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대한민국 앞에 놓여 있는 중대기로 앞에서 우리는 새로운 모색을 해야 한다. 불과 반세기만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달성했던 한국은 저성장, 경제침체에 발목을 잡히고 성장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한 답으로 ‘자유화’를 언급하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있다. 기업가정신이 살아나고 기업이 자유롭게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도록 놓아주는 ‘자유화’야말로 개인과 가족이 부유해지고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는 유일한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자유경제원은 “과거의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지금의 대한민국은 자유화로 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으로 11일 자유경제원 리버티홀에서 ‘산업화와 민주화, 다음은 자유화다’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패널로 참석한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지만 이제 중국의 인력과 선진국의 기술 앞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면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여 창의성을 극대화시켜야 살 수 있지만 한국 사회는 반대의 길로 나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한국 사회에는 개인주의에 대해 천박한 이기심으로 오해하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있기에,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 위에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해야 창조경제도 가능하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 가능하다”도 주장했다. 아래 글은 김승욱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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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
산업화와 민주화, 다음은 '자유화'다
발표자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은 “과거에는 정치의 경제화가 이루어졌으나, 현재는 경제의 정치화가 이루어져, 경제정책이 정치적 지지를 얻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했다”고 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자유주의를 편향적으로 선택한 것이며, 편향이 나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중립이나 통합이라는 미명하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이상한 잡종을 만들어 낸다고 염려했다.
개인의 자유를 발견한 것은 서구사회였다. 치열한 생존경쟁의 질서 속에서 군사력을 지닌 자들의 억압은 사회 질서 유지의 필수적인 요소였다. 게다가 중세 시대 교회의 권위 앞에 인간의 자유는 철저하게 억눌려왔다. 이것은 비단 서구 사회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인류의 보편적인 현상이었다.
그런데 르네상스를 통해서 인간이 재발견되고, 이러한 토대 위해서 종교개혁은 교회에 억눌린 개인들을 해방시켰다. 그리고 계몽주의가 확산되면서 인간의 이성을 중요시하고, 개인의 자유가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인식이 서구에서 확산되었다. 이것은 모든 형태의 억압에서 개인을 자유롭게 했으며, 이것이 영국에서 최초의 산업혁명으로 결실을 맺게 되었다.
그 결과 인류는 처음으로 맬더스의 덫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그 주변 국가인 유럽 몇 나라와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이나 호주 등 신대륙에서 경제성장을 가져왔다. 그리고 이를 먼저 채택한 일본 등 일부 지역에서 경제성장이 이어졌다. 이것이 세계로 확산되면서 자유민주주의를 선택한 한국 사회도 경제성장의 과실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런데 다시 세계는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더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동일시하며, 이기주의는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교육을 통해서 이기적인 사람도 욕심을 덜 부리고, 베풀 줄 아는 인격자가 될 수 있다고 본다.
게다가 이기심은 극복할 수 있다고 보고, 불쌍한 이웃에게 아낌없이 베풀며, 나누는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런 노력을 할 때 보다 살만한 사회로 변화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은 개인적 자유주의보다는 사회주의가 더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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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구는 200년에 걸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치열한 투쟁, 계몽주의와 자유주의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에 걸쳐서 이룩한 사상적 변화를 우리는 짧은 기간에 수용했기 때문에 자유주의에 대한 국민적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사진=연합뉴스 |
사람들은 개인주의자와 자유주의자들에 대해서 자기만 잘 먹고 잘 사는데 관심을 갖는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으며, 주류경제학은 물질적 인센티브를 긍정하기 때문에 인간의 이기심을 극복하려고 하기 보다는 이기심을 만족시키기 위한 선택에 초점을 맞추고, 빈부격차 문제 해결에 만족할 만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류경제학에 대해서 의혹의 시선을 보낸다.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인력과 선진국의 기술 앞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이제 창조경제가 살 길이라고 외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여 창의성을 극대화시켜야 살 수 있다. 그런데 한국 사회는 반대의 길로 나가고 있다.
서구 사회는 자유주의가 확산되어 민주화가 이룩되고 그 결과로 산업화가 따라왔다. 그러나 한국은 구체제 내에서 자유를 쟁취한 것이 아니라, 일제에 의해서 서구의 자본주의가 이식되었고, 해방 이후에도 역시 미군정 이후 서구의 자본주의를 그대로 수용했다. 그리고 그 결과 경제성장을 맛보았고, 이로 인해 민주화의 요구가 분출되어 민주화도 달성되었다. 그러나 아직 국민들은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과 권리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며 이것이 얼마나 사회발전에 필수적이고 소중한 것인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여전히 전근대적인 습관들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수일전에 어느 저가항공기의 문이 꼭 닫히지 않아 회항하는 사건이 일어나자, 정부는 국내 모든 저가항공사 대표들을 모아놓고 나무라는 일이 있었다. 이것은 과거 사농공상의 질서의식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증거이다.
서구는 15세기를 전후하여 약 200년에 걸친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의 치열한 투쟁, 그리고 계몽주의와 자유주의의 확산에 이르기까지 수백 년에 걸쳐서 이룩한 사상적 변화를 우리는 짧은 기간에 수용했기 때문에 자유주의에 대한 국민적 이해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를 하루아침에 극복할 수는 없지만, 먼저 몇 가지 근본적인 사실부터 온 국민이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자유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자유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적극적 자유가 아니라는 것이다. 자유주의란 가능한 한 강제력에 적게 의존해야 한다는 기본 원리 하에,1) 개인의 자유를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한 가치로 인정하는 것이다. 자유주의란 “배타적, 특권적, 독점적 조직을 반대하고, ... 강제를 반대하는 주장이다.”2) 그리고 인간이 인간다운 이유는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무엇보다 인간의 자유를 소중하게 여기는 의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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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지난 반세기 동안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달성한 지구상의 유일한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중국의 인력과 선진국의 기술 앞에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했다. 이제는 창조경제가 살 길이라고 외친다./사진=미디어펜 |
또한 자유주의는 개인주의에 기초한 것인데, 한국 사회는 일반적으로 개인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팽배해있다. 따라서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한다. 개인주의가 나만 중요하고,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그만이라고 하는 그런 천박한 이기주의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시켜야 한다.
하이에크는 “개인주의의 본질적인 특성들―그것은 곧 개인을 인간의 자격으로서 존중하는 것이며 개인 자신의 견해와 취향을 그 자신의 영역에서 그 영역이 아무리 좁게 제한되어 있다 하더라도―을 지상至上의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또한 사람은 그 자신의 타고난 개인적 재능과 소질을 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신념”이라고 정의를 내렸다.3)
그리고 그는 개인주의적 미덕으로 “관용, 타인과 그 의견에 대한 존경심, 정신의 독립성과 곧은 성격,” “독립심과 자기 신뢰, 위협을 감수하려는 의지, 다수에 반대하여 자기 자신의 신념을 유지하려고 하는 각오, 자신의 이웃과 자발적으로 협력하려는 의사” 등을 꼽았다.4) 이러한 개인주의는 공동체나 사회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고,5) 개인이 존중되어야 하며, 사회를 위해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개인주의는 공동체를 해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대한 이해 위에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할 수 있는 사회가 가능하며, 그럴 때 창조경제도 가능하며 한국 경제의 재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1) 프리드리히 A. 하이에크,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 1943.김영청 역(1999), 자유기업센터, 40.
2) Friedrich A. Hayek, 1959, 자유헌정론Ⅰ The Constitution of Liberty, vol. 1. 김균 역 1997, 73.
3) 하이에크, 프리드리히 A. <노예의 길(The Road to Serfdom, 1943)>, 김영청역(1999), 자유기업센터, 38.
4) 하이에크 <노예의 길> 212. 하이에크는 개인주의적 미덕을 설명하면서 전체주의적 성향의 ‘전형적인 독일인’이 가지고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미덕으로 이러한 것들을 꼽았다.
5) 하이에크, <노예의 길>, 97, 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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