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저성장 악순환 깨려면 '대기업·수도권 규제' 해제해야
   
▲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박정희 동반성장의 경제학과 오늘날에의 교훈

국내 투자 늘리도록 '규제의 댐' 허물어야

오늘날 동반 성장은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경제 정책 목표이다. 필자는 지난번 칼럼에서 박정희 대통령이 이끈 한국의 개발연대가 당대 세계 최고의 동반 성장을 시현했다고 밝혔다. 여기서는 도대체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했는지, 그리고 왜 지금은 안 그런지 그리고, 정책 대안은 무엇인지 논의해보고자 한다.

동반 성장이란 적어도 분배의 악화 없이 모두의 소득이 성장함을 의미하며 경제의 온기가 위에서 아래로 흘러내리는 낙수효과(落水效果: trickle-down effect)의 결과라고 본다. 경제란 성장을 주도하는 부문이 창출하는 유발수요(誘發需要)를 통해 모든 부문이 상호연계 속에 동반 성장하는 복잡 현상이다. 경제활동이 왕성한 부문에서 그렇지 않은 부문으로 성장 효과가 퍼져 나감으로써 전체 경제가 같이 성장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어떠한 이유로든 정부의 정책이 이런 낙수효과를 차단하게 되면 동반 성장은 어려워진다. 예컨대 균형 발전이나 경제 민주화, 혹은 동반 성장이라는 이념하에 성장이 앞선 부문이나 지역의 활동을 억제하게 되면 그런 이념의 실현은 고사하고 오히려 낙수효과의 원천이 약화되면서 양극화에 직면하게 된다. 쉽게 말해 잘 흐르는 강의 상류에 댐을 쌓아 낙수효과의 원천을 봉쇄하면 하류가 고갈되는 것과 같이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 부분이나 지역의 경제활동을 제약하면 덩달아 나머지 경제의 정체는 불가피해진다.

대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면 부품공급 중소기업의 성장이 타격받고 지역거점 경제의 성장이 억제되면 여타 지역의 성장이 지체되는 법이다. 제조업 부문의 성장이 억제되면 덩달아 서비스업 부문이 어려워지는 법이다.

   
▲ 균형 발전이니 경제민주화니 하여 도입된 기업투자에 대한 각종의 '규모, 분야, 지역에 따른 차별적 규제'를 모두 걷어내고 국내투자환경을 세계 최상으로 개선해야,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줄을 지어 돌아올 수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럼 박정희 대통령 시대에는 어떻게 요즘같이 요란한 균형 발전이니 경제민주화니 재분배 정책도 없이 최고의 동반 성장을 이뤘는가? 바로 수출 육성정책을 통해 자본주의 경제 성장의 낙수효과를 극대화하였기 때문이다. 수출 지원 정책으로 급성장하는 수출제조기업들이 정부의 적극적인 독려 하에 거의 아무런 제약 없이 수출 수익을 국내에 재투자함으로써 중소기업 및 서비스업과 농업 등에 대한 유발수요를 창출하면서, 수출 지원 때문에 상대적으로 역차별당하던 내수가 복원되어 내·외수, 대·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제조업·농업 간의 동반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고 동시에 일자리가 빠른 속도로 창출되면서 중산층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었다.

당시에는 오늘날처럼 기업의 크기, 분야, 지역에 따른 각종의 차별적 투자 활동 규제가 일절 없었음은 물론 적극적인 수출 기업 육성정책으로 수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수출만 잘되면 낙수효과를 통해 모두가 행복한 동반 성장의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그러나 1980년대 후반 이후에는 수출 지원은 어느 정도 지속되었지만 균형 발전과 경제민주화라는 이념하에 대기업 규제가 강화되고 수도권 규제가 도입되고 전투적 노조활동이 일상화되면서 국내 투자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수출 제조 대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기피하게 되고 수출 수익이 과도하게 해외 투자로 유출되면서 수출 지원으로 희생된 내수는 회복의 기회를 잃게 되었다. 이로 인해 일자리 창출이 잘 안 되어 중산층이 감소하고, 중소기업과 내수, 서비스업 등에 대한 수요가 정체되면서, 내·외수, 대·중소기업, 제조업·서비스업 간의 양극화라는 악순환 구조가 고착되게 된다. 이제 수출은 늘어도 내수투자가 늘 수 없으니 양극화는 불가피해진 것이다. 결국 지난 30여 년 동안은 수출을 지원해서 외국의 일자리만 늘려온 셈이니 수출 지원 정책의 명분마저 의심스럽게 되었다. 동반 성장의 회복은 댐을 허무는 일에서 시작할 수밖에 없다.

그동안 균형 발전이니 경제민주화니 하여 도입된 기업투자에 대한 각종의 '규모, 분야, 지역에 따른 차별적 규제'를 모두 걷어내고 국내투자환경을 세계 최상으로 개선하여, 대기업들의 해외 투자가 줄을 지어 돌아오고 국내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 간에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성장의 유인이 극대화되고 새로운 기업들이 줄을 지어 창업할 수 있게 되어야 동반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회복될 것이다. 이렇게 돼야 국내 일자리 창출과 동반 성장의 견인차로서 수출지원정책의 존재 의의와 명분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영남대 박정희새마을대학원 석좌교수

   
▲ 대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면 부품공급 중소기업의 성장이 타격받고 지역거점 경제의 성장이 억제되면 여타 지역의 성장이 지체되는 법이다. 대형마트 규제에 따른 여파도 이와 일맥상통한다./사진=미디어펜


(이 글은 매일신문 [이른 아침에] 코너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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