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민주주의 확신 없는 오너 홍석현의 좌편향이 원인
북한의 위장평화를 국내언론이 증폭…사드 반대 부추겨
   
▲ 조우석 주필
7월 사드 안보대란, 이 기간에 한국사회가 이토록 뿌리부터 흔들릴 줄은 몰랐다. 이 안보 위기국면에서 황폐화되고 지리멸렬한 여론상황 자체가 대한민국의 수준을 드러냈지만, 국익과 대국에 눈감은 조중동의 패착도 결정적이었다. 그러나 그중 위험했던 건 조선-동아가 아니었다.

내 눈에는 중앙이 문제였다. 조중동이 모두 흔들렸지만, 셋 사이엔 편차가 있다. 사드 안보대란의 와중에 엉뚱하게 우병우 수석 죽이기에 올인한 조선일보는 자사(自社)이기주의에 눈먼 경우다. 친노 야당과 손잡고 청와대 흔들기에 여념 없는 그 신문의 배신이 보기에 딱했지만, 덩달아 춤추는 동아도 가관이었다. 그럼 중앙은 뭐가 달랐을까?

조선-동아의 몽니 부리기, 중앙의 일탈

조선-동아가 박근혜 정부 레임덕을 재촉하는 걸 회사 이익이라고 착각하는 몽니 부리기였다면, 중앙의 일탈(逸脫)은 오너인 회장 홍석현의 좌편향된 정치의식을 반영한 의도된 지면 설계에 매진한 경우다. 그래서 잘 살펴봐야하는데, 결정적으로 경약했던 건 남북 평화공존론과 평화협정 타령이 7월 내내 오피니언 지면을 장식한 점이다.

그 신문의 대기자라는 김영희, 전 총리 정운찬-이홍구 두 명, 연세대 교수 문정인 등 내외 필진을 동원해 평화협정 체결에 올인하다시피 했다. 국민적 합의없고, 반(反)대한민국적 어젠더에 저들은 기이하리만치 집착한 것이다. 이건 아니다. JTBC가 대중 선동에 정신없고, 중앙일보는 지식사회의 오염을 시키는 쌍끌이의 구조인데, 물론 그건 100% 홍석현의 메시지다.

일테면 종종 대북 굴종의 논조를 펴온 김영희는 7월 1일 칼럼에서 "사드를 포기하자"는 제목의 궤변을 게재했다. 분단 관리의 대전제는 전쟁 방지라는 논리다. "방사능과 독가스에 뒤덮인 폐허 위에서 이루는 통일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평화론인데, 이런 논조를 어떻게 봐야 할까? 신문의 정체성을 잊은 정치적 자살골이 애처롭다.

물어보자. 한반도 엔드게임이 시작된 지금 초미의 상황에서 지난 수십 년처럼 분단관리나 할 때인가? 국제사회가 반인도적 범죄집단인 김정은을 처벌하려 애쓰는데, 우리가 더욱 적극적인 대북 억지력과 핵저지 전략을 구사할 때가 아니던가? 그런데도 그 못난 신문 중앙이 핵(核)에 굴종하는 가짜 평화를 애걸하다니….

헛똑똑이 김영희와 중앙일보 추락은 이미 예고됐다. 김영희는 올해 초 2월 5일자 칼럼 '핵 동결과 평화협정의 교환이 답이다'를 통해 평화협정 체결을 천명했는데, 그런 목소리는 보수언론으론 처음이었다. 오너의 입맛을 반영해 중앙일보의 좌편향을 선도해온 그를 두고 오래 전 "친북 세작"이란 비판(올인코리아 조영환 대표)이 나온 것도 이해 못할 게 없다.

   
▲ 중앙일보가 사드논쟁으로 뜨거웠던 7월 내내 평화외교론을 띄우며 사드배치를 반대했다. '미디어오늘'마저 "중앙일보와 경향의 논조는 동급"이라고 평했지만 중앙일보의 논조 변화는 커녕 평화협정론의 나팔수 역할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7월 내내 중앙은 평화공존론-평화협정 띄운 중앙

놀랍게도 그런 지면은 단발성이 아니었다. 7월 내내 그랬다. 이홍구가 평화외교론을 띄웠고(7월23일), 정운찬도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해야 한다"는 칼럼(7월25일)을 통해 사드 배치를 비판했다. 이어 7월30일 문정인이 "사드 배치는 냉전 회귀"라는 좌파논리를 들고 나왔다.

이들, 몰상식할뿐더러 수상쩍기조차 하다. 평화협정 체결 자체가 1974년 이후 북한의 위장평화 구호이고, 이후 이 나라 좌익세력과 학생운동권의 독점물이었는데 이 와중에 평화협정의 나팔수 노릇이라니! 실은 저들이 뭐라 고 헛소리를 하건 우린 북한의 속내를 죄다 안다.

한반도에서 주한미군을 내보낸 뒤 허깨비 대한민국을 1대1 대결로 상대해 아웃시키겠다는 대전략이다. 실례도 있다. 1975년 월남 패망도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았던가? 월남은 북베트남과 맺었던 평화협정 직후 2년 만에 바로 주저앉았는데, 중앙일보는 궤변과 요설로 이를 가리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다.

중앙일보에 무슨 일이 있는 것일까? 논조 변화의 중심에는 오너 홍석현의 뒤틀리고 미숙한 정치의식이 있는데, 그 실체를 위선적 리버럴리즘이라고 나는 규정하려 한다. 위선적 리버럴리즘이란 무엇인가?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 대부분의 꾀바른 지식인들이 빠진 덫인데 민주화의 가면을 쓴 좌익혁명세력에 유독 관대하다. 전체주의 평양에도 매우 유화적이다.

안타깝게도 헌법 4조가 규정한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가볍게 여기니 패션좌파로 전락하거나 자칫 '내부의 적'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그게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 게 중앙일보는 전부터 '열린 보수'를 표방해왔다. 열린 보수란 새누리당의 이념적 바보들인 전 대표 김무성, 전 원내대표 유승민 등이 내세우는 중도 타령, 합리적 보수 따위와 완전 닮은꼴이다. 홍석현은 그런 종류의 사람이다. 더 가소로운 것은 자신의 섣부른 통일론-평화론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으려고 애쓰는 점이다.

좌우 넘나드는 홍석현 식 대권 행보?

그건 좌우를 넘나드는 홍석현식의 대권 행보라고 보면 된다. 중앙일보 지면의 변화는 거의 모두 그걸 반영한다. 개인 활동도 그렇다. 그는 얼마 전 허핑턴포스트코리아 기고문에서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과 각을 세우는 정치적 허세를 연출해 우릴 또 한 번 어이없게 만들었다. "남북문제는 우리가 주도적으로 이니셔티브를 가지고 풀어나가야 합니다. 북핵은 하나의 대화 목표로 삼고 대화의 조건으로 걸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자꾸만 접촉을 해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일은 대박이다'라고 얘기하지만 통일은 그렇게 쉽게 오지 않습니다. 가장 바람직한 건 경제공동체 문화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려는 노력입니다."

절대적 비대칭 전력인 북핵 앞에 "노!"라고 하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잠꼬대다. 총칼로 무장한 강도를 어리고 달래자는 어설픈 대화주의자가 홍석현인데, 그런 도착된 인식을 가진 그에게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폐쇄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기고문에서 김정일이 재임시 "영웅적으로 위험을 무릅쓰고 공단부지를 만들었다"고 찬양하는 걸 잊지 않았다.

홍석현, 멀쩡해 보이는 그가 왜 이런가? 그를 이해하려면 지인들에게 자신의 정치의식을 드러낸 이런 발언을 감안해야 한다. "나는 중앙일보 지면보다 훨씬 더 왼쪽에 있습니다." 그게 그의 실체다. 이런 어줍지 않은 확신 때문에 오래 전 패션좌파 손석희를 불러들어 JTBC시청률을 높이는 편법을 선택했는데, 그에겐 어려운 결정이 결코 아니었다.

올해 초 좌익매체 '미디어오늘'은 "중앙일보와 경향의 논조는 동급"이라고 치켜세웠는데, 홍석현은 그걸 모욕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도 분명하다. 그래서 걱정이다. 신문의 오너인 그는 생각보다 미덥지 못한데다 결정적으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확신이 없다.

선대(先代) 회장 홍진기가 보였던 꼼꼼함도 그에겐 없다. 지금이 문제다. 거물 행세를 하고 싶어 하는 그를 견제해왔던 이건희 삼성 회장도 저렇게 된 상황에서 말리는 이가 없다. 그런 와중에 불거져 나온 최악의 지면이 7월 안보대란의 와중에 선보인 평화협정론 나팔수 노릇이었다.

오해 마시라. 분류컨대 매체비평인 이 글은 홍석현 공격도 중앙일보 비판과 구분된다. 집권세력 새누리마저 체제수호를 하지 않으려는 이 아찔한 풍토의 나라에서 조중동마저 책임있는 지면을 만들지 않으려는 한계를 경고하려 했을 뿐이다. 그중 중앙일보의 7월 지면은 최악이었다.

지난 글에서 밝힌 대로 대한민국은 여전히 취약한 국가, 그래서 미생(未生)국가로 남아있다. 다시 묻자. 이게 과연 지속가능한 체제란 말인가? 이 중요한 국면에서 자유민주주의 승리를 장담할 수 있는 것일까? 헛똑똑이 중앙일보의 배신이 이 나라의 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든다. <중앙일보-JTBC의 문제를 다룬 후속 칼럼을 금주 중에 한 번 더 내보냅니다.> /조우석 주필
[조우석]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