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문제 해결에 국민연금기금 활용하자는 것은 논리의 비약…인과관계 없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482조 원에 달하는 국민연금기금을 공공복지인프라 구축에 활용하자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국민 돈을 넘보는 정치권의 무책임한 발상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바른사회가 주최한 ‘커지는 연기금의 공공투자 유혹, 이대로 괜찮나’ 토론회에서 패널로 나선 조성봉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은 국민들이 노후자금으로 맡겨둔 돈이며 이는 정부나 공적기관이 임의로 빼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라며 “이런 이유로 국민연금법을 제정하여 함부로 그 기금을 사용할 수 없도록 법을 제정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적사업에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하자는 주장은 배임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조 교수는 “저출산문제 해결정책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자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며 “분명한 인과관계에 대한 경험적 증거도 없이 그저 한번 해보자는 식의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연기금 운용은 안정성과 수익성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 잊어선 안 된다”며 “국민연금기금 중 국채에 투자되는 일부는 어디까지나 포트폴리오 배분차원에서의 발상”이라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공적사업에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해야 한다는 것은 책임의식의 발로로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조 교수는 “연기금 활용에 적절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사회투자채권을 통하면 문제없다는 주장은 적절치 않다”며 “그렇다면 국민연금기금을 동원할 필요 없이 다른 재원을 활용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한상일 교수는 21일 "국민연금기금 운용 기본원칙 변경에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말했다./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국민연금 482조원, 국내총생산의 35%

현재 정부가 설치·운용하고 있는 연기금 규모는 2015년 기준 504조여 원이다. 그 중 국민연금은 올해 2월말 기준 482조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약 35%에 해당하는 규모다. 2016년도 정부 예산안보다도 크다.

이렇다보니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새로운 사업에 연기금을 활용하자는 주장들이 반복적으로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을 공공복지인프라를 구축하는데 활용하는 것이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민의 노후생활을 보장해야할 국민연금을 선심성정책에 투입할 경우 안정성과 수익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이에 바른사회시민회의는 21일 연기금의 공공투자 필요성을 재검토하고, 연기금 활용의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한상일 한국기술교육대 산업경영학부 교수는 “공공임대주택 및 육아시설 확충 등 공공사업의 상대적 효과성은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국민안심채권의 위험대비 수익성 충분한지 먼저 분석되어야 한다”며 “공공투자용 특수국채(국민안심채권)을 통한 연기금 투자강화는 한 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또한 이런 공공사업은 국가재정으로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것”이라며 “대체수단이 존재하는 상황이라면 민간부분 구축 등으로 순효과는 높지 않다”고 밝혔다.

한 교수는 “오히려 연금운용의 도덕적 해이 발생 등으로 향후 연기금의 수익률을 낮추는 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 교수는 이어 “국민연금기금 운용 기본원칙 변경에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은 부작용을 야기한다”고 말했다.

한 교수는 “국민연금 운용 논의에, 국민연금 납입자에 대한 대표성이 낮은 정치권이 운용을 개입하면 가입자의 이익이 아닌 정치권의 이익이 먼저 도모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문제제기했다.

이와 관련 한 교수는 “국민연금기금의 운용 기본원칙 변경은 정치공약이 아닌 국민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교수는 “국민연금은 투자과학에 대한 연구를 강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 세계 시장상품에 널리 투자함으로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수익성과 복지를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조성봉 교수는 21일 "저출산문제 해결정책에 국민연금기금을 활용하자는 것은 지나친 논리의 비약"이라며 "분명한 인과관계에 대한 경험적 증거도 없이 그저 한번 해보자는 식의 발상"이라고 강조했다./사진=바른사회시민회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