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 |
지난 10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상속세 6조원을 정상 납부하겠다 내용이다. 다만 상속세액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분할납부 중 매년 나눠 내는 연부연납을 활용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때 맞춰 삼성그룹 관련 주가는 시장에서 요동을 쳤다.
특히 삼성SDS는 상속세액 납부 소식에 급락했고 제일모직은 하락세를 보였다. 오너 일가의 지분을 매각하여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거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과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향후 승계과정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해 시장에서 미리 반응했다. 6조원이라는 엄청난 세부담이 있지만 결국 삼성의 후계문제는 정상 순항을 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가 내린 결론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씁씁하다.
상속문제 때문에 하소연 하는 기업인들
주변에서 흔히 매출을 제법 올리는 기업인들은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필자에게 가업 상속과 관련해 하소연 하는 기업인들이 꽤 있다. 그럴 때마다 속 시원한 답변을 해 주지 못해 참 안타까웠다. 적지 않는 기업인들이 회사 상속 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해 수십억 원에 이르는 상속세를 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당장 상상을 초월하는 거액의 상속세를 낼 현금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평생 집과 회사가 오가며 허리띠를 질끈 매면서 기업을 일구다 보니 회사의 매출도 커지고 주식 가치는 높아져 기업 덩치가 커지다 보니 상속세액도 상대적으로 상승한 것이다. 방법은 주식을 팔아 상속세를 내거나 회사를 제 3자에게 파는 수밖에 특별한 방법이 없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열심히 일한 당신! 이젠 쉬어라!” 광고 카피처럼 정말 기업을 접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무섭고도 절망적인 생각이 든다. 개인의 책임을 중시되는 자유 대한민국에서 상속을 미리 준비하지 않는 기업인 자신의 잘못도 있지만 현재 대한민국의 상속제도는 터무니없게 까다롭다는 것이 문제다.
|
|
|
▲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상속세 6조원을 정상 납부하겠다는 내용을 밝히자 삼성그룹 관련 주가가 요동쳤다. 이런 폭탄덩어리 상속제도에 발목 잡혀 장수기업이 좀처럼 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현실성 없는 상속제도를 하루 속히 고쳐야 한다./사진=연합뉴스 |
잘 나가는 기업도 문 달아야 할지도
정치권은 가업 승계를 수월하게 해 주는 상속세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결과는 원점이다. 기업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무조건 부자 감세라고 몰아붙이는 야당과 진보 좌파세력의 반대로 공제 대상 기업을 연 매출액 3000억 원 미만에서 5000억 원 미만으로 넓히고 고용 유지 등 사후 요건도 완화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에서 부결되었다.
가장 큰 이유는 상속을 부의 대물림, 부의 공짜이전으로 보는 잘못되고 편향된 시선과 오너 자제들의 크고 작은 사건사고들로 국민 여론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상속세 부담 완화 추진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다보니 지금 상태에서 기업을 상속하는 일은 참으로 어렵고 힘든 일이 되어 버렸다. 거액의 상속세 부담 때문에 잘 나가던 기업도 경영 위기에 봉착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래서 잘 돌아가는 기업이 폐업하거나 주식이나 재산을 팔아 상속세를 마련하면 경영권 방어를 하지 못해 기업을 빼앗기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것도 저것도 힘들면 해외로 본사를 옮겨 세금을 피하는 방법을 택한다. 심지어 세금을 줄이기 위해서 일부러 사업 규모를 줄이고 공격적인 투자보다는 축소 지향적 경영방식을 선택하는 이들도 많다.
폐업, 해외본사 이전, 사업축소, 투자회피는 국민경제 좀먹는 일
이처럼 폐업, 해외본사 이전, 사업축소, 투자회피는 국민경제에서 악 중에 악이다.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수많은 경제 위기 속에서도 잘 버텨온 기업들이 상속에서 순간 좌절해 폐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전체 세수 중 상속세 및 증여세가 전체의 2%밖에 안 되기 때문에 중소기업 고용이 줄어들고 법인세가 덜 걷힌다면 특히 상속세 부담 때문에 폐업을 하는 상황이라면 세제를 무조건 개선해야 한다고 필자는 강력히 주장한다.
한국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6%의 2배 수준으로 높다. 선진국인 독일, 영국은 세제 혜택이 많고 홍콩, 싱가폴, 뉴질랜드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또한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서 스웨덴, 캐나다, 호주처럼 낮은 자본이득세로 대체한 국가가 있어 세금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본사를 아예 이들 국가로 이전하는 기업도 많다.
이런 폭탄덩어리 상속제도 때문에 한국의 장수기업은 좀처럼 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독일, 일본만 하더라도 2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들이 1000개가 넘는 반면에 100년이 이제 넘긴 기업은 7개 정도 뿐이니 200년이 지나면 1~2개나 남아있을지 정말 의문이다. 결론적으로 상속이 장수기업을 탄생시키는데 가장 큰 암덩어리다.
갤럭시S6는 기업가정신의 산물
최근 개최된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MWC) 2015에서 삼성전자 갤럭시S6 호평을 받았다. 이번 신제품은 이재용폰이라고 알려져 있다. 후계자의 기업가정신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겠다. 삼성전자도 가업을 승계할 시점이 다가오는데 다른 기업들처럼 성장의 한계에 부딪쳐 경영 위기가 봉착하기보다는 오히려 적임 후계자 덕분에 기업을 정상적으로 이어받아 제 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오히려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시각보다는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역할에 박수치면서 응원해야 할 것이다. 지금이라도 현실성 없는 상속제를 확실히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정체하여 머물려 있기에 한국경제가 너무 갈 길이 멀다./송덕진 자유경제원 제도경제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