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 메이저를 꿈꾸는 하림, 끝없이 도전하라
-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1. 끝없이 도전하라
나폴레옹 모자
2014년 11월 16일 파리 퐁텐블로의 오세나 경매소는 모나코 왕실이 소장해오다 경매에 내놓은 나폴레옹의 이각모자(bicorne)가 모자 경매가격으로는 역대 최고인 188만4000유로(약 25억8000만원)에 낙찰됐다고 밝혔다. 당초 예상된 경매가 50만유로(약 6억9000만원)를 훌쩍 뛰어 넘은 가격이다. 이런 거액을 들여 나폴레옹 모자를 구매한 사람은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으로 밝혀졌다.
하림그룹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홍국 회장은 평소 보나파르트 나폴레옹 1세의 '불가능은 없다’는 도전정신을 높이 사왔으며 기업가정신을 다시 한 번 일깨우는 의미에서 마침 경매로 나온 모자를 구매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김홍국 회장은 중학 시절 나폴레옹 전기를 읽고 크게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기업가는 나폴레옹처럼 긍정적이어야 한다. 불가능은 없다는 생각에서 모든 게 시작된다. 모자를 통해 기업가 정신을 다시 한번 일깨우고 싶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낙찰 받은 나폴레옹 모자가 한국에 들어오는 데에도 고비가 있었다. 모자에 포함돼 있는 보증서 역시 200년이 넘은 문화재급 문건이므로 세금을 따로 매겨야 한다는 경매 전문가들의 뒤늦은 의견이 발목을 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장시간에 걸친 법리 공방 끝에 프랑스 법원이 최종적으로 하림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 일단락 됐다. 도전의 상징인 나폴레옹 모자는 하림그룹의 계열사인 NS홈쇼핑 건물에 전시될 예정이다.
파이시티와 팬오션
2016년 4월 28일 하림은 계열사 엔바이콘을 통해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 부지를 4525억원에 매입하기로 계약하였다. 엔바이콘은 자산총액 47억원, 연매출 1억원 안팎의 작은 유통회사이다. 이런 엔바이콘이 자체적으로 파이시티 부지를 인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때문에 하림은 엔바이콘의 지분 100%를 소유한 계열사 NS쇼핑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섰다.
하림그룹 계열사 글로트라는 2015년 10월에 회사명을 엔바이콘으로 바꾸었는데, 나폴레옹(Napoleon)의 'N’과 이각모자(bicorn)를 결합한 이름이다. 김홍국 회장이 나폴레옹 모자를 구입한 것과 같은 연장선에 있는 이름이다. 하림그룹은 이 땅을 개발해 가공식품 물류단지와 연구개발센터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과연 수 차례 개발계획이 무산된 바 있는 비운의 땅, 파이시티 부지가 하림그룹의 주도 하에 새롭게 비상할지 관심을 끌고 있다.
2015년 6월 하림은 국내 최대 벌크선사인 팬오션을 인수하였다. 해운업 경력이 없는 하림이 팬오션을 인수하는 것에 대하여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인수 첫 해 실적은 연매출액 1조 7600억원, 영업이익 2300억원으로 나쁘지 않았다. 김홍국 회장은 팬오션을 단순히 곡물 사료의 원활한 운송을 위해서 인수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하림그룹의 목표를 카길과 같은 글로벌 곡물 메이저가 되는 것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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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그룹의 성장에는 김홍국 회장의 도전정신, 긍정적 사고, 미래에 대한 결단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사진=CEO김홍국 홈페이지(ceo.harim.com) 포토갤러리 |
궁리하면서 오르자
하림그룹 하면 대부분 닭고기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하림은 곡물유통·해운·사료·축산·도축가공·식품가공·유통판매 7개 영역에서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6년 4월 3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65개 기업을 '상호출자⋅보증채무 제한 기업집단(대기업 집단)’으로 지정했다. 하림은 팬오션을 인수하며 자산이 9조 9000억원으로 증가해 재계 서열 38위로 대기업집단에 처음 포함됐다. 김홍국 회장은 30년이라는 짧은 시간에 작은 농장 주인에서 출발하여 중소·중견기업 사장을 거쳐 대기업(재벌) 회장이 됐다. 김 회장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이 도전하는 정신이 오늘의 하림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끝없는 도전’이 하림그룹의 정신입니다. 현실에 머물지 않고 성취에 안주하지 않으며 끝없이 도전하는 것입니다. 임직원들에게 늘 15도의 낮은 경사길을 궁리하면서 쉬지 않고 오르자고 말합니다. 경사가 너무 높으면 지치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경사를 오르되 궁리하면서 오르자는 겁니다. 궁리해야 개선이 이뤄지기 때문입니다.”
하림은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기업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자수성가형 기업들은 대기업으로 성장하지 못하고 주저앉거나 파산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하림의 성장은 예외적이며 과연 도전과 성장이 어디까지 펼쳐질지 관심을 받을 수 밖에 없다. 하림(夏林)은 '여름숲'이라는 뜻이다. 진정한 땀의 가치를 아는 사람들에게 그 땀을 식혀줄 시원하고 풍요로운 그늘을 자처하고 싶다는 의미라고 한다. 과연 하림이 국민 모두가 편히 쉴 수 있는 시원한 여름숲이 될 것인지 관심을 받고 있다.
2. 경쟁력의 본질은 생산성과 품질, 병아리 10마리가 커서
하림은 어떻게 성장했고 김홍국 회장은 어떤 기업가인가? 오늘의 하림그룹은 병아리 10마리에서 시작되었다.
김홍국은 1957년 전라북도 익산에서 태어났다. 11살 때 외할머니가 몸보신하라고 사준 병아리 10 마리를 먹어치우지 않고 잘 길러서 팔아 돈을 마련했다. 그 돈으로 다시 병아리 100 마리를 샀고 이렇게 계속 기르고 파는 방식으로 규모를 키워 나아갔다. 어린이 김홍국은 돈이 벌리는 것도 좋았지만 닭을 기르는 일 자체가 재미 있어서 신나게 일했다고 한다.
“당시에는 배합사료가 없었어요. 개구리, 미꾸라지를 잡아 깡통에 삶아 풀하고 쌀겨 등을 넣어서 병아리를 길렀어요. 이런 걸 해서 제가 기르니까 사료값이 안 들잖아요. 그러니까 팔면 다 남는거죠. 저는 닭 기르는 걸 워낙 좋아했는데, 여기에 돈까지 생기니까 시너지가 나는거죠. 의욕이 생기는겁니다.”
김홍국의 집은 모두 6남매인데 다른 형제들은 모두 공무원이 되었으며 사업가의 길을 걷는 김홍국만 예외다. 김홍국은 중학교 때 성적도 상위권이었지만 인문계를 마다하고 굳이 이리농림고등학교에 진학해서 부모의 속을 썩이기도 했다고 한다. 청소년 시절에는 인생목표나 적성에 대하여 뚜렷한 주관을 가지기 어려운데, 김홍국은 자신이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남의 눈치보지 않고 소신 있게 밀고 나가는 결단력을 보인 것이다.
1978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사업자등록을 내고 자본금 4000만원으로 황등농장을 설립하였다. 당시 닭 5000마리, 돼지 700마리를 길러 이미 어엿한 축산업자 대열에 올랐다. 그러나 황등농장은 1982년 닭값 폭락으로 큰 손실을 입고 사업을 접는다. 이후 잠시 식품회사 영업사원으로 일하다가 다시 양계사업을 시작하였고 하림그룹의 모태가 되는 하림식품을 1986년 설립하였다. 당시 한국은 아시안게임과 서울올림픽이 개최되면서 양념치킨 체인점들이 급속히 늘기 시작했다. 하림은 닭고기 수요가 급증하던 치킨 열풍에 올라타 사업을 급성장 시킬 수 있었다. 2016년 하림그룹은 계열사 58개, 자산 규모 10조원에 달하는 대기업집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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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림그룹 연혁 및 현황, 하림홀딩스 주가 |
저원가, 고품질
하림그룹은 '삼장(三場) 통합경영’으로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 성장의 원동력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홍국은 닭값이나 돼지값은 폭락해도 소시지값은 떨어지지 않는 것을 보고 육계 계열화를 위한 삼장 통합경영 아이디어를 얻었다. 삼장 통합경영은 농장-공장-시장을 연결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경영시스템을 말한다. 농장에서 가축 사육, 공장에서 육제품 가공, 시장에서 유통과 판매를 모두 계열화하여 원가절감과 시너지효과를 거두는 사업 모델이다. 수직계열화를 통하여 중간마진을 없애고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제품을 소비하게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김홍국 회장이 통합 경영 시스템을 완성하기 위해 선택한 전략은 인수합병이다. 김 회장은 “송아지를 사서 키우려면 3년 걸리지만 마른 소를 사서 치유하고 3~4개월 키우면 좋은 소가 된다”고 강조한다. 인수합병을 통한 성장 전략은 계속 진행 중이다.
김홍국 회장은 2015년 신년사에서 하림의 경쟁력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표명했다.
“격동하는 글로벌 식품시장에서도 경쟁력의 본질은 생산성과 품질입니다. 생산성을 높이면 품질이 훼손되고, 품질을 위해서는 생산성이 희생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진정한 품질은 원가 경쟁력과 함께 만들어진 품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농업 총생산액은 2014년 말 기준으로 47조2922억원이다. 이 중 쌀을 포함한 농작물 비중이 20%이고 축산물 비중은 그 두 배인 40% 수준이다. 축산업이 다른 농업 분야보다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하여는 하림이나 이지바이오(마니커)와 같은 축산업 선도기업들이 전후방 계열화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행했기 때문이라고 평가를 받는다.
하림은 육계뿐만 아니라 양돈에서도 1위 기업이다. 하림은 2007년 '선진’, 2008년 '팜스코’를 인수합병하여 국내 최대의 양돈기업이 되었다. 하림이 육계사업에서 양돈사업으로 수월하게 확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배합사료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림은 사료 사업에서 본원적 경쟁력이 있었기 때문에 육계와 양돈에서도 '저원가’와 '고품질’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다.
하림은 육계와 양돈 분야에서 친환경 농장을 만들고 위생관리에 노력을 기울여 '친환경 먹을거리, 안전한 먹을거리’를 제공하는 녹색기업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구축해왔다. 하림은 직영농장과 계약농장에서 연간 2억 마리의 닭을 사육한다. 이때 수요처(학교급식업체, 프랜차이즈업체, 두 마리 한 세트 업체 등)마다 요구하는 무게 조건이 달라서 사육 중인 닭의 무게를 정확하게 계측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림은 2015년에 LG CNS와 손잡고 사물인터넷과 빅데이터를 활용하여 닭 무게를 관리하는 농장을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다. 하림의 이러한 개선과 혁신의 노력이 저원가와 고품질을 구현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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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EO 김홍국 회장의 하림그룹. 사양산업으로 취급되던 1차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되었다는 점은 현재 시설이나 생산성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업가들에게도 좋은 연구사례가 될 것이다./사진=CEO김홍국 홈페이지(ceo.harim.com) 포토갤러리 |
글로벌 곡물 메이저를 향하여
하림그룹의 팬오션 인수는 논란도 많았다. 해운업과 아무 관련도 없는 축산업체가 왜 그러느냐는 부정적 인식이 짙었다. 인수 후에 승자의 저주를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고 재벌 흉내를 내고 싶은 거냐는 비난도 들었으며 소액주주들의 반발에도 부딪쳤다. 그러나 김홍국 회장은 소신을 굽히고 않고 밀고 나가 끝내 팬오션을 품에 안았다.
증권업계 일부 애널리스트는 하림이 해운업(팬오션)이나 부동산임대업(파이시티)로 사업영역을 무차별적으로 다각화 하는데 대하여 부정적 의견을 보였다. 이들은 하림이 '본업'에 보다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며 목표주가를 하향조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평가에 대하여 김홍국 회장은 동의하지 않는다. 팬오션을 인수한 것은 곡물사료 수송을 위한 것이고, 파이시티를 개발하는 것도 식품유통을 위한 것이므로 하림의 본래 사업영역이라고 말한다. 김 회장은 하림의 업을 '축산업’이 아니라 '먹는 것’으로 더욱 넓게 정의하고 있다. 김 회장은 사업위기를 겪으면서 “한 우물을 파되, 넓고 다양한 방법으로 파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배웠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을 카길과 같은 글로벌 곡물 유통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꿈을 꾸고 있으며 팬오션 인수와 파이시티 개발사업은 이런 큰 그림의 한 부분이라고 설명한다. 김 회장은 하림이 무모한 도전을 하고 있다는 세간의 평가는 하림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소리라고 잘라 말했다.
“닭을 전문으로 하다가 돼지로 영역을 넓힐 때, 축산을 하다가 가공으로 영역을 넓힐 때도 매번 무모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림의 모든 사업이 그렇듯 생소한 분야로 무턱대고 확장하지 않는다. 하림은 오래전부터 곡물(사료)을 수입해왔기 때문에 해운업에 대해서도 잘 이해하고 있다. 팬오션을 발판으로 세계 제2의 곡물 메이저가 되려고 한다.” (중앙일보, 2015-02-17, 팬오션 사들인 김홍국 "한국판 카길 꿈")
과거 하림의 비전은 '농장에서 시장까지’였는데, 팬오션 인수를 계기로 '곡물에서 식탁까지’로 확장였다. 김 회장이 롤모델로 삼는 세계 1위 곡물 메이저 '카길’은 500척이 넘는 선박을 운영하고 있다. 곡물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가격 등락에 대응하는 것인데, 그 가격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이 운송비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STX그룹이나 웅진그룹과 같은 자수성가형 대기업이 판단착오와 경기불황으로 무너지는 것을 보아왔다. 하림그룹이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까하는 걱정에 대하여 김홍국 회장은 기업은 다수결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항상 새로운 일을 할 때 우리는 보이지 않는 미래를 향해 갑니다. 기업은 다수결이 아니거든요. 남이 생각 못한 것을 생각해야 되고, 남이 보지 못한 것을 봐야 합니다. 그러나 대중들은 안 보이니까 다 불신을 합니다.” (SBS, 2013-06-28, 창조경제 연중기획 특별대담)
김홍국 회장은 경영은 지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품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물론 지식과 성품을 모두 갖추면 좋겠지만 지식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열정이 있으면 금방 배우게 된다고 말한다. 김홍국 회장은 도전, 열정, 인내를 경영자의 중요한 덕성으로 거론하고 있다. 이러한 덕성이 하림이 미지의 사업영역을 개척하는 과정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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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의 팬오션과 파이시티 등 인수합병은 단순히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글로벌 곡물 메이저’라는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된다./사진=CEO김홍국 홈페이지(ceo.harim.com) 포토갤러리 |
3. 절대로 포기하지 마라
위기를 견디면 기회가 된다
김홍국 회장은 1%의 가능성만 보여도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는 경영철학을 품고 있으며 자타가 공인하는 긍정론자다. 숱한 위기를 극복하며 살아왔기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는 정신을 강조한다. 김홍국 회장은 평생 큰 위기를 세 번 겪었으며 이를 모두 이겨냈다고 자평한다.
첫번째 위기는 1982년 닭값 폭락 파동으로 찾아왔다. 연이율 60%대 고리 사채까지 써 가며 사업을 의욕적으로 확장해가던 시기였기에 타격이 컸다. 김홍국은 많은 빚을 지게 되었으며 결국 양계사업을 접는다. 이후 식품회사에 취직해 영업사원으로 일하면서 6년에 걸쳐 부채를 모두 갚는다. 이때 사육-가공-유통을 수직계열화하는 '삼장 통합경영’을 구상하였다.
두번째 위기는 초현대식 공장을 짓자마자 외환위기가 시작되는 바람에 초래되었다. 경기 침체로 소비가 위축되면서 익산에 420억원을 들여 증축한 최신식 육가공 공장의 가동률이 뚝 떨어졌다. 매출은 줄고 이자는 쌓여 금방이라도 부도가 날 판이었다. 이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세계은행(IBRD) 산하 국제금융공사(IFC)에 투자 유치를 신청하여 두 달여 조사 끝에 2000만달러를 투자 받았다. IFC가 국내 기업에 투자한 것은 하림이 처음이었다. 김 회장의 사업에 대한 남다른 열정, 그리고 신선육과 가공육을 같이 생산하는 효율적인 경영 구조가 높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었다.
세번째 위기는 2003년 익산 공장이 화재로 전소되면서 닥쳐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류독감도 유행하여 매출이 급락했다. 김홍국은 공장을 다시 짓는 돈을 빌리러 찾아간 은행에서 “공장이 없어진 건 생산성이 높은 공장을 지을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라고 설득을 했다. 신공장 건설 후에 실제로 생산성이 향상되자 하림은 가격경쟁력이 강화되면서 급속한 성장을 이루게 된다. 김 회장은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위기를 견디면 기회가 되니 절대로 중도에 포기하지 말라”고 당부한다.
된다고 믿으면 결국 된다
나폴레옹 모자는 김홍국 회장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의 임직원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 좌절하거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한다. 김 회장은 사회에서 무책임하게 '흙수저’나 '헬조선’을 언급하는 것에 대하여 단호하게 반대한다. 이런 사고에 젖으면 도전을 해보지도 않고 미리 포기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된다고 믿으면 결국 된다”는 게 김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꿈과 비전의 본질은 긍정이고 이 긍정을 통해 기회를 잡고 도전할 수 있다. 성공은 결코 출신성분을 따라가지 않는다. 최근 유행하는 흙수저니 금수저니하는 말에 젊은이들이 좌절하지 않았으면 한다.” (축산신문, 2016-04-20, 대기업 성장신화 쓴 하림그룹 김홍국 회장)
김홍국 회장이 늘 강조하는 것은 '적성’이다. 자신이 축산에 재미를 느껴 성공했듯이 누구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해야 일을 즐기면서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 지치지도 않고 실패해도 다시 회복해서 일어날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김 회장은 적성은 하늘이 우리에게 부여한 소명이라고 해석한다. 또한 욕심과 소명을 구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을 바라는 마음이 욕심이고, 남들이 뭐라거나 손해를 보다라도 자신이 좋은 것이 소명이라고 구분한다.
“욕심은 한 때의 인기를 쫓아가므로 바람처럼 없어진다.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면서 한 단계 올라오면 그 다음 단계가 보이고 보이지 않던 미래가 보인다. 낮은 산을 넘으니까 그다음 높은 산이 보이더라.” (여성신문 2014-02-19, 길에서 길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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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폴레옹 모자는 김홍국 회장의 도전정신을 상징하는 물건이 되었다. 김 회장은 하림그룹의 임직원에게 도전정신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들에게 좌절하거나 허무주의에 빠지지 말 것을 당부한다./사진=CEO김홍국 홈페이지(ceo.harim.com) 포토갤러리 |
시사점
하림그룹의 발전과 성장이 지니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① 하림그룹의 성장에는 김홍국 회장의 도전정신, 긍정적 사고, 미래에 대한 결단력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② 사양산업으로 취급되던 1차산업 분야에서 대기업이 되었다는 점은 현재 시설이나 생산성 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사업가들에게도 좋은 연구사례가 될 것이다.
③ '삼장 통합경영’이라는 하나의 개념으로 사업의 다각화와 계열화를 설명하고 있어서 하림그룹의 사업영역과 발전전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④ 팬오션과 파이시티 등의 인수합병은 단순히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글로벌 곡물 메이저’라는 장기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과정으로 이해된다. /송영출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한국의기업가'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송영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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