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영업 중단하란 말" 민주당 가산금리 개정안 급물살
2025-03-27 14:52:35 | 류준현 기자 | jhryu@mediapen.com
개정안 처벌조항에 은행권 절충안 제시…대출영업 딜레마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권 대출 가산금리에 원가를 반영하지 못하게 하고 이를 어길 경우 임직원을 처벌하는 내용의 은행법 개정안 입법을 강행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연합회가 은행권 의견을 수용해 절충안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은 그동안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에 발맞추기 위해 기준금리 인하 속에서도 가산금리 부과로 대출총량 관리에 일조했는데, 법안이 현실화되면 사실상 대출영업에도 지장을 줄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 속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도 지난 26일 2심 무죄를 선고받은 만큼 개정안이 더욱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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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0일 오후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서 은행장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5.1.20/사진=연합뉴스 제공 |
27일 금융권 및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 의원이 지난해 12월 30일 발의한 은행법 개정안에 대해 은행연합회는 지난 17일 '위반 시 1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조항을 삭제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은행연합회는 의견서에 '벌칙조항 외 추가 의견을 제시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민 의원의 법안을 수용하면서도, 처벌조항은 현행 은행법에 따라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는 자율규제로 대체한다는 심산이다. 이에 민 의원실도 은행권 요구를 수용하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해당 개정안은 은행이 부담하는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등의 각종 출연금을 대출금리의 가산금리에 포함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 기술보증기금·신용보증기금·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지역신용보증재단 출연금은 출연요율의 50% 이상을 대출금리에 포함하지 못하도록 명시했다. 이를 위반하면 은행 임직원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통상 은행들은 △지급준비금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기보 출연금 △신보 출연금 △지역신용보증재단 및 신용보증재단 중앙회 출연금 △주택금융신용보증출연금 등을 부담해야 한다. 이를 은행들은 대출 가산금리에 녹여내 부담을 최소화하고 있다. 은행이 대출이자에 각종 법정 출연금, 지급준비금, 보험료 등을 반영해 소비자에게 받아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보증부 대출을 위한 각종 법정출연금을 보증과 관련이 없는 물적담보 및 신용대출 이용자에게도 부과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은행이 손실은 일절 보지 않으면서도 부담해야 할 비용을 금융소비자에게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게 민 의원의 시각이다.
민 의원은 당시 개정안 제안이유에 대해 "최근 고금리 상황이 지속됨에 따라 가계 및 기업 금융소비자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반면 은행권은 이자수익이 크게 증가했다"면서도 "은행이 대출금리에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와 법정 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도록 함으로써 은행의 수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및 수익자부담원칙 간의 균형성을 제고하려 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민 의원 개정안은 정무위 심사단계에 계류돼 있다. 하지만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의 발언 이후 다시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진 의장은 이달 6일 "국민의힘이 위원장을 맡은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들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은행법·가맹사업법·상속세법·반도체특별법이 대표적인데 국민의힘이 몽니를 부린다면 더 기다리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더욱이 여소야대 정국인 만큼, 진 의장의 의중대로 강행할 경우 법안 통과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정무위에서 민주당 의원은 24명 중 14명에 달하고, 조국혁신당과 사회민주당 등 야당도 각 1석이 있다.
아울러 은행법 개정안은 민주당 연석회의에서도 공식 거론됐다. 민주당 연석회의는 이재명 당대표가 공동의장을 맡고 있는 당내 기구로, 지난 12일 발표한 민생 관련 20대 의제에 은행법 개정안이 반영됐다. 또 이 대표가 올해 1월 국내 6대 시중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을 깜짝 소집해 간담회를 가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은행들도 좌불안석이다. 가계부채 폭증 위기 속 금융당국은 그동안 은행권에 대출총량규제 등의 창구지도를 펼쳤다. 이에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과다부과하는 식으로 대출수요를 잠재웠다. 신규대출 영업을 중단하거나 금리를 높게 산정해 수요를 옥죄는 방법 외에는 마땅한 카드가 없는 까닭이다.
다수 은행들은 금리인하기인 만큼 대출금리 인하는 당연하다면서도, 당국 기조를 따르려면 우대금리를 줄이고 가산금리를 늘리는 게 최선이라는 의견이다. 아울러 은행이 공공성을 고려해야 하지만 엄연히 주주가 있는 주식회사인 만큼, 수취해야 할 비용을 받아내고 부담을 최소화하는 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에 처벌조항까지 더해지면서 손 쓸 방도가 없다는 평가다. 한 은행 관계자는 "조기 대선 가능성이 열려 있고 정무위를 잡고 있는 민주당이 관련 법을 입법했다보니 은행들이 사전에 제재수위를 조절한 것 같다"며 "한쪽(당국)에선 가계대출 관리를 요구하고, 다른 쪽(민주당)에선 가격(금리)에 개입하는데 어떻게 대응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