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ICT·VR·AR…'생산자=소비자' 프로슈머 시대 어디로 가나
자유경제원이 7일 주최한 ‘예술인이 본 시장경제시리즈’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입을 모아 “예술, 문화시장에서의 독점은 다수의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은 결과”라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독점을 나쁜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경제원은 독점이 정말로 나쁜 것이냐는 문제의식으로 이날 행사를 준비했다.

패널로 참석한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자유화의 강점은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이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는 것”이라며 “과거 경쟁과정을 거쳐 승자가 된 기존의 독과점기업들도 한 순간 방심하면 새로운 기업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누군가 잘나간다고 해서 인위적으로 이를 막으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 교수는 “독점은 늘 존재하지만 독점하는 자는 늘 바뀐다”고 강조했다. 아래 글은 오정근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독과점 이윤동기가 성장을 촉진시킨다

농업사회를 전제로 한 완전경쟁이론과 경제학의 오류

자유시장경제론자들이 혼란스럽게 생각하기 쉬운 경제학 문제 중 하나가 경쟁과 독과점의 관계다. 자유시장경제(free market economy)란 시장의 경쟁을 중시하는데 한편에서는 경쟁 결과 경쟁우위에 있는 기업들이 독과점 형태로 시장을 지배하기 십상이고 실제로 자본주의 시장경제의 보편적인 형태가 독과점 형태다. 이 모순처럼 보이는 상반되는 문제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대부분 경제원론에서도 혼란스럽게 가르치고 있다.

우선 경제학에서 경쟁적 시장(competitive market)이란 판매자와 구매자가 무수히 많아서 그 누구도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의 시장을 의미한다. 여기에 완전경쟁시장(perfect competitive market)이라고 하면 거래되는 상품도 완전 동질적이라는 조건이 하나 더 추가된 경쟁시장을 의미한다. 완전히 동질적인 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무수히 많아서 그 누구도 가격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상태인 시장을 경제학에서 완전경쟁시장이라고 한다.

이 사장에서는 가격은 완전히 시장에서 결정되고 생산자와 수요자는 가격수용자(price taker)다. 따라서 수요곡선은 가격이 수직, 수량이 수평인 평면에서 수평이 된다. 수평인 수요곡선 이론에서는 가격은 이미 시장에서 결정되므로 생산자의 초과이윤이 존재할 수 없고 생산량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데 경제원론에서는 수요곡선을 우하향하는 것으로 가르치고 있다. 수요곡선이 우햐향한다는 것은 주지하는 바와 같이 가격이 하락하면 수요가 증가하는 의미다. 그런데 가격하락은 누가 결정하는가. 여기에는 이미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독과점 위치에 있는 생산자가 결정하는 것으로 가정하고 있다. 벌써 개념과 이론에 혼란을 주고 있는 것이 대부분 경제원론이다.

완전경쟁시장은 수많은 생산자와 수요자와 존재하는 농업을 전제로 한 이론이다. 밀이라는 거의 동질적인 상품을 생산하는 수많은 농부와 밀을 사려고 하는 수많은 소비자가 존재하는 경우에 밀가격은 완전히 시장에서 경쟁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가정했다.

그러나 이러한 이론은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인해 현실과는 거리가 멀게 되었다. 하나는 완전히 동질적인 상품이란 존재하기 힘들다. 쌀의 경우에도 품질을 개량하거나 저농약이나 브랜드가치가 높은 쌀을 생산해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며 시장가격보다 비싼 가격에 판매되는 쌀이 많아지고 있다. 다른 하나는 산업구조가 공업구조로 고도화되었다는 점이다. 공산품의 경우에는 막대한 투자비용으로 인해 생산자가 농산품처럼 많을 수가 없어서 자연스럽게 독과점이 되기 시작했다.

   
▲ 진입규제는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경쟁결과 독과점은 인정하는 정책이 경쟁성 유지와 이윤동기 유지를 통한 경제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잠재적 경쟁상태에서는 경쟁과 독과점이 공존하기 때문이다./사진=미디어펜


독과점 이윤동기가 경제발전의 원동력

독과점이 소비자의 후생을 침해할 정도로 이윤을 과도하게 독점하지 않는 한 나쁘게 비판받을 이유는 없다. 경제성장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는 기업의 투자이고 투자는 기업의 이윤동기(profit motive)에 의해 결정된다. 막대한 물적자본을 투자하고 사람을 고용해서 공장을 세우고 운용하는 데는 많은 시일이 걸린다.

수조원을 들여 자동차 공장을 세우는 것처럼 적어도 10여년은 내다보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기간 동안 예상 할 수 없는 수 많은 불확실성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수 많은 불확실성 속에서 예상되는 이윤을 내다보고 그야말로 “동물적 근성”(animal spirits)(『일반이론』 p. 161)이라고 케인즈(Keynes)가 지적한 ‘기업가적 근성’으로 투자를 결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완전경쟁시장에서처럼 초과이윤동기가 존재하지 않은 경우에는 투자자체가 불가능한 것이다. 

『왜 부유한 나라는 부유하게 되었고 가난한 나라는 가난한 상태로 있나』 (2007)라는 명저로 2008년에 혁신적인 정치경제학자에게 수여하는 뮈르달상을 수상한 노르웨이 경제학자 에릭 라이너트(Erik S. Reinert)는 불완전경쟁이야 말로 경제발전의 원동력이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산업정책에 힘입은 불완전경쟁은 정상소득 이상의 지대를 만들고 이는 자본가에게는 더 많은 이윤으로, 근로자에게는 더 많은 임금으로, 정부에는 더 많은 세금납부로 경제발전에 기여하는 과정을 통해 영국의 산업혁명에서부터 20세기 들어서는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는 이러한 과정에서 초기 고정자본이 투자된 후에는 추가생산에는 원재료와 인건비 등 가변비용만 들면 되므로 전체 생산비용이 적게 들어 추가적으로 생산하면 할수록 비용은 적게 들고 이윤은 증가하는 “이윤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 to scale)을 통해 이윤을 축적하게 되고 이러한 이윤축적은 기술발전의 원동력이 되어 더욱 이윤을 축적하면서 경제가 발전하는 선순환을 이루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적인 이윤동기는 아름답고 공공재는 적을수록 좋다

이윤(profit)이란 무엇인가.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생산활동은 토지 기계설비 원재료 노동력 등 생산요소를 결합해서 시장에서 수요하리라고 예상되는 상품을 생산하는 활동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구입한 생산요소의 대가를 지불하고 남은 보상이 이윤이다. 생산요소들이야 말로 시장에서 구입해야 하므로 시장가격으로 지불하고 보상이 남아야 이윤이 발생한다. 생산된 상품도 다른 생산활동에는 하나의 생산요소로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 소비재의 경우에는 소비활동을 통해 인건비에 반영되어 다시 생산요소로 투입된다. 따라서 전체 생산요소 구입비용을 제하고도 보상을 남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떻게 생산요소 구입가격보다 많은 보상을 받아서 이윤을 만들 수 있는가. 불확실성한 경영환경 속에서 리스크를 감수하며 남들이 생산하지 않는 상품 생산을 위해 투자하고(risk taking),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고(technical innovation), 생산요소를 남들보다 효율적으로 결합해야(efficiency) 가능한 것이다. 도전적이고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기업가정신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이윤이란 기업가정신의 아름다운 대가이다. 리스크 감수와 기술혁신, 효율성이 높아서 생산성이 높을수록 이윤이 큼은 물론이다. 

이런 과정에서 상품의 차별화(product differentiation)도 진행된다. 상품의 차별화로 완전경쟁의 가정에서 전제하고 있는 ‘동질적인 상품’ 가정이 무너지는 것이다. 상품의 차별화를 통해 독과점을 형성하게 되고 이윤이 창출된다. 고객이 원하는 차별화된 상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고객의 마인드를 읽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만큼 기업가의 끊임 없는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이윤이란 이런 여러 가지 기업가의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며 이러한 이윤동기가 기업가의 생산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일자리를 창출한다. 이런 이윤동기가 없으면 생산활동이 중단되어 일자리도 창출되지 않는다. 이처럼 이윤동기란 아름다운 것이다. 

   
▲ 경쟁에서 이긴 독과점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 특히 모바일에 인터넷기능을 더한 스마트폰의 발달로 언제 어디에서나 손안에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사진=미디어펜


사적인 이윤동기를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서 공공재를 더 많이 공급하자는 주장은 사적인 경제활동을 억압하고 세금을 더 거두고자 하는 것으로 바람직한 주장이 아니다. 공공재란 국가 운영에 필요한 만큼 최소로 공급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선진국에서는 과거에는 공공재였던 분야도 사적인 영역으로 이관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반면 한국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공공성을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이윤동기가 보장되지 못해 발전하지 못하고 있는 분야가 한둘이 아니다. 금융 교육 의료 등은 한국보다 수준이 낮은 국가보다도 발전되지 못하고 있는 이유가 공공성을 과도하게 강조한 나머지 국가가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문화에서도 과도한 공공성 주장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문화가 특정 정파의 정치적 도구로 이용될 위험성마저 있다.

기업가의 독과점 이윤이 노동력을 착취한 결과라는 주장은 적어도 자유시장경제에서는 올바르지 않은 편협한 주장이다. 자유시장경제에서 노동력 착취라는 비난을 받을 정도로 다른 기업보다 싼 임금을 지불하고는 근로자를 고용할 수 없다. 그 경우 근로자들은 다른 기업으로 갈 것이기 때문이다.

시장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다른 직장으로 옮기지 못하는 경우는 경제성장률이 낮거나 근로자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창출이 부족해 노동공급이 수요보다 많거나,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아서 부문간 기업간 노동계층간 자유로운 노동이동이 제약을 받는 등 노동시장의 문제인 경우가 대부분이며, 기업이윤의 문제로 보기 힘든 경우가 많다. 오히려 강성노조가 존재하는 한국에서는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생산성보다 높은 임금이 지급되어 기업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동의 유연성이 낮아서 비정규직 근로자의 임금수준이 정규직에 비해 턱 없이 낮은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는 독과점과 ‘이윤체증의 법칙’이 더욱 확산

지난 1월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이 주제가 된 후 1차 산업혁명, 2차 전기발명에 따른 생산 자동화혁명, 3차 컴퓨터 혁명에 이은 4차 산업혁명이 주목을 받고 있다. 핵심은 정보통신기술(ICT)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인공지능(AI) 무인자율주행차, 드론 등이 인류의 생활자체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4차 산업혁명에서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가 연구개발 등 초기투자는 막대한 데 비해 복사 등 추가생산비용은 미미해서 일단 한 분야를 선점하고 나면 ‘이윤체증의 법칙’이 적용되어 독과점 산업화한다는 점이다. 현재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애플 등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이 한 국가내 정도가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독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점이 예다. 

지금 경제학 교과서에서 그려지고 있는 우상향 공급곡선은 ‘이윤체감의 법칙’(decreasing return to scale)을 토대로 그려진 그림이다. 앞으로 ‘이윤체증의 법칙’이 보편화되면 우하향 공급곡선을 전제로 경제학도 전면 개편되어야 할 실정이다. 독과점을 전제로 한 우하향 수요곡선과 ‘이윤체증의 법칙’을 전제로 한 우하향 공급곡선이 경제학의 중심에 자리잡을 날도 멀지 않아 보이고 이러한 경제학을 완성한 경제학자는 노벨경제학상은 따놓은 당상이다.

그러나 경쟁에서 이긴 독과점도 영원한 것이 아니다. 정보통신기술(ICT). 특히 모바일에 인터넷기능을 더한 스마트폰의 발달로 언제 어디에서나 손안에 컴퓨터를 작동할 수 있게 되어 소비자들이 상품을 선택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따라서 과거에는 고객을 확보하기 위한 고객우선 (customization) 경영전략을 폈으나 이제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고객화 (customerization) 경영전략을 추진해야 상품을 팔 수가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생산자와 소비자와 일체가 되는 프로슈머(prosumer)라는 용어가 등장한지 벌써 오래다(Alvin Tofler, The Third Wave, 1980). 고객화되지 못해 한 순간에 사라진 기업들과 상품들이 한 둘이 아니다. 

   
▲ 경제성장과정에서 중요한 변수는 기업의 투자이고 투자는 기업의 이윤동기(profit motive)에 의해 결정된다. SKT, KT, LGT 등 이동통신시장도 마찬가지다./사진=연합뉴스


독과점에도 불구하고 ‘잠재적 경쟁’이 경쟁을 유지

자유시장경제는 경쟁을 중심 원리로 한다. 그러면 경쟁결과 보다 혁신적으로 생산성이 높은 기업 중심으로 독과점화되어 가면서 경쟁성이 줄어드는 문제와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진입규제를 없애는 것이 최선이다. 진입규제를 없애고 자유화해 놓으면 언제든지 고객화된 차별화된 상품을 들고 더 많은 고객의 투표를 받으며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이 등장할 수 있는 것이다.

과거 경쟁과정을 거쳐 승자가 된 기존의 독과점기업들도 한 순간 방심하면 새로운 기업에게 자리를 내 주어야 하는 것이다.  기존의 기업들은 독과점 상태지만 진입이 자유로워 언제나 경쟁적 상황에 있는 경쟁을 ‘잠재적 경쟁’이라고 한다. 잠재적 경쟁상태에서는 경쟁과 독과점이 공존하게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금융이다. 금융은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고 금융제도의 안정을 위해 일정 부분 규제가 불가피한 산업이라서 대부분 과점산업이다. 그러나 진입규제가 없는 경우에는 잠잭적 경쟁상태가 되어 기존의 과점 금융기관들은 언제나 경쟁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앞으로 정보통신기술 산업 등 4차 혁명시대에는 소비자선택의 증가로 인해 잠재적 경쟁상태가 더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진입규제는 없애거나 최소화하고 경쟁결과 독과점은 인정하는 정책이 경쟁성 유지와 이윤동기 유지를 통한 경제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 진입규제는 많으면서 독과점에 대해서도 과도한 규제를 하는 것은 경쟁성도 훼손하고 이윤동기를 저하시켜 경제발전도 저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비록 진입규제가 자유로운 경우에도 대자본 소요로 인해 사실상 새로운 진입이 어려워 독과점이 되는 ‘자연독점’이 되는 경우에는 이윤이 과도할 경우 규제보다는 세금으로 과도한 이윤을 환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도 기업의 이윤동기가 저하되어 경제발전에 오히려 역효과가 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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