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바꾸려고 시도하지 않으면 과거의 노예 상태로 머무르게 된다.” 두바이의 리더, 셰이크 모하메드의 말이다. 그는 최고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은 현세대뿐 아니라, 후손들에게까지 밝은 미래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기업가정신은 성공하는 나라의 국가 지도자, 기업가에게 필요한 핵심요소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우리 사회에 점차 위축되고 있는 기업가정신을 다시금 일깨우도록 기업가정신이 무엇이며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서는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아홉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선택권과 재산권을 존중하며 개인이 잘살아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믿는 시장론자이며, 낙관주의자이다. 자유경제원에서 강연, 집필 활동을 통해 자유주의를 널리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저서를 통해 세계로 발돋움한 기업가 사례를 통해 기업가정신을 실생활에서 어떻게 적용해야 할지에 관하여 고견을 들려준다. 미디어펜은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 완간을 기리며 7권부터 8권까지 각 권 당 2편씩 게재한다. 아래 글은 9권 『기업가로 다시 태어나기』에서 발췌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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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오너가 있는 기업이 강한 이유
기업가정신을 가능케하는 오너경영
“오늘날 한 나라의 국력은 그 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군함의 수가 아니라, 그 나라에 내세울 만한 민간 기업이 몇 개 있느냐로 가늠하는 게 더 적합하다.” - 『이코노미스트』 미클스웨이트, 울드리지
우리나라에서는 기업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사회적 이슈가 된다. 특히 대기업을 비판하는 사람들은 대기업의 총수경영체제를 부정하며 각종 규제를 만들고 있다. 과연 그들의 주장처럼 오너경영 방식을 해체해야 할까?
사실 우리나라 대기업에는 재벌 회장으로 불리는 기업의 오너들이 많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국내의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오너경영체제라는 이유로 비판을 받는다. 하지만 대기업의 오너시스템은 성공의 결과이지 부정하거나 파괴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경영상의 과실이 있다면 처벌받고 책임을 져야 한다. 단, 그 잘못한 것에 한해서만 처벌받고 비판받아야 하지, 단순히 대기업 오너라는 이유로 무조건 싸잡아 ‘오너는 나쁘다’, ‘경제를 망친다’는 식의 막무가내 논리로 끌어내리는 것은 결코 옳지 않다.
현재 기업지배구조는 학계에서도 정답을 내놓지 못한 문제다. 오너가 지배하는 경영체제와 전문경영인체제 중 어느 쪽이 더 우월하고 합리적인지 쉽게 판단할 수는 없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각각의 장점과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느 쪽이 일방적으로 옳다고 단언할 수 없다. 오직 분명한 사실은 오너경영체제의 기업들이 명실상부 글로벌 대기업으로 자리매김했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는 기업에서 기업가정신의 부재로 파산 혹은 비리 사건이 왕왕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 문제에서는 오너와 전문경영인의 경영체제의 좋고 나쁨을 따져보려면 기업가정신의 발현이라는 맥락에서 접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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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3년부터 20년이 지난 2012년의 삼성그룹은 어떤 모습일까? 임직원 수는 4배가 늘었으며, 매출액은 38배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327배 뛰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2분기 매출액 48조5375억 원, 영업이익 6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사진=미디어펜 |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은 오너경영을 통해 지금까지 성공적으로 성장해왔다. 통신업체 에릭슨과 발전설비업체 ABB, 가전업체 일렉트로룩스, 제약업체 아스트라제네카 등을 거느리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으로 손꼽힌다.
우리나라 삼성전자도 오너경영체제의 장점을 십분 발휘하고 있는 대기업이다. ‘대한민국은 몰라도 삼성은 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삼성의 글로벌 인지도는 대단히 높다. 삼성전자의 경쟁력은 뛰어난 오너십을 중심으로 하는 신속한 의사결정과 일사불란한 조직 체계에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오너 중심 지배구조는 가히 독보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며 국제적인 롤모델로 인정받는다. 많은 해외 기업들이 삼성전자의 조직문화와 지배구조를 부러워하며 본받고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의 오너경영체제를 무조건 비판의 대상으로 삼고 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한 일이다.
오너 시스템에 대한 무차별적인 비판이 난무하면서 오너경영을 무력화하는 각종 규제들도 속속 생겨났다. 순환출자금지와 같은 제도를 통해 기업 자율성을 지나치게 통제하는 것이 그 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대기업의 경영권 안정을 위한 제도가 필요한 시점이지만, 반기업정서가 팽배한 사회 분위기는 이를 결코 인정하려고 하지 않는다. 우리보다 훨씬 잘 사는 선진국은 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주기 위한 다양한 장치가 있는데, 우리나라는 기업의 경영권을 독려하고 자율성을 확보해주기는 커녕 도리어 해체하는 장치들만 넘쳐나고 있다.
오너경영체제의 장점마저 수용하려 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는 분명 문제가 있다. 반기업정서가 도를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사실 기업의 지배구조는 기업 스스로가 결정해야 할 일이다. 소니, 노키아 같은 글로벌 기업들이 파산 직전의 위기에 처한 이유가 무엇일까? 우리가 기업의 경쟁력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바로 기업가정신에 대한 문제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제대로 된 기업가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반드시 위기가 찾아온다.
기업가정신의 지표는 기업경영의 성과다
기업가정신이 잘 발현되고 있는지를 가장 확실히 보여주는 지표는 ‘성과’다. 오너든 전문경영인이든 그들의 기업가정신을 평가하는 잣대는 철저하게 ‘성과’여야 한다. 해당 기업이 시장에서 살아남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때, 즉 시장경쟁에서 성과를 거두어야만 비로소 기업가정신이 발현되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스티브 잡스는 뛰어난 경영성과로 많은 이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가 재임한 기간(1997~2011년) 동안 애플의 시가총액은 115배가 올랐고, 매출액은 18배로 껑충 뛰었으며, 적자였던 회사가 흑자로 전환되었다. 기업이 성장하면서 애플과 함께하는 임직원 수도 2배 넘게 늘었다. 우리나라 사람들 역시 스티브 잡스의 기업경영 성과에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가 보여준 혁신과 창의는 기업가정신의 발현이었다. 그 덕분에 애플은 세계 최고의 글로벌 기업으로 급격히 성장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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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족기업 vs 일반기업의 경영성과 비교. 조사시기 및 대상(2005~2007년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독일 근로자 수 250~5000명의 3만 4416개 기업). /자료출처=Ernst&Young(2010) |
기업가정신의 발현 사례는 국내에도 존재한다. 현대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1999년 취임했다. 당시 외환위기의 여파로 국내 경제 여건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몽구 회장이 취임한 뒤로 현대차그룹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29배 상승했다. 매출은 11배 증가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현대차그룹의 성장에는 적극적인 기술혁신과 해외진출이 큰 몫을 했다. 어려운 시기일수록 도전과 결단을 주저하지 않는 정몽구 회장이 기업가정신을 발휘한 성과다.
삼성그룹 역시 이건희 회장의 기업가정신과 함께 성장했다. 이건희 회장이 1993년 ‘신경영 선언’을 할 당시, 삼성그룹의 매출은 29조 원이었다. 20년이 지난 2012년의 삼성그룹은 어떤 모습일까? 임직원 수는 4배가 늘었으며, 매출액은 38배 증가했다. 시가총액은 무려 327배 뛰었다. 시가총액을 보면 시장에서 삼성그룹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알 수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삼성전자는 분기마다 50조 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실로 엄청나지 않은가?
이처럼 현대차그룹과 삼성그룹은 기업가정신을 십분 발휘한 정몽구 회장, 이건희 회장 덕분에 엄청난 성과를 거두며 가파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비단 두 회장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기업계에서는 오너들의 기업가정신으로 경제성장을 이뤄낸 사례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오너 일가가 지배하는 기업들의 경영성과는 통계자료를 통해서도 확인이 가능하다. 일반 기업들보다 오너가 존재하는 가족 기업들이 고용창출능력, 매출 성장률이나 이익률에 있어 평균적으로 더 높게 나타난다.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주가 상승률 역시 가족 기업들이 더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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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몽구 회장이 취임한 뒤로 현대차그룹은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1999년부터 2012년까지 현대차그룹의 시가총액은 29배 상승했다. 매출은 11배 증가했다./사진=미디어펜 |
오너 일가의 경영 참여가 오히려 리스크로 지목되며 성과 또한 평가 절하되는 국내의 반기업적인 인식과는 큰 차이가 있지 않은가? 더군다나 대기업 비판론자들은 오너지배의 경영 구조가 한국에만 있다는 터무니없는 주장도 하고 있다.
선진국이 많은 서유럽에도 오너지배기업이 일반적인 기업 방식으로 존재한다. Faccio&Lang의 2002년 연구를 살펴보자. 서유럽 13개국의 상장사 5232개사의 소유 현황을 분석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오너 일가가 경영에 참여하는 가족지배기업이 50%를 넘는 국가가 5곳이나 된다. 프랑스의 경우 가족지배기업 비율이 64.8%에 달하며 독일 역시 64.2%다. 2011년 포브스 11월호에 실린 자료를 보면 중국도 비슷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가족지배기업은 460개로 민영상장기업의 32.68%를 차지한다.
자, 이래도 오너가 지배한다는 이유만으로 경영 성과나 기업의 가치를 평가 절하할 수 있겠나. 실제로 오너가 경영하는 기업은 다양한 장점을 갖는다. 장기적 안목에서의 경영계획 수립, 신속한 의사결정, 고용구조 안정화, 책임경영 도모, 주주 가치의 실질적 확보, 위기 상황에서의 구심점 기능, 이해관계자와의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거래 관계, 대리인 문제 해결 등등 모두 기업의 오너가 기업가정신을 더 활발히 펼칠 수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단언컨대 기업의 발전은 기업가정신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업가정신이 오너에게서 더 크게 발현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다. 그리고 오너경영체제하에서 기업가정신을 평가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지표인 기업경영 성과가 우수했음을 확인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오너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기업이 리스크를 안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겠는가? 이러한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기업가를 매도하는 일이 더 이상 없어야 할 것이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