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도전하고 미래산업에 투자하여 나라 경제를 이끌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 그 주인공은 기업이다. 기업은 혼자 또는 여러 사람이 함께 모여 화합, 단결, 협력을 위해 조직한 경쟁 단위다. 우리나라에는 기업의 수많은 성공신화가 있고 그 정점에 삼성이 있다. 기업을 올바로 이해하는 일은 개인이나 사회에 중요하다 올바른 기업관이 개인과 기업, 사회가 성공하는 바탕이 되기 때문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기업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저서에 담았다. 저서는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여덟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선택권과 재산권을 존중하며 개인이 잘살아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믿는 시장론자이며, 낙관주의자이다. 자유경제원에서 강연, 집필 활동을 통해 자유주의를 널리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저서를 통해 자본주의의 꽃은 기업이며, 정부는 기존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 경쟁을 보호해야 한다는 점에 관하여 고견을 들려준다. 미디어펜은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 완간을 기리며 7권부터 8권까지 각 권 당 2편씩 게재한다. 아래 글은 8권 『자본주의의 꽃, 기업』에서 발췌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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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재벌이라고 부르지 마라 [3]
아 다르고 어 다르다
가수 김명애 씨의 <도로남>이라는 노래에는 재미난 가사가 있다.
“남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지우고 님이 되어 만난 사람도 님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만 찍으면 도로 남이 되는 장난 같은 인생사”
남과 님은 점 하나 차이다. 하지만 뜻에서는 아주 큰 차이가 있다. 우리 옛 속담에도 “말이란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고 하지 않았나. 이처럼 같은 말조차 표현 방법에 따라 전달되는 의미가 달라진다. 하다못해 뉘앙스의 차이만으로도 치고받고 싸울 수 있는 것이 바로 말이다. 이를테면, 흑인을 지칭할 때에 ‘African American’이라고 해야지 ‘nigger’ 또는 ‘negro’라고 해서는 안 되지 않는가. 똑같이 흑인을 가리키는 말이라고 해도 ‘nigger’와 ‘negro’는 ‘검둥이’라는 뜻으로 흑인을 비하하는 인종차별적인 단어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동일 대상을 뜻하더라도, 긍정적인 의미를 담은 말과 부정적인 의미를 담은 말이 혼용되는 경우가 많다. 경제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니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경제나 시장 관련 용어가 부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재벌’, ‘약육강식’, ‘사기업’ 등과 같은 용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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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이란 본래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노력하고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며, 노력과 투자로 혁신을 성공한 대가로 갖는 것이 바로 이윤이다. 이윤의 정당성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사진은 삼성전자 강남사옥. /사진=미디어펜 |
‘재벌’, ‘약육강식’, ‘사기업’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는가? 굉장히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느낌이 들지 않는가? 사실 이러한 용어들은 반시장경제와 반기업 정서를 함축하고 있어, 반자본주의자들이 자본주의를 공격할 때에 주로 사용한다. 단어가 함축하는 정서란 생각보다 중요해서 잘못된 언어 사용은 개념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주로 쓰는 ‘자유방임’이라는 단어가 그렇다. 대개 ‘자유방임’을 ‘아무렇게 해도 좋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곤 한다. 하지만 ‘자유방임’이란 결코 아무렇게나 해도 좋은, 무책임 방종주의가 아니다. 본래 ‘자유방임’이란 ‘내버려둬라’라는 뜻의 프랑스어 ‘laissez faire’를 번역한 단어로, 정확한 의미는 ‘반간섭주의, 무간섭주의’다. 한마디로 정부 간섭 없이 시장이 자율적으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방임’이라는 단어로 해석하면서 상당수가 무분별하고 무책임하게 행동해도 좋다는 뉘앙스로 잘못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자유주의 대표사상가인 루트비히 폰 미제스는 ‘자유방임주의’ 즉, ‘반간섭주의’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반간섭주의가 뜻하는 것은 내버려 두라는 것이 아니다. 반간섭주의가 뜻하는 것은 사회 속에서 어떻게 행동할지 각 개인이 선택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소비자들로 하여금 기업가들이 무엇을 생산해야 할지를 결정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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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히 기업 규모와 사업 분야가 확대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라는 증거이며,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사옥. /사진=미디어펜 |
‘자유방임주의’만이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사기업과 공기업’, ‘초과이윤’ 등 경제 용어도 마찬가지다. 부정적인 단어는 사람들에게 잘못된 인식을 심어주고 본의미를 왜곡하거나 잃어버리게 한다. ‘초과이윤’만 해도 그렇다. 과연 기업 이윤에 초과분이 있을까? 기업이 이전보다 혹은 다른 기업보다 더 많은 이윤을 얻었다면, 그것은 그 기업이 더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여 더 큰 혁신을 이루었다는 것으로 해석되어야 한다. 구태여 ‘초과이윤’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마치 기업이 부도덕하게 이윤을 갈취했다는 느낌을 줄 필요가 있는가?
기업이란 본래 이윤을 추구하는 집단이다. 더 많은 이윤을 얻고자 노력하고 투자하는 것이 기업의 생리이며, 노력과 투자로 혁신을 성공한 대가로 갖는 것이 바로 이윤이다. 이윤의 정당성을 부정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본질을 부정하는 것이나 매한가지다.
기업이 큰 것이 잘못인가
같은 맥락에서 ‘재벌’이라는 용어도 재고되어야 한다. 흔히 재벌을 ‘재계에서 여러 개의 기업을 거느리며 막강한 재력과 거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는 자본가, 기업가의 무리’로 규정한다. 법률적으로는 ‘대규모 기업집단’이라고 명명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재벌을 마치 공공의 적, 악의 무리를 지칭하는 뉘앙스로 사용되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리고 대기업들을 재벌이라고 부르며 폄하한다. 엄밀히 말해 대기업을 재벌이라 비난조로 부르는 것은 잘못이다. 그저 대기업, 글로벌 기업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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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주의에서는 누구나 타고난 신분과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로 혁신을 이루고 성장한 대기업은 성공의 표상이며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다. 사진은 서울 명동의 롯데백화점 본점. /사진=미디어펜 |
단순히 기업이 크다는 이유로 재벌이라는 악의적인 용어를 써가며 기업의 가치를 부정하고 기업의 구조를 난도질하는 것은 기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치다. 자본주의에서 기업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고, 성장을 거듭하다 보면 자연히 기업 규모와 사업 분야가 확대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기업으로 성장하고 사업을 다각화하는 것은 그 분야에서 성공한 기업이라는 증거이며,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승리한 기업으로 존경받아 마땅한 일이다.
일부 기업가들이 간혹 사회적 지탄을 받을 정도로 과오를 저지르는 경우가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특정 인물의 잘못으로 대기업이 공격받아야 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 이를 싸잡아 재벌의 탓으로 돌리고, 규제를 가하는 것은 반자본주의적 반기업 정서의 패악에 지나지 않는다. 기업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명백히 성공한 기업가와 기업을 공격해서 얻는 것이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자본주의에서는 누구나 타고난 신분과 출신에 구애받지 않고 스스로 노력한 만큼 성과를 얻을 수 있다. 그렇기에 끊임없는 노력과 투자로 혁신을 이루고 성장한 대기업은 성공의 표상이며 자본주의의 상징이 된다. 이런 대기업을 단순히 반자본주의, 반기업 정서의 차원에서 무차별 공격한다면 어느 기업이 노력하고 투자하여 혁신을 이룰 엄두를 낼 수 있겠는가.
오너경영이 죄악인가?
현재 재벌 비판론자들이 제기하는 핵심 주제는 오너경영이리라. 이들은 오너경영을 황제경영이라 비판하면서 오너경영을 무력화시키려는 여러 주장을 내놓는다. 경영권을 빼앗아 민중의 통제하에 두어야 한다는 반자본주의세력에서 기업 내에 견제 세력을 투입하자는 간섭주의 세력까지 다양하다.
오너경영은 전문경영에 비해 우리 현실에서 장점이 많은 시스템이다. 그렇다고 오너경영이 항상 겅공적인 것은 아니다. 현대 대북투자 사업이 대표적인 실패 사례다. 그룹이 해체될 정도로 부실투자가 무리하게 추진되었다는 점에서 분명 현대의 대북사업은 문제가 심각했다.
하지만 오너경영이라는 기업 지배구조 자체가 치명적인 문제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로 세계 유수 기업 중 상당수가 가족경영을 하고 있다. 미국의 월마트, JP모건, 포드자동차도 가족기업이며, 일본의 도요타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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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주역인 대기업을 단순히 ‘문어발식 경영’, ‘재벌’이라고 비난하며 해체하려는 것은 성능 좋은 성장 엔진을 해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단언컨대 오너경영이 좋고 나쁨은 제3자가 판단할 수 없다. 사진은 LG그룹 로고. /사진=미디어펜 |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30% 이상이 창업자나 그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절반 이상의 기업이 가족기업으로, 가족경영은 상당히 보편적인 일이다.
우리가 자랑스러워하는 세계 최고의 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역시 열악한 경제 환경 속에서 사업 다각화를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우리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주역인 대기업을 단순히 ‘문어발식 경영’, ‘재벌’이라고 비난하며 해체하려는 것은 성능 좋은 성장 엔진을 해체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단언컨대 오너경영이 좋고 나쁨은 제3자가 판단할 수 없다. 어디까지나 기업의 주인인 주주가 결정할 몫이다. 정부가 대신 결정해서도 안 되며, 이해당사자가 간섭할 일도 아니다. 특히 정부가 국민연금을 악용해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려는 것은 올바른 일이 아니다. 주주자본주의 기본 원리에 충실해야 비로소 주식회사가 가진 효율성이 크게 발휘될 수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