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덴코 외무차관 “올해 안 김 위원장 러시아 방문 현재 준비 중”
과거 김정일 열차로 23박 24일 모스크바 간적도…직항편 없어
9월 동방포럼 계기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다시 만날 것이란 관측도
통일부 “북한 외교, 러시아 중심…중국과 관계 개선에 많이 노력”
[미디어펜=김소정 기자]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 러시아를 방문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27일 보도했다. 이 매체는 안드레이 루덴코 러시아 외무차관을 인용해 “올해 안에 김 위원장의 러시아 방문을 현재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북한과 전략적 대화를 이어가기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평양 방문도 준비 중”이라고 전했다.

김정은이 올해 러시아를 방문한다면 지난 2023년 9월 이후 2년만이다. 당시 김정은은 러시아 극동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만나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 다음해인 2024년 6월 푸틴 대통령이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을 다시 만났다. 푸틴 대통령의 북한 방문은 24년만이었다.

앞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21일 방북해 김정은을 만나 푸틴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정은의 방러설이 커지기 시작했다. 오는 5월 9일 모스크바에서 개최되는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이 참석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전승절 80주년 열병식에 김정은이 참석할 가능성에 대해 “(김정은은) 러시아를 방문할 ‘유효한’ 초대장을 받았고, 외교채널을 통해 조정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쇼이구 서기의 방북 이후 크렘린궁이 이같이 밝힌 상황에서 러시아 외무부가 이날 다시 김정은의 방러 계획을 재확인한 것이어서 북러 간 정상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다만 루덴코 외무차관이 김정은의 전승절 기념식 참석을 확인하지 않은 채, 방러 시기도 ‘올해 안’이라고 폭넓은 범주에 넣은 것이 눈에 띈다. 그러면서도 “현재 준비 중”이라는 말은 방문이 임박했음을 나타내기도 했다.

러시아가 김정은의 방러 시기를 미리 공개하지 않은 것이 경호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만, 방러 시기가 꼭 5월 전승절이 아닐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것도 사실이다. 무엇보다 러시아 전승절 기념식은 모스크바에서 열리기 때문에 지난 러시아 방문 때 기차를 이용해온 김정은 입장에선 고려할 사항이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 평양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함께 19일 평양체육관에서 열린 '환영 공연'을 관람했다고 노동신문이 20일 보도했다. 2024.6.20./사진=뉴스1

만약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기차로 이동한다면 최소 6일 이상이 걸린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지난 2001년 7~8월 방탄 열차를 이용해 23박 24일 일정으로 모스크바를 방문했었다. 지금도 평양에서 모스크바까지 직항편이 없기 때문에 김정은이 비행기로 모스크바에 가려면 2018년 북미 싱가포르 정상회담 때처럼 제3국에서 전용기를 빌려야 한다. 

여기에 김정은이 다자외교무대에 참석한 적이 전혀 없기 때문에 여러나라 정상들이 모이는 러시아 전승절 기념식에 김정은이 참석할지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렇다면 이번 전승절 열병식엔 북한의 열병식 군대만 참석하고, 김정은은 9월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동방경제포럼 계기 러시아를 방문할 가능성도 있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하는 푸틴과 포럼 전후에 만나 정상회담을 갖는 방식이다. 

한편, 통일부는 이날 최근 북한의 외교의 중점은 러시아이고, 우크라이나전쟁에 북한군을 파병한 대가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방위적으로 교류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김정은은 푸틴 대통령에 대한 호칭을 ‘각하’에서 ‘동지’로 바꾼 사실도 설명했다. 2023년 8월 15일자 서신부터 ‘동지’라고 불렀고, 작년 12월 30일 서신에선 ‘뜨거운 동지적 신뢰’라고 표현됐다. 

또한 통일부는 북한이 “그동안 소강 국면이던 중국과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면서도 “하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단체관광객들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고 있고, 고위급 인사교류가 없는 점에서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통일부는 “북한이 트럼프 2기 행정부를 맞아 대미 비난 횟수는 증가했으나 비난수위를 조절하는 등 관망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면서 특히 ‘김여정 담화’가 과거 구어체에서 문어체로 바뀌고, 조롱하는 표현도 사라진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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