 정리해 볼까 하는데, 일단 포스터를 딱 봤을 때 드는 느낌은 그야말로 뭐부터 말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하나에서 열까지 전부 다 이상하다.
첫째, 사고 초기때 부터 이런 영화가 설마 나올까 했는데 그 '설마'가 그대로 적중. 상조 회사들도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지 않겠다' 고 광고를 하는 세상에 진정 슬픔을 이용해 장사하는 표본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둘째, 제목이 '나쁜 나라'? 아니 나쁜 나라라니? 님들이 누구시길래 우리가 사는 나라를 한마디로 '나쁘다' 고 매도하세요. 그러면 님들이 볼 때 '좋은 나라'는 지구상에 어느나라이며. 님들의 그 좋고 나쁨이란 것은 무엇인지요.
셋째, '믿을 건 나라가 아니라 국민' 이라고? 나라라는 것이 바로 국민이 모여있는 집단 아닌가? 대통령도 국민이고 국회의원도 국민이고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도 국민이고 하물며 아이들을 놔둔 채 도망가버린 비겁한 선장 역시 국민이다.
항상 어떻게든 '국민 VS 국가' 이런 구도를 만들어 싸우자고 드는 사람들, 편 가르기와 주적 및 선악구도 설정 등 나는 착하고 너는 나쁘다는 프레임, 정말 대한민국 사회의 고질병이 저 카피에 쏙 들어가 있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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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고 이상한 방법으로 화제를 일으켜 잇속을 차리는 사람들이 있다. 슬픔으로 나팔을 불고 권력을 만들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든다./사진=영화 '나쁜나라'의 포스터 |
넷째, "어떻게 하면 더 슬퍼 보일까? 영화 타이틀은 당연히 노란색으로 하는 게 좋겠지? 포스터는 뿌옇게 아련한 느낌으로 최대한 슬픔을 강조한 톤이 좋을 거야."
교실에 칠판 낙서 하나하나 정성껏 더 슬프게 슬프게 어떻게든 더 슬퍼 보이게 연출. "더더!! 더 슬프게!! 눈물이 분노로 이어지도록!! 그렇지! 오케이!"
이런 작업을 진행하면서 조금도 위화감이나 민망한 마음이 들지 않았는지?
자 이제 영화가 나왔으니 대한민국 모든 개봉관에서 일제히 상영을 해야할터인데 만약에 개봉관 수가 부족하거나, 일찍 영화를 내리거나 하면 또 누군가의 음모로 몰아야지.
"왜 무슨무슨 개봉관들은 '나쁜 나라'를 걸지 않는가! 무엇이 그렇게 두려운가?!"
"나쁜 나라가 잘 안되면 검은 음모들에 의해 진실이 묻히는 것!!"
"나쁜 나라가 잘 되면 이것이야말로 국민들이 진실을 요구하는 것!!"
이 영화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사람들은 '일베충'으로 낙인을 콱.
"저희 나쁜 나라 많이 봐주시고 소문 많이 내주세요 감사합니다!"
사회의 갈등을 유발하고 이상한 방법으로 화제를 일으켜 잇속을 차리는 사람들이 있다. 슬픔으로 나팔을 불고 권력을 만들고 평범하게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죄인으로 만든다. 노랗고 두툼한 글씨로 써져 있는 '나쁜 나라' 라는 네 글자. 정말 나쁜 건 따로 있는 것 같다. /윤서인 만화가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예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