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민족주의와 공동체주의, 쇄국으로 가득한 전교조의 현실이탈
   
▲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책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의 진짜 목적은?

민족은 소중하다. 그러나 민족주의는 위험하다. 공동체는 소중하다. 그러나 공동체주의는 위험하다. 이 위험을 몸으로 실천하고 보여주는 집단이 있다. 전교조와 그리고 전교조 정신에 동의하거나 그 프로파간다에 넘어간 교사들이다.

그들은 스스로 말한다. 다른 문제에 대하여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다가도 남북문제만 나오면 비합리적이고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날카롭게 지적한다. 그러나 남북문제, 북한 문제만 나오면 이성을 잃는 것이 바로 그 집단이다. 인권과 표현의 자유를 외치다가도 탈북자들의 심란한 증언이 나오면 귀를 닫는다.

전 세계가 우려하는, 핵과 관련된 북한의 이벤트가 펼쳐질 때에도 기계적으로 눈을 감는다. 전교조가 '화해ㆍ평화ㆍ통일 교육의 길라잡이’라는 부제를 걸고 펴낸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이라는 책자를 보면 전교조의 심각한 현실감 이탈을 총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교사가 문제다. 이런 교사가 교단에 서는 한 아이들이 제대로 된 역사 인식과 국제 관계에 대한 올바른 시각을 가지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말만 세계화, 국제화이고 교육은 뒤로 가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불길한 기류가 아무리 긴급한 신호를 보내도 그 심각성을 모른다. 우리는 19세기 조선이 가지고 있던 쇄국 마인드를 여전히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다음 세대에 태연히 물려주려하고 있다. 그래서 이들이 펴낸 책자의 제목은 이렇게 수정되어야 한다. '이 나라 망치는 통일 교육’. 책자 제 1장 '교사를 위한 강좌’를 통해 그 심각성을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 문제의 책자. 전교조의 교육길잡이 ‘이 겨레 살리는 통일’. 이수호 씨가 전교조 위원장 시절 발행했다./사진=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

첫 페이지는 넘기면 순박한 미소를 짓고 있는 인민군 사진이 등장한다. 중년의 사내로 표정이 환하고 밝다. 사진 설명은 '인민군, 북에서 만난 사람들’이다. 사진 한 장이 백 개의 칼럼보다 파괴력이 크다. 책자는 이 사진 한 장으로 북한에 대한 불편하거나 예민해질 수 있는 정서를 초기에 차단한다.

뒤에 따라오는 텍스트를 읽는 동안에도 이 사진은 머릿속에 잔상으로 남아있다. 반대로 6ㆍ25 당시 인민군의 민간인 학살 사진을 넣었다고 가정해보자. 어떤 미담, 미사여구가 등장해도 사진이 준 이미지를 절대 넘어서지 못한다. 이것이 바로 사진 프레임이다. 목적은 당연히 안보의식 해제다.

   
▲ 동일한 사진을 찾지 못해 이것으로 대체한다. 이보다 백배쯤 순박한 미소를 띄고 있는 중년이다. 옆은 인민군의 민간인 학살 현장./사진=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

민간인 학살 사진이 너무 노골적이고 극단적이라고? 그럼 이런 사진 정도는 어떨까?

   
▲ /사진=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

이것도 불편하다고? 그럼 이거.

   
▲ /사진=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

이것도 불편? 그럼 혹시 이런 거?

   
▲ 미인계는 특정 개인에게 펼쳐지는 공세가 아니다. 집단에 대한 미인계가 더 무섭다. 집단 망각, 지각 혼미를 불러온다./사진=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

사진에 따라 북에 대한 느낌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사진 프레임이 이렇게 무섭다. 1장의 첫 번째 내용은 '퍼주기에 대한 오해 바로 잡기’이다. 일단 대북 지원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메치고 들어간다. 두 번째는 '대북 지원, 무형의 이익 계산할 수 없어...’다. 본인들이 말한 대로다. 이익을 계산할 수 없는 게 문제다. 나중에 다시 나오지만 이익도 계산할 수 없고 효과도 측정할 수 없다. 또 책자에서는 '대북 지원이 없으면 국제 사회에서 동족을 외면하는 냉정한 나라라는 이미지를 가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국제사회의 시각에서 보자. 핵실험을 반복해서 하고 일부는 대한민국에 또 일부는 일본에 또 일부는 미국까지 타격이 가능해지고 있는 것이 북한 핵의 진화 과정이다. 이 상황에서 대북 지원을 하라고? 국제사회가 비웃는다. 국제사회는 오히려 북에 대한 봉쇄를 촉구한다. 한마디로 말 같지도 않은 설명이다. 세 번째 설명은 '화해의 걸림돌, 경제적 상호주의’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과 같다.

“상거래식 상호주의 발상은 민족화해라는 민족의 삶, 생존의 문제를 '장사’로 이해하게 만드는 무책임한 의식이다. 이런 식의 대북 접근은 북에 불쾌감만 안겨주어 남북화해를 더 이상 진정되지 못하게 할 것이고 이는 결국 남과 북 공동의 손해로 귀착될 것이다.”

주고받아 앞날을 모색하는 행위를 '장사’라고, 무책임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심지어 북에 불쾌감을 안겨줄 것을 우려한다. 이것이 바로 빗나간 민족주의다.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모든 메뉴들을 하위로 만들어버리는 괴물의 생각이다. 퍼주기는 햇볕 정책의 결과물이다. 외투를 벗기를 바라고 지원을 한 것이다. 그런데 아무 조건 없이 무조건 지원하라고 주장한다. 그 무형의 이익(대체 그게 뭔데?)은 대단한 값어치가 있다고 주장한다. 외투를 벗거나 말거나 지원을 계속 하라는 것은 차라리 상납의 논리에 가깝다. 아니다. 상납도 목적이란 게 있다. 이 모든 괴기스러운 논리가 민족이라는 이름으로 용서된다.

다음은 '안보 교육과 민족화해 교육’이다. “북에 대한 경계심을 높여야 안보가 튼튼해진다?”’며 의문을 제기한 뒤 '안보란 전쟁과 국내외적 폭력, 폭압으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삶의 안전을 지켜나가는 것을 말한다’ 라고 친절하게 설명한다. 친절의 이유는 딱 한 가지다. 북한의 위협만이 위협의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어서다. 이들은 6.25 전쟁을 앞뒤로 하여 '외세는 살찌고 민족은 초토화되었음을 교육하자’고 주장한다. '미국에 대한 자주권의 확보가 민족 화해에 긴요하다’고 주장한다. 한반도에서의 전쟁 억제가 미군의 주둔 때문이라는 사실은 상식이다. 어떤 면에서 인간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고 전쟁의 역사는 동맹의 역사이다. 한미상호방위조약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큰 의미가 있는 협정이다. 그런데도 이렇게 적고 있다.

“이제 민족의 이익에 입각하여 미국을 바라보는 교육을 할 때다.”

북한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 하나가 '우리끼리’다. 그걸 남한에서 동조해주었으면 하는데 바로 여기에 손바닥을 마주 대주는 것이 전교조 마인드다. 남과 북이 갈라지고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남과 북이 한미연합사라는 명령 체계를 꾸리고 있는 것을 상황에서 미국을 바라보는 교육을 하잖다. 옆의 파트너를 다시 보라는 얘기이고 누가 진짜 적인지 생각 좀 하라는 질책이다. 이 역시 민족이라는 미명으로 눈꺼풀을 씌우는 책동이다. 그런데 그게 먹힌다. 마지막으로 확인 사살 들어간다.

“한국 전쟁 참전의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미국은 한국 전쟁에서 우리 민족의 희생의 대가로 그들의 이익을 충분히 실현하였다.”

실은 미군의 참전만 없었어도 통일이 되었을 거라고 말하고 싶어 입이 간질간질할 것이다. 그래서 전교조가 이승만을 그렇게 미워하는지도 모르겠다. 이승만은 이런 저런 핑계로 무기와 병력 지원을 안 해주던 미국을 끌어들여 전쟁 발발 사흘 만에 내전을 국제전으로 바꿔 놨다.

제 4장은 '북한 이해 교육’이다. '통일을 생각하는 서울교사 모임’에서 만든 30 분짜리 3편의 비디오 활용 수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일단 '타문화 이해하기’로 포문을 연다. 아이들에게 '보신탕을 먹는 것을 동물학대라 하고 한국 상품 불매운동을 벌이는 외국인에 대한 나의 주장을 말하기’를 시키라고 한다. 그리고 '문화적 상대주의, 나와 남의 다름 인정, 상대방문화 존중. 북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이어 붙인다. 이런 걸 간악하다고 표현한다. 보신탕과 이를 혐오하는 외국인을 대비시켜 민족적 감수성을 자극한 뒤에 외국인을 슬쩍 북한으로 바꾼 뒤 존중해야 한다고 한다. 이는 나중에 '내재적 접근법’이라는 해괴한 발상으로 발전한다. 무슨 짓을 벌이든지 갖은 핑계를 가져다가 북한의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다. 북한이 핵을 개발하는 것은 미국의 위협 때문이다, 라는 논리는 여기서 나온다.

마지막으로 그 장의 '문제 예시’를 살펴보자. 북한에 대해 선입견을 갖지 말고 그들을 그들 그 자체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정말 압권 중의 압권, 간악 중의 최상이다. 남북 간의 교류가 가능해지자 편지 교환이 가능해졌다는 설정으로 대한민국 여대생이 김책 공대생에게 쓴 가상의 편지 중 일부다.

"김책공대 전자공학부 1학년에게.
안녕? 나는 00대 심리학과 1학년 안 00이야. 오늘은 내 열 아홉 번째 생일이란다. 축하해 주겠니? 우리 서로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다. 좋은 시간이 되도록 여기서는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
미니 올림픽, 분임 토의, 캠프파이어 등도 있고 특히 춤 한마당은 정말 기대된다.(하략)"

이 초대장을 받은 김책 공대생은 편지를 읽어보고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고 하며 왜 그랬을까를 연구해 보자고 한다. 보기는 다음과 같다.

1. 북한의 남자들은 이성교제 경험이 별로 없고 순진해서 모르는 여자로부터 오는 편지를 받는데 익숙하지 않아서 당황한 것이다.

2. 북한에서는 노래와 춤을 즐기는 것을 불온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여가활동을 즐긴 경험이 별로 없어서 '춤 한마당’을 특히 기대한다는 말에 놀란 것이다.

3. 외국어를 우리말 속에 함부로 섞어 쓴 것을 언짢게 여긴 것이다.

4. 초대장의 어투가 비공식적이고 예의를 갖추지 않은 반말투이기 때문이다.

답은 무엇일까. 복수의 답이 정답으로 3번과 4번이다. 그런데 이 보기 자체가 대단히 밀도 높은 심리적 책동이다. 1번과 2번은 북한에서도 남녀 교제가 자유롭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 즉, 북한도 나름 자유로운 사회라는 우호적 혹은 우회적인 설명이다. 정답인 3번에서 캠프파이어라는 외국어를 쓴 것을 언짢게 생각했다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주체성 상실’ 비난이다. 우리의 일상을 부끄럽게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것이다.

4번도 마찬가지다. '친근함’을 순식간에 '무례’로 바꿔치기 한다. 우리를 스스로 부끄럽게 만들려고 작당이다. 정말 집요한 '참교육’이 아닐 수 없다. '못난 나라, 대한민국’을 설파하려는 이들의 책동을 하나 더 들어 글을 마무리한다. 남북한 교육의 특징을 비교한 것으로 남한의 특징은 교실붕괴현상, 외래어의 무분별한 사용, 외래 사상에 익숙함 등이다. 북한의 특징은 선생님 존경, 왕따 없음, 협동적, 순박하고 순진함, 민족 고유어 중심 등이다. 우리 민족끼리 그리고 가난하지만 주체적이고 지조 있는 북한을 받들어 모시며 통일을 추진하자는 것이 바로 이 책자 '이 겨레 살리는 통일’의 진짜 목적이 아닌지 출판 담당자들을 만나면 물어보고 싶다. /남정욱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겸임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교육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