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공무원연금...복지에 대한 그릇된 통념 벗어나야
   
▲ 현진권 자유경제원장

낭비 없는 복지정책을 위한 제언

1. 배경

복지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하기 위한 전제조건은 정확한 개념을 사용해야 한다. ‘복지정책’에 대한 단순한 논쟁은 아무런 의미가 없으며, 이는 마치 ‘착하게 살기’에 대한 논의와 같다. 착하게 살기를 얘기하는데, 반대할 거 뭐가 있겠는가?

복지는 여러 가지 서로 다른 세부복지의 총합체이다. 이들을 개별적으로 접근해야 올바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정치권에서 복지를 앞세워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로 사회를 양분화한 것은 문제의 본질에 대한 논의 없이 명분을 앞세운 감성적 싸움만 만든다.

복지에 대한 미신을 깨고, 한국의 미래경제를 생각하는 복지정책 방향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우선 복지 총체 지표를 통한 잘못된 접근 방식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의 복지 수준이 낮아서, 높여야 하는 논리로서 OECD 국가들의 GDP 대비 복지지출 비율을 사용한다. 이때 한국은 가장 낮은 그룹에 속한다. 이는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는 접근법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복지지출에 앞서, 조세부담률을 생각해야 한다. 한국은 낮은 세금부담 국가이므로 모든 지출은 낮다.
2) 복지에서 국민연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크다. 한국은 국민연금을 1988년에 도입했지만 유럽 국가들은 100년 전통을 가지고 있다. 한국은 현재 흑자이지만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해 2060년엔 국민연금이 완전히 고갈될 예정이다.

   
▲ 증세는 무상복지를 선별복지로 개혁한 후 추진해야 한다. 박근혜정부는 무상복지라는 말 자체를 폐기해야 한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복지와 증세문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2. 복지는 세 가지 복지로 이루어진다

복지는 세 가지 영역이며 이들은 서로 완전히 다른 성격이므로, 한 개 단어인 ‘복지’란 용어를 사용해서 접근해선 안 된다.

1) 빈곤복지 : 본질적으로 선별적 복지
2) 사회보험 복지 :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보편적 복지
3) 사회서비스 복지 : 급식, 보육 등

정치권에서 문제가 된 복지는 사회서비스 복지이며, 이 정책 방향을 보편적 혹은 선별적으로 잡느냐의 여부로 첨예하게 갈등 중이다.

우리의 복지현안은 사회보험 복지이나, 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매우 낮다. 재차 언급하지만 국민연금은 2060년에 완전 고갈된다. 공무원 연금은 이미 정부재정으로 충당되며, 그 규모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사회서비스 복지는 상대적으로 재원규모가 낮았으나, 보편적 복지로 나아감에 따라 필요재원의 증가속도가 급속도로 빨라지고 있다.

3. 사회서비스 복지는 보편적 복지가 되어선 안 되는 이유

급식 보육 등의 무상복지는 수혜자 입장에선 무상이지만, 세금으로 충당되는 정책이다. 무상으로 제공될 때 모든 수혜자에게 낭비 없이 전달되면 정책으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만약 무상으로 제공되었기 때문에 낭비되면, 이는 잘못된 정책이다.

무상급식 정책 이후, 나타나는 현상은 여러 가지다. 초등학교에서 버려지는 우유가 많아졌다. 급식 후 남는 음식이 급증하고, 이를 치우는 비용이 연간 380억 원 소요되고 있다.

무상보육 정책 이후, 나타난 현상도 많다. 전업주부들의 어린이집 이용률이 높아졌다. 오히려 맞벌이 부부가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지는 수요 초과상태이다.

   
▲ 2014년 하반기 새정치민주연합 친노계열 의원들 80여명이 신혼부부에게 1억원짜리 주택한채를 주자는 사탕발림 공약을 내놓았다가 철회했다. 홍종학의원(맨왼쪽)이 제안하고, 우윤근 원내대표, 문재인원(맨오른쪽)등이 가세했다. 신혼부부들에게 주는 무상주택에는 100조원의 세금이 들어간다. 

무상이 되면, 모든 사람이 원하게 된다. 이에 대한 재원은 유한하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다. 이런 정책으로 야기되는 폐단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꼭 필요하지 않은 사람들도 무상이기 때문에 사용하며, 꼭 필요한 사람들이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얼마 전 개장한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코리아에서 제공하는 무상 몽당연필이 없어지는 데 걸린 시간을 보면, 다른 국가들은 2년이었지만 한국은 50일이었다. 이케아코리아에서는 이제 더 이상 무상 몽당연필이 제공되지 않고 있다.

이는 무상복지 정책 방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재정학에선 이를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commons)'이라고 표현한다. ’공유지의 비극‘은 무상이면 그 재화는 빨리 없어지는 낭비적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에선 이런 수준이 국제적으로도 높다.

4. 향후 정책 방향

빈곤복지는 본질적으로 선별적 복지며, 이는 정부의 고유기능이므로 이를 강화해야 한다. 사회서비스 복지도 정부가 빈곤층에만 집중하고 중간계층 이상은 정부가 손을 떼야 한다. 현재처럼 국민 100%를 대상으로 하는 방향보다, 빈곤층 10%에 집중하면 정책효과도 높고 재원도 적게 든다. 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 복지는 지금 개혁하지 않으면, 갈수록 개혁이 어려워져 국가적 재앙이 될 수 있다.

복지를 정부에서 다 한다는 철학을 버려야 한다. 복지는 민간과 정부가 동시에 추진하도록 하며, 민간영역은 규제철폐 정책과 연계되어야 한다. 빈곤층은 정부가 맡고 중간계층 이상에 대해선 시장에 맡겨야 한다.

보육 정책의 경우, 모든 영유아를 정부가 책임지겠다는 철학이 문제이다. 정부의 개혁방향은 빈곤층에 대해선 전적으로 무상, 중간계층에 대해선 소득수준에 따라 차등적인 보조, 부자계층에 대해서는 정부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

이와 더불어 민간 보육 산업이 발전할 수 있도록, 가격규제와 영리법인 시장진입 규제를 풀어야 한다. 따라서 보육정책은 현재 정부에서 추진 중인 ‘규제혁신’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5. 바른 용어를 사용하자

o 무상복지 -> 세금복지
o 복지수요 -> 복지욕구
o 복지투자 -> 복지지출
o 복지 사각지대 -> 복지 미적용 지대

복지를 미화하고, 확대하려는 의도로 중립적이지 않고 감성적인 복지용어가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정책 방향에 대해 차가운 머리로 접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고, 뜨거운 가슴으로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