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입법 홍수…경제 발목 잡는 노사관계·노동시장 개선은 없어
자유경제원은 17일 마포 리버티홀에서 19대 국회평가 연속토론회를 개최했다. 자유경제원의 19대 국회평가연속토론회는 5회에 걸쳐 입법, 정치, 경제, 노동 등 각 분야별 ‘19대 국회 실패사(史)’를 분석함으로써 20대 국회 바로세우기의 첫 장을 쓰겠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이날 열린 제 4차 노동분야 토론회에서는 노사정위원회라는 사회적 합의기구 뒤에 숨어 청년실업, 노동시장 경직 등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19대 국회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이 오갔다.

패널로 나선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는 “19대 국회 노동분야 입법은 ‘본격적인 포퓰리즘적 입법 발의 시대’로 평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사내하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안, 고용형태공시제도 등은 해외 선진사례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것들이며 ‘60세 정년연장법’ 개정으로 입법 후 일명 뒷북치는 부끄러운 선례를 남겼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교수는 “부디 20대 국회는 19대 국회의 전철을 밟지 않고 고용창출을 위해 필요한 돌직구식 노동입법 활동을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아래 글은 이상희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제19대 국회 평가: 노동분야 토론문

Ⅰ. 본격적인 포퓰리즘적 입법발의 시대?

19대 국회는 여당까지 가세해 노동분야에서 포퓰리즘적 입법이 본격적으로 발의되는 시대에 돌입했다.

2012년 5월 19대 국회 개원 1호 법안 발의로서 비정규직 희망사다리법이라는 이름으로 사내하도급 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사내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안,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 고용정책 기본법 개정안 등을 새누리당 대표(이한구의원외)가 발의했다.

사내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안은 사내도급 교체시 사내도급 근로자 고용승계 보장, 사내도급근로자와 원청근로자간 차별금지 및 시정절차를 비정규직법(기간제법) 규정을 준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해외사례가 전무한 입법을 시도했다.

기간제법 및 파견법 개정안은 차별시정 신청 근로자에 대한 시정명령을 동일 사업장의 유사업무 비정규 근로자에게도 확대토록 명령권을 부여하고, 차별행위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제도 신설 등 비정규직 보호를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안은 대기업 고용형태 공시제도 도입으로 대기업의 기간제, 파견은 물론 용역, 도급까지 포함하여 여러 생산방식과 인력 활용 내역 공시를 의무화한다. 이 또한 해외사례가 전무한 입법으로서, 이를 통해 대기업의 부정적 이미지가 부각되고 기업 경영전략이 노출된다. 

   
▲ 야당에서는 사내도급근로나 파견근로 등 이른바 간접고용을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파격적 개정안이 등장함에 따라 향후 사내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주요 글로벌 선진국가에서는 사내도급근로자 보호 필요 논의는 발생할 수 있으나 사내도급고용을 규제하는 직접적인 시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과 대조적이다./사진=연합뉴스


Ⅱ. 노동정책 성역지대? 구축

19대 국회는 해외에서 발견되지 않는 사내도급근로자보호법이나 고용형태 공시제도 같은 특별한 규제를 담은 입법을 홍수처럼 내놓으면서 정작 우리 노사관계나 노동시장 환경 개선에 필요한 입법 개선 노력은 소극적이었다.

또한 글로벌 노동환경, 글로벌 시장환경 등에 비추어 해외사례조차도 없는 것으로서 개혁이 필요한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제조업 파견근로 허용 등은 거의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제도 개선 논의는 오히려 참여정부시 노사관계 로드맵 논의 때도 다루어졌던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성장과 기업경쟁력을 고려하는 새누리당 집권 과정에서 한번도 검토되지 못했던 것은 치명적이다.

주요 글로벌 제조강국에서는 이미 십수년 전에 모두 허용한 제조업공정업무에 파견근로 허용 시도를 한 번도 하지 못하고 파견근로자 보호와 관련한 차별시정제도 등 안정성 보완만 강화해왔다.

19대 국회는 향후 파업 시 대체근로금지 개선이나 제조업공정업무 파견허용 문제 등을 꺼내지 못하도록 (마치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지대로 만들어 내는 여건을 구축하여 버렸다.

Ⅲ. 입법 후 뒷북치거나 치밀한 검토 논의가 없는 입법 사례

19대 국회시 최대의 악수는 60세 정년을 의무화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이다. 이는 2012년 8월 새누리당 김성태의원 대표발의, 이완영의원 대표발의, 그밖에 야당의 이목희의원 대표발의 등 수개의 정년연장을 주요 골자로 하는 고령자고용촉진법 개정안을 대안마련을 통해 처리했다.

그런데 개정안 처리 시 정년연장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연공임금 증가에 따른 신규고용 위축 가능성에 대비하여 임금피크제등 임금조정 도입을 조건으로 정년연장을 의무화 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정년연장 의무화로 처리하였다.

이것은 최근 노동개혁 과정에서 이미 기득권으로 확보된 정년연장시 임금체계 개편 등 취업규칙 변경과 관련한 가이드라인 제정을 둘러싼 노사정간 소모적인 갈등을 초래한 것으로서 입법 후 뒷북치는 전형적 사례에 해당하는 것이다.

   
▲ 19대 국회는 여당까지 가세해 노동분야에서 포퓰리즘적 입법이 본격적으로 발의되는 시대에 돌입했다./사진=미디어펜


19대 국회 입법과정에서 대국민 인기 영합적 행위 결과 기업경쟁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 것인지 치밀한 검토 내지 숙고가 전혀 되지 않은 대표적 사례는 대기업 고용형태공시제도를 도입하는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이다.

고용형태공시제도는 300인 이상 대기업에 적용되는 제도로서 사업주는 매년 무기계약자(정규직), 기간제, 무기계약과 기간제 이외의 근로자, 파견근로자 등 다른 사업주가 고용한 (용역 도급근로자 등)자(법시행령 제1조의2 제1항 각호) 등을 공시해야 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이다.

이 제도 도입 시 기업의 생산방식, 인력활용 관련 경영전략등이 외부에 노출되는 부작용은 물론, 대기업에서 활용하는 다양한 형태의 인력을 비정규직으로 사용하는 나쁜 기업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 가능성 우려 등이 지적되었다.

무엇보다도 대기업 업종마다 용역 도급 등 다양한 생산방식이나 인력활용을 필요로 할 수밖에 없는 경우, 동제도 시행 후 지나친 비정규직 사용기업으로 낙인 당하는 부정적 효과가 발생하여 해당기업들로부터 시정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Ⅳ. 19대 국회, 이후에도 후유증 남길 듯

2012년 5월 발의된 사내하도급 근로자보호법, 기간제법, 파견법 등 주요 개정 입법은 이후 막대한 영향을 주었거나 향후 계속 줄 것으로 예상된다.

2013년 4월에는 여야당 발의안을 참고로 새로운 환경노동위원회안을 만들어 처리했다. 기간제법 및 파견법 처리에 있어서, 유사 비정규직 근로자에 대한 차별시정명령 확대 요구권과 차별행위자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책임 등을 신설했다. 또 대기업 고용형태공시를 의무화 하는 고용정책기본법은 2012년 11월 22일 원안 가결했다. 

대기업의 업종 특성상 필요한 생산방식이나 인력활용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용역이나 도급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업 등 일부 대기업에서 직영정규직 이외의 비정규직 사용 기업으로 공개되는 부작용이 발생된다. 무엇보다도 향후 20대 국회가 꾸려진 이후에도 사내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이 재추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 19대 국회는 향후 파업 시 대체근로금지 개선이나 제조업공정업무 파견허용 문제 등을 꺼내지 못하도록 (마치 건드리지 말아야 할) 성역지대로 만들어 내는 여건을 구축하여 버렸다./사진=미디어펜


야당에서는 사내도급근로나 파견근로 등 이른바 간접고용을 아예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근로기준법, 파견법 등 파격적 개정안이 등장함에 따라 향후 사내도급근로자보호법 제정 가능성이 높을 수도 있다.

주요 글로벌 선진국가에서는 사내도급근로자 보호 필요 논의는 발생할 수 있으나 사내도급고용을 규제하는 직접적인 시도는 거의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음과 대조적이다.

이밖에 19대 국회의 고용창출을 이유로 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질 좋은 청년고용을 이유로 한 인기영합적인 파격적 최저임금인상 법 개정안 등장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대 국회에서 발생한 포퓰리즘적 입법발의는 향후 20대 국회에서도 제로베이스에서 출발할 가능성보다 재등장 가능성이 점쳐지지 않도록 하는 여건 조성이 필요하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지식융합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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