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화벌이 기구들, 총국·지도국·무역회사로 세분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에 따른 신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노동당 39호실’이 포함됐다. 

39호실은 북한 당국이 관여하는 모든 외화벌이를 총 지휘하는 부서이지만 이번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야 처음 포함되면서 실효가 주목된다.

이번 안보리 결의는 육해공을 통한 북한의 불법 수출입을 제한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이 주로 선박을 이용해 불법 물품을 수입하고 수출해온 만큼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안보리 결의가 실효를 거두려면 북한이 선박을 위장하는 것은 물론 선박에 불법 물품을 비밀스럽게 숨기는 위장술을 간파할 필요가 있다. 또 북한의 외화벌이 기구마다 산하에 총구과 지도국, 무역회사, 금융회사 등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어 이를 간파해야 ‘구멍’을 막을 수 있다. 

실제로 이번 결의 이후 첫 제재 사례로 필리핀이 북한 선박 ‘진텅호’를 전격 몰수한 일이 5일 벌어졌다. 이 선박에는 의심스러운 물질이 선적돼 있지 않았으나 진텅호 자체가 제재 대상 리스트에 오른 국적 세탁선인 아프리카 시에라리온으로 드러났다.
 
이 선박은 북한 원양해운관리회사(OMM) 소속 선박으로 OMM은 대량살상무기(WMD)와 관련된 물자를 운반한 사실로 이미 제재 대상에 올랐던 기업이다. 이번에 안보리는 OMM 소속 선박 31척을 동결 대상에 포함시켰다. 

OMM 소속 선박이 제재 대상에 오른 것은 지난 2013년 7월 북한 청천강호가 설탕 수천톤 속에 미그-21 전투기 등 무기를 숨겨서 운반하다가 파나마운하에서 적발된 것이 계기가 됐다. 현재 진텅호의 소유주는 홍콩 침사추이에 주소를 둔 ‘골든소어개발’로 등록돼 있다고 하니 북한의 위장술이 대단하다.  

이번에 필리핀 당국이 북한의 선박 위장을 발각한 것은 좋은 신호로 해석된다. 북한은 선박을 위장할 뿐 아니라 선박에 물자를 선적하면서도 위장술을 발휘해온 것이 사실이다. 앞서 언급한 청천강호가 무기와 함께 설탕을 선적한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위장이다. 

더구나 당시 함께 선적한 설탕 또한 합법과 불법 사이 애매한 경계선에 걸쳐 있는 품목이라고 한다. 6일 정통한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수입하는 설탕은 식용으로도 사용되지만 화약의 성능을 높이는 데 사용된다고 한다. 

   
▲ 북한 4차 핵실험과 장거리미사일 실험발사에 따른 신규 유엔 안보리 제재 대상에 ‘노동당 39호실’이 포함됐다. 39호실은 북한 당국이 관여하는 모든 외화벌이를 총 지휘하는 부서이지만 이번 안보리 결의 2270호에서야 처음 포함되면서 실효가 주목된다./자료사진=연합뉴스


북한에서 설탕 수입은 39호실 산하 모란지도국에서 독점하고 있다. 외화벌이를 총 지휘하는 39호실이 설탕 수입을 단독 관리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유엔 대북제재 효과를 더욱 높이기 위해서는 가령 모란지도국의 설탕 수입량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이를 의심하고 제한하는 제재를 추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동안 39호실의 존재 여부를 놓고 국내에서도 엇갈린 주장이 나왔고, 실제 유엔 제재 대상으로 오르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 점을 감안할 때 그 산하기구를 구체적으로 명확하게 파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39호실 산하에는 모란, 낙원, 대상, 선봉 등의 이름을 가진 지도국이 있다. 각 지도국별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해외지부가 10~20곳 있고, 무역회사가 100여개 있다. 39호실 산하 대응지도국은 대흥지도국은 송이버섯을 독점으로 수출하고 있다. 

이 밖에 북한에서 외화벌이에 관여하는 국가기관은 총참모부, 호위총국, 정찰총국, 보위사령부, 국가안전보위부, 제2경제위원회, 제2자연과학원, 중앙당 등 거의 모든 국가기구를 망라한다. 

북한에서 가장 많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것은 무기수출로 제2자연과학원과 제2경제위원회는 물론 정찰총국 산하 연락소들과 보위사령부가 관여하고 있다. 중앙당 기계사업부 직속 흑연무역회사, 중앙당 조직군사부 직속 백두산지도국(일명 216지도국)도 포함된다.

정찰총국 산하 519연락소와 비로봉무역회사 직원들, 보위사령부 산하 연락소들은 직접 해외에 나가 무기거래를 담당한다. 심지어 소말리아 해적과도 무기 판매를 거래하는데 이는 제2경제위원회 소속 무기무역회사인 창광회사가 담당한다.

또 제2경제위원회는 화학약품인 염산을 독점 수입하고 있다고 한다. 염산은 모든 금속물의 열처리에서 사용된다. 제2경제위원회는 그 아래 대외경제총국과 그 아래 영봉관리국, 창광회사 등을 두고 있다.    

북한이 불법 수출하는 마약 역시 외화벌이에 한몫 톡톡히 하고 있다. 이는 주로 국가안전보위부 312호와 보위사령부 31부 소속 직원들이 외교여권을 이용해 외국에서 마피아들과 연계해 판매한다. 

지금까지 유엔의 제재 대상을 받던 기존 북한 단체는 20곳, 개인 12명이었다. 이번 안보리 2270호에 따라 단체 12개와 개인 16명 등 28곳이 새롭게 ‘블랙 리스트’에 올랐다. 따라서 단체 32개, 개인 28명 등 60곳으로 제재 대상이 늘었다.

단체로는 국방과학원, 청천강해운, 대동신용은행, 혜성무역회사, 조선광선은행, 조선광성무역회사, 원자력공업성, 국가우주개발국, 군수공업부, 정찰총국, 39호실 제2경제위원회가 새로 지정됐다.

원자력공업성과 국가우주개발국은 실질적으로 핵실험 및 미사일 발사를 준비한 핵심 기관이고, 정찰총국은 대남 도발을 총괄해온 기관이다. 군수공업부는 지난 1월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서명한 문서에 등장했으며 핵 실험은 물론 북한의 군수산업 전반을 지도·감독한다.

개인으로는 미사일 개발 핵심기관의 수장인 최춘식 제2자연과학원장, 탄도미사일·재래식무기 수출 금융업무를 지원해온 단천상업은행의 최성일 베트남 대표, 현광일 국가우주개발국 과학개발부장, 리만건 군수공업부장 등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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