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전 타임지는 100년 뒤 가장 걱정스러운 일 중 첫 번째로 거리의 ‘말똥’을 꼽았다고 한다. 당시 상상했던, 오염 물질이 넘쳐날 미래의 도시는 끔찍했을 것이다. 하이힐이 만들어진 이유도 당시의 지저분한 거리를 걷기 위해서였다. 100년이 지난 지금, 도시 어디에서도 말똥을 찾아볼 수 없다. 말똥이라는 환경오염에 대해 해결책을 찾지 못했던 나라들이 어떻게 극복할 수 있었을까?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문명의 발달을 거부하는 습성을 지닌 환경론자들의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최승노 부원장은 과학의 발달에 따른 기술 혁신과 경제성장을 해답으로 밝히면서, 극단적인 종말론의 허구에 대하여 이야기한다. 저서는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의 마지막, 열 번째 책으로 출간되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선택권과 재산권을 존중하며 개인이 잘살아야 나라가 발전한다고 믿는 시장론자이며, 낙관주의자이다. 자유경제원에서 강연, 집필 활동을 통해 자유주의를 널리 전파하는 일을 하고 있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은 저서를 통해 경제성장이 환경을 개선하고 사람들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시켰음을 들려준다. 미디어펜은 ‘스토리 시장경제 시리즈’ 10권 완간을 기리며 7권부터 10권까지 각 권 당 2편씩 게재한다. 아래 글은 10권 『환경을 살리는 경제개발』에서 발췌했다.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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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 |
산에 케이블카 하나 놓는 게 어려워서야
지리산 케이블카 논쟁
지리산은 전남 전북 경남 세 개 도에 걸쳐 있는 남도의 명산이다. 해발 1900여 미터의 천왕봉은 남한에선 한라산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봉우리다. 한라산이 제주도에 있으니 본토 기준으론 지리산 천왕봉이 가장 높은 셈이다.
이 천혜의 자연 자원을 활용하기 위해 그간 많은 노력이 있어 왔다. 대한민국 최초의 국립공원이 바로 지리산 국립공원이었다는 점도 그 방증이다. 얼마 전부턴 케이블카를 설치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설악산 한라산 북한산 등엔 이미 케이블카가 설치됐거나 설치하는 중인데 유독 지리산에만 없다면 이상한 일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케이블카 설치 시도는 곧바로 환경 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환경 단체들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산을 찾는 이들이 늘고 그렇게 늘어난 등산객에 의해 산이 더 심하게 훼손될 거라고 주장했다.
산이 훼손되는지 여부는 일단 차치하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이 지리산을 찾고 즐기는 걸 반대하는 건 너무 우스꽝스럽다. 놀이공원을 찾는 관람객 수가 늘면 놀이기구의 훼손도 따라서 늘 테니 관람객 수를 줄이자는 말과 같다. 단지 등산객이 많아진다고 해서 산이 더 훼손되진 않는다. 등산객이 늘면 느는 만큼 산을 더 세심하게 관리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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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리산 정규 탐방로 개방(위), 바래봉 철쭉(아래). 지리산 케이블카 설치 시도는 곧바로 환경 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환경 단체들은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지리산을 찾는 이들이 늘고 그렇게 늘어난 등산객에 의해 지리산이 더 심하게 훼손될 거라고 주장했다./사진=MBN, 지리산 국립공원 홈페이지 캡처 |
환경주의자들은 케이블카를 떠받치는 철근 기둥도 문제 삼는다. 산 중턱에 흉물스러운 철근 기둥이 들어서면 지리산의 아름다운 풍광이 망가질 거라고 주장한다. 지리산의 절경은 지리산 국립공원의 핵심 자원인 만큼 케이블카가 그걸 망쳐선 안 된다. 언뜻 생각하면 맞는 말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리산엔 이미 여러 개의 철탑이 들어서 있다. 지리산뿐만 아니라 백두대간 능선을 따라 우리 산엔 수백여 개의 거대한 송전용 철탑이 설치돼 있다. 그런 상황에서 고작 케이블카 철탑 몇 개가 산의 흉물이 된다는 주장은 지나치다. 더구나 어떻게 관리하고 홍보하느냐에 따라 케이블카의 철탑도 파리 에펠탑처럼 등산할 때의 또 다른 볼거리로 만들 수 있다.
환경 운동가들의 반대와는 다르게 지리산의 지역 주민들은 케이블카 설치를 염원하고 있다. 경남 산청군과 함양군, 전남 구례군 등 여러 지자체에서 케이블카 유치를 적극 추진하는 중이다.
환경 엄숙주의에 발목 잡힌 백두대간 개발
케이블카 설치를 반대하는 생각의 뿌리엔 인간은 가급적 자연에 손대지 말아야 한다는 환경 엄숙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그런 이들에게 산에 케이블카를 놓자고 하거나 산 정상에 고급 호텔이나 유락 시설을 짓자는 얘기를 하면 격렬한 반대가 돌아온다.
하지만 그런 엄숙주의의 결과 우리나라의 크고 좋은 산들은 전문 산악인이나 산을 항상 찾는 몇몇 소수의 전유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지리산이나 설악산과 같은 큰 산에 오르려면 몸도 건강하고 산을 타는 기술도 있어야 하고 고가의 등산 장비도 갖춰야 한다. 평범한 체력과 기술을 가진 사람들은 국립공원에 가려면 솔직히 큰맘을 먹어야 한다.
지리산과 같은 대규모 국립공원은 국민 누구나 이용하고 거기서 즐거움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일반인도 오르기 부담스럽다면 우리 국민의 16퍼센트에 달하는 노약자와 장애인은 더 말할 게 없다. 2013년 강원도장애인단체연합회는 “이제 국립공원에도 교통 약자를 위한 이동권이 보장되는 등 산지 민주화가 일어나야 한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케이블카 얘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환경 엄숙주의가 우리 국민들에게 가져다준 폐단은 비단 케이블카 하나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산 정상까지 어떻게 올라갔다고 치자. 우리 국립공원엔 취사를 하거나 숙박을 할 곳이 마땅찮다. 잘 곳이라곤 쪽잠을 잘 수 있는 대피소 정도가 전부다. 이제 막 형성되기 시작한 한국의 등산 문화에서 비바크 문화가 먼저 자리 잡은 건 이렇게 국립공원에 숙박시설이 부족한 탓이 크다. 산 정상에 고급호텔이나 리조트가 자리잡은 유럽이나 미국, 일본의 등산 문화와 비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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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세계유일의 온전한 연안습지 순천만. 지금 우리의 산과 바다, 강과 호수는 더 많은 관광 소비를 필요로 한다. 국민들은 관광을 통해 심신의 즐거움을 얻고 관광 산업 쪽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늘어난 수익은 자연 자원을 보호하는데 다시 투자될 것이다./사진=순천만자연생태공원 홈페이지 |
굳이 노약자와 장애인의 출입을 막았다면 공원 환경이라도 제대로 보호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것도 아니다. 지리산이나 설악산처럼 거대한 공원에 산림 감시원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런 만큼 훼손 행위가 벌어져도 충분히 관리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왜 감시원들이 충분하지 않는가? 국립공원이 확보하는 예산이 부족한 탓이다. 그럼 예산은 왜 모자란 건가? 공원 운영 수익이 형편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답은 나온 것이다. 지금 우리의 산과 바다, 강과 호수는 더 많은 관광 소비를 필요로 한다. 국민들은 관광을 통해 심신의 즐거움을 얻고 관광 산업 쪽은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늘어난 수익은 자연 자원을 보호하는데 다시 투자될 것이다. 몇몇 환경 운동가들은 케이블카가 자연을 훼손한다고 주장하지만 등산객들이 케이블카를 통해 이동하면 오히려 등산로 쪽엔 부담이 줄어들어 생태계를 보호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산 정상의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도 케이블카가 있다면 간단히 해결된다. 투자가 곧 환경 보호인 셈이다.
자연을 그저 가만히 모셔 두는 건 구시대적 환경 보호 관념이다. 적극적으로 자연을 개발하고 이용하는 게 인간도 행복하고 환경도 보호되는 길이란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최승노 자유경제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