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현재 자연계에 알려진 세균보다 더 적은 수의 유전자를 가지고 생존하고 증식할 수 있는 '합성 세균'이 인간에 의해 제작됐다. 이에 따라 '맞춤형 인공세포' 발명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25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발표에 따르면 미국 유전체연구 기업인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473개의 유전자를 가지고 스스로 증식하는 세균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 JCVI-syn3.0'(Mycoplasma mycoides JCVI-syn3.0)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는 연합뉴스 보도다.
현재 자연계에서 발견된 세균 중 유전자 수가 가장 적은 것은 마이코플라즈마 제니탈륨(Mycoplasma genitalium)인데, 유전자 수는 520여 개로 알려졌다.
자연 세균보다 더 적은 유전자를 가진 세균이 실험실에서 인공적으로 탄생한 것이다.
이번에 연구팀이 세균의 유전체를 제작하는 데 걸린 시간은 단 3주였다. 이는 기존 합성생물을 만들 때보다 100배 이상 빨라진 것으로, 합성 유전체 제작기술의 진보를 의미한다.
최인걸 고려대 생명공학부 교수는 "합성유전체 제작과 최소유전체 확인 기술로 가까운 미래에 맞춤형 인공세포(designer cell)를 설계하고 제작할 날이 더욱 가까워졌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특정 환경조건이나 목적에 맞춰 증식 가능한 최소 유전체를 확인하고 컴퓨터로 설계한 합성유전체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
크레이그 벤터 연구소는 2010년 유전물질을 합성해 만든 합성생물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 JCVI-syn1.0'(Mycoplasma mycoides JCVI-syn1.0)을 세계 최초로 선보인 적이 있다.
이는 실험실에서 화학적으로 합성한 유전물질을 자연계 세균인 마이코플라즈마 마이코이데스(Mycoplasma mycoides)의 유전체 염기서열대로 조립한 뒤 유사 세균인 마이코플라즈마 카프리콜룸(Mycoplasma capricolum)에 이식해 만든 것이다.
이번에 연구팀이 제작한 JCVI-syn3.0(유전자 473개)은 최초의 합성생물인 JCVI-syn1.0(유전자 901개)의 유전자 중에서 증식과 생존에 필요한 유전자와 불필요한 유전자를 구분, 생존에 불필요한 유전자 428개를 없앤 것이다.
그동안 대장균이나 고초균을 이용해 필수 유전자 개수를 알아내고 유전체 크기를 줄이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세균이 가진 유전체 크기가 워낙 큰 만큼 JCVI-syn3.0처럼 유전자 수를 줄일 수는 없었다.
김지현 연세대 시스템생물학과 교수는 "이번 연구로 최소 유전체를 구현해 불필요한 부품을 없앤 '섀시(chassis) 미생물'을 만들었다"며 "최소 유전체 탐구를 통한 생명 탄생과 진화의 이해라는 기초 연구의 측면과 합성생물학적 적용이라는 응용 연구의 성격을 모두 지닌 논문"이라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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