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법 제정 미국 원유 감산 발목…공정거래법 다시 생각해야

2014년 12월 24일 월스트리트저널(이하 WSJ)은 미국 원유업체들이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에 빠져 감산(減産)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게임이론가(game theorist)에게 있어서 이 뉴스는 게임이론이 현실을 얼마나 잘 설명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적절하고도 좋은 예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나타난 외양만으로 판단할 때, WSJ의 설명은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의 분석 기사가 옳은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결과 현실에 대한 게임이론의 설명이 얼마나 정확한가를 알기 위해서는 반트러스트법(Antitrust Laws)과 카르텔 이론을 모두 검토할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미국 원유업체들의 행동을 죄수의 딜레마 상황으로 설명하는 것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다.

만약 카르텔이 불법이 아니라면 미국의 원유업체들은 협력(cooperation) 행위를 통해 감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반트러스트법은 오래 전에 카르텔 행위를 금지했다. 카르텔이 '담합’에 의한 독점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의 원유업체들이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것처럼 보이는 것은 카르텔을 금지한 반트러스트법 때문이다.

   
▲ 지난 1월 22일 국제유가가 일부 석유화학 기업의 투자 축소 발표와 주요 에너지 기관의 반등 전망, 유로화 약세 등으로 상승 마감했다. /사진=뉴시스 

이제 문제는 카르텔을 금지한 반트러스트법이 과연 옳은가 하는 것이다. 카르텔은 협력이 명시적인가 또는 묵시적인가에 따라 두 가지로 구분한다. 그리고 두 카르텔이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여기에서는 편의상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명시적 협력에 의한 카르텔만을 다루기로 한다.

카르텔이 독점이라는 주류경제학의 설명과 달리, 카르텔은 수요가 크게 감소하는 경우에 기존의 기업들이 그런 변화된 환경에 맞게 협력하는 행위로서 생산구조(production structure) 중의 하나이다.

즉 카르텔은 가치 창조적인 조직 또는 효율적인 생산구조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수요가 감소한다는 것은 감소된 수요에 맞게 생산에서 불필요한 자원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것-우리의 경우에 감산을 하면 감산한 부분만큼 자원은 원유 생산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이 효율적인데, 카르텔은 생산자들 간의 협력을 통해 그러한 일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주류경제학의 카르텔 이론은 전적으로 틀린 것이고, 그 결과 미국의 반트러스트법은 카르텔에 대한 잘못된 이론에 근거해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미국 원유업체들이 협력 행위, 즉 감산을 할 수 없게 된 것은 WSJ의 설명처럼 원유업체들이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 빠진 때문이 아니다. 잘못 제정된 법률이 미국 원유업체들을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간 것으로 설명하는 것이 옳다.

미국의 반트러스트법이 잘못 제정되었다는 주장은 한국의 공정거래법에도 그대로 적용 가능하다. 한국 공정거래법도 미국 반트러스트 법을 모방하여 카르텔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한국 경제에서 카르텔을 금지함으로써 잃고 있는 효율은 작지 않다. 그리고 게임이론이 아주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경우에도 그 상황과 관련한 법률이나 규제가 제대로 제정된 것인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 /전용덕 대구대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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