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설립은 자리만 만들어…정규직이 업무 맡는게 근본 대책"
파견법·기간제법, 생명안전 관련 업무 정규직화 조항 공유
[미디어펜=한기호 기자]새누리당 노동위원장인 이완영 의원은 1일 박원순 서울시장이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와 관련, 서울메트로에서 자회사를 세워 외주 정비용역업체를 대신하도록 한 방안을 내놓자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 2013년부터 유사 사고가 반복돼 온 것에 대해 "통렬한 반성과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서울메트로 정규직 근로자가 정비 업무를 맡는 것을 해법으로 제시, 여권발(發) 노동개혁 4법 중 파견법 입법에 야권이 협력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파견법이 생명·안전과 밀접한 업무를 '파견금지업무'로 지정한 점을 강조했으며, 당초 '노동 5법'에 포함됐다가 제외된 기간제법 역시 유사 규정을 두고 있으므로 단독으로 재차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구의역 사고로 숨진 용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김모씨(19)에게 애도를 표한 뒤 "바로 어제(31일) 또 남양주 지하철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로 4명 사망, 3명 중상이라는 안타까운 안전사고가 이어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밝혔다.

그는 "박원순 시장이 서울메트로에서 용역업체 대신 자회사를 세워 안전유지보수를 하겠다고 했는데, 국민적 공분이 거세지자 이제서야 그런 처방을 내놨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회사 설립 역시 올바른 대책은 아니다"며 "자회사가 뭔가. 근로여건은 좋아지지 않고, 임원 등 자리만 또 만드는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2013년 성수역 사고 이후 같은 사고가 4번이나 있었지만 이 때마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세우지 못했다. 심지어 서울시장 취임 후 연 1000억원 이상의 지하철 안전 관련예산을 삭감하면서 안전관리업무를 외주로 해 왔다"며 "박 시장은 통렬한 반성과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새누리당 노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완영 의원이 1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발언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이 의원은 "근본적인 대책은 정규직 근로자가 (안전업무를) 맡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은 지난 19대 국회에서 노동개혁의 일환으로 항공·철도·여객·운송 등 생명안전 관련 업무에 파견직이나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한 법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비협조로 19대 국회에서 폐기됐다"고 밝혔다.

그는 20대 국회 들어 같은당 김성태 의원과 자신이 노동 4법을 대표발의한 사실을 상기한 뒤 "여야 의원들이 애도와 조문행렬만 이어갈 게 아니라, 비정규직 근로자 안전 소홀 문제의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는 파견법을 조속히 국회에서 심의해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기간제법도 제가 발의해서 비정규직을 (안전 관련업무에) 사용하지 못하도록 할 계획"이라면서 "더 이상 힘든 일에 외주를 줘서 외주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더 이상 생명을 담보로 일하지 않도록 새누리당이 앞장서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파견법과 기간제법의 정식 명칭은 각각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과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다.

두 법안은 안전과 밀접한 철도·선박·항공기·자동차 등을 이용한 여객운송업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관리자업무 등을 각각 파견금지업무와 기간제근로자 사용 제한업무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파견법은 55세 이상 고소득·전문직 및 뿌리산업 종사자에 대한 파견허용업무를 확대하고, 기간제법은 35세 이상 비정규직 기간제 근로자가 원할 경우 기본 2년의 근로계약기간을 최대 2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한 내용 때문에 지난 19대 국회에서 야권의 극렬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정부가 최초 발의한 노동 5법 중 3법(근로기준법·고용보험법·산재보상보험법)은 근로자에게 유리한 것으로 평가되며, 여야간 쟁점도 거의 없는 상태지만 나머지 법안과 패키지로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을 여권이 고수하면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비정규직·파견 근로자 안전문제가 화두에 오른 가운데, 야권이 파견법과 기간제법이 공유하는 관련 조항에 중점을 두고 입법을 전향적으로 검토한다면 5개 법안 처리가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의원은 당론 발의된 파견법 포함 노동 4법의 처리를 재차 촉구하면서 기간제법에 대해선 "가능한 빨리 발의할 예정"이라며 "(근로계약)기간 늘리는 내용은 야당이 무조건 반대하지 않나. 빼고 낼 지, 포함해서 낼 지 제가 고민해 보겠다"고도 했다.

기간 연장 관련 내용이 빠질 경우 당초 입법 취지를 잃은 '무늬만 기간제법'이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생명·안전 관련업무를 정규직화하는 입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미디어펜=한기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