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은 순수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감성 호소
   
▲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응답하라 1988」의 보라는 정말로 잘못이 없을까?

도처에 좌편향 일색이다. 좌편향 안 된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교육, 언론, 예술, 도서 거의 다 그렇다. 드라마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대사, 화면 곳곳에서 좌편향 현상을 찾아볼 수 있다. 최근에도 있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 5회에서 성동일의 큰 딸 성보라가 데모 현장에 전면으로 나섰다가 경찰서에 잡혀 들어가는 장면이다.

딸이 데모한 것을 알게 된 성동일은 “정신이 있냐”부터 시작해 “인생 망치려고 환장했냐. 데모하다 잡혀가면 빨간 줄 생긴다” “평생 너 하나만 믿고 산 네 엄마는 어쩌고 데모를 하냐”며 노발대발한다. 대학생 자녀가 데모를 하고 그것을 말리는 부모의 장면은 식상할 정도로 익숙하다.

다만 불편했던 것은 경찰서에 잡혀간 보라가 훈방조치 됐을 때다. 이웃 주민이 “이참에 따끔하게 혼을 좀 내이소. 딱 앉혀 놓고 제대로 인상 팍팍 써가면서 겁을 주란 말입니다”라고 하자 “아 이 사람아. 뭐라고 혼을 내나.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디. 뭐라고 무릎 꿇키고, 겁을 팍팍 주면서 화를 내겄소” 하며 한숨을 쉰다. 슬픈 음악과 함께.

   
▲ ‘민주화 운동 실체’에 대한 논란이 현재진행형임에도 ‘순수한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 민주화 운동은 순수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사진=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공식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페이지

이 장면을 두고 여러 매체에서 ‘성동일의 진심’ ‘보라의 희생’을 운운하며 민주화 운동을 예찬한다. 80년대 대학생들의 희생 덕에 대한민국은 어느 정도 민주화의 과실을 맛볼 수 있었다고도 했다. 이들 매체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목숨 걸고 싸운 이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민주화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최근 있었던 민중총궐기를 암시하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보라는 정말 잘못이 없을까? 극중 성동일의 말대로 나쁜 짓을 한 게 아닐까?

80년대 학생운동의 중심이었던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은 “선배들 중에는 진짜 민주화 한 분들이 있지만 나는 빨갱이 운동을 했다. 민주화 운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활동 시기는 1980년부터 1988년까지다. 드라마 속 데모 시기와 동일하다. 그는 학림 사건에 대한 재심은 물론,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청구하지 않았다. 지난날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민주화 운동 실체’에 대한 논란이 현재진행형임에도 ‘순수한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믿는 사람들, 민주화 운동은 순수하다고 믿는 사람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첨예하게 대립중인 시대를 두고, 드라마가 나서서 “나쁜 짓을 한 것도 아닌데” 라며 감성적인 호소를 하는 것은 엄연히 편향이다. 이 대사가 미칠 파급력을 생각했어야 했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대한 기대감이 컸던 탓인지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숱한 화제를 낳고 있는 드라마인 만큼 민감한 이야기를 다룰 땐 좀 더 신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우현 자유경제원 연구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예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 보라는 정말 잘못이 없을까? 극중 성동일의 말대로 나쁜 짓을 한 게 아닐까? 민주화운동은 무조건 선이라는 의식을 심어주는 드라마 '응답하라 1988'./사진=TVN드라마 '응답하라 1988'의 스틸컷, 영상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