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 유감: 우리는 떳떳하다
2015년 OECD의 15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장래 교직 희망 비율 조사>에서 우리나라는 25%로, 평균 4.8%의 5배가 넘었다. 그에 반해 현직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직 만족도 조사>에서는 '교원이 된 것을 후회한다.'는 비율이 OECD 회원국 평균이 9.5%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독보적인 1위로 회원국 중 유일하게 20%를 넘겼다.
한국사회의 모두가 이미 알고 있듯이 청소년들의 교직에 대한 열망은 노동시장 불안이 낳은 기현상이다. 소명의식이 배제된, 보신주의가 민낯을 드러낸 부끄러운 현장이다. '공무원'이 가지는 안정성과 퇴직 후 연금에 매료된 탓이리라.
그러니 당연히 '교원 성과급제'나, '교육수요자의 교원 평가', '공무원 연금개혁'을 3대 악법으로 칭하고 옥쇄를 찰 각오로 거부하는 것이다. 교원단체의 양대 산맥인 교총과 전교조가 다른 부분에서는 서로 죽일 듯이 물어뜯고 싸우면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단결하는 이유도 이것이다. (아, 물론 전교조는 법외노조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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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단의 권위, 교직이라는 밥그릇. 흐르는 것이 당연한 사회의 생리를 무시하고 스스로 고인 물을 자처하며 '우리는 떳떳하다'는 최소한의 자긍심조차 잃어버린 조직엔 그 어떤 미래도 있을 수 없다./자료사진=미디어펜 |
한 마디로, 교직에 몸담은 이유가 '밥그릇'이니 당연하게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것이다. 솔직하다. 뭐, 여기까진 최대한의 이해심을 발휘해 그렇다 치자. 그러면서 교권 신장까지 바라는 건 지나쳐도 너무 지나친 과욕 아닌가? 교직을 바라보는 외부의 객관적 시선은 애써 외면하면서 우리만 점잔을 떨며 콧대 높게 있고 싶다는 건, '우리는 스승'이라는 선민의식의 발로이거나, '스승의 그림자조차도 밟지 않는 법'이라는 전근대 유교 의식에 근거한 오만에 지나지 않는다.
2015년 내부적으로 교총 회원을 대상으로 이뤄진 '공무원 연금개혁 찬반 투표'에서 찬성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해 소위 '3대 악법'으로 칭해지는 제도들을 오히려 나서서 환영하고, 교직 내부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해 최대한 연착륙 하자는 주장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먼저 책임을 다하고 주장하는 권리가 더 큰 힘을 갖는다는 당연한 명제도 부정당하는 현실이 개탄스러울 뿐이다.
교단의 권위는 어떻게 세워지는가? 투명하게 조직 내부를 공개했을 때 꼬투리 잡힐 여지가 없으면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 '교단에 대한 존경'이다. 이 당연한 말이 많은 선배 교사와 동료들에겐 헛소리로 들리겠지만, 흐르는 것이 당연한 사회의 생리를 애써 무시하고 스스로 고인 물을 자처하며 '우리는 떳떳하다'는 최소한의 자긍심조차도 잃어버린 조직엔 그 어떤 미래도 있을 수 없다.
그래도 글의 끝은 희망과 기대를 갖고 마무리하자. 작은 희망이라면 희망이랄까. 공무원 연금개혁에 찬성하는 교총 교사 비율은 앞서 밝혔듯 1.7%다. 그래도 0%대가 아닌 게 어딘가. 그래, 나는 그 1.7%임을 당당히 선언하련다. 나는 교단 개혁을 위한 자랑스러운 소장파, 아니, 반군이 될 테다. /정경봉 부산교육대 교육학 석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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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사들은 '교원 성과급제'나, '교육수요자의 교원 평가', '공무원 연금개혁'을 3대 악법으로 칭하고 옥쇄를 찰 각오로 거부한다. 교원단체 양대 산맥인 교총과 전교조가 다른 부분에서는 서로 물어뜯고 싸우면서도 여기에 대해서는 단결한다./사진=연합뉴스 |
(이 글은 자유경제원 '젊은함성'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정경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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