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8 건국' 릴레이인터뷰④]"68년 전 국회서 법률 통과된 사실 몰랐던 탓"
박근혜 대통령이 제71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1948년 건국’ 발언을 한 것과 관련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 정통성을 부정하는 얼빠진 주장”이라고 반박했고, 야권의 총 공세가 시작됐다. 이들은 ‘1919년 4월11일 상해 임시정부 건립’을 대한민국 뿌리라고 주장하는 대신, 현재 남한을 미제강점기로 규정하고 이승만 대통령을 분단의 원흉으로 여긴다.
대한민국 건국의 역사를 달리 보는 이 두 가지 시선은 우리 사회를 분열시켜온 근본 요인이다. 자기 나라의 생일도 모른 채 ‘건국’을 부정하는 일을 중단시키기 위해 우파 진영에서는 ‘건국절’ 제정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이에 미디어펜은 건국절 논란을 정확하게 진단해보고자 전문가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편집자 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10년 전 칼럼을 통해 ‘1948년 건국’ 주장을 처음 공언한 인물이다. 그리고 이번 건국절 논란을 계기로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혔다. 

이 교수는 19일 “처음 건국절을 주장할 당시에는 우리 법률에서 1948년 8월15일을 ‘광복절’로 제정한 사실을 몰랐다”면서 “국회에서 과거 1948년 8월15일을 처음 ‘독립기념일’로 정했다가 한달 뒤 ‘광복절’로 단순 명칭 변경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즉 지난 1949년 6월 정부는 국경일 제정 관련법을 국회에 제출했고, 국회에서 ‘1948년 8월15일은 독립기념일’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제1회 독립기념일’ 경축식도 열렸다. 이듬해인 1950년에는 6.25전쟁 중인데도 불구하고 대구에서 ‘제2회 광복절’로 경축식이 열렸다.

   
▲ 이영훈 서울대 교수는 19일 “처음 건국절을 주장할 당시에는 우리 법률에서 1948년 8월15일을 ‘광복절’로 제정한 사실을 몰랐다”면서 “국회에서 과거 1948년 8월15일을 처음 ‘독립기념일’로 정했다가 한달 뒤 ‘광복절’로 단순 명칭 변경한 사실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역사적 사실은 지금 우리가 부르는 광복절이 실은 1945년 8월15일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그 날이 아니라는 것을 나타낸다. 대한민국이 법률로 선포한 광복절은 1948년 8월15일이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런 사실을 모른 채 68년째 잘못 인식하고 살아왔다.  

따라서 올해 광복절 개념행사 때 사용된 ‘제71주년 광복절과 제68주년 건국절’도 잘못된 것이다. 그냥 ‘제68주년 광복절’이다. 광복절은 1948년 건국을 의미한다.

잘못은 언제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 이 교수는 “1951년 8월15일 언론이 ‘제6회 광복절’로 잘못 보도하면서 오류가 시작했지만 정부나 그 누구도 바로잡아주지 못하고 지금까지 왔다”면서 “한마디로 혼돈의 역사 속에서 해방의 의미도, 광복의 의미도, 건국의 의미도 바로 정립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 자신도 이런 사실을 지난 2010년에 알게 됐다고 하는데 그는 여러 사료를 뒤져본 결과 ‘제1회 독립기념일 경축식’이 열리면서 제작된 포스터도 발견할 수 있었다고 한다. 사료를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용어 정립의 필요성도 느꼈다고 했다.

   
▲ 1949년 8월 15일 독립1주년을 맞이하여 정부가 공모한 기념 포스터의 당선작(육군사관학교 박물관 소장)
이 교수는 “처음 ‘광복’을 사용할 때 의미를 찾아보니 ‘광복 조국’ ‘광복 독립’의 줄임말로 쓰였다”며 “즉 ‘조국을 영광스럽게 되찾는다’는 의미였는데 이 말이 줄임말이 되어 ‘광복’으로 불리면서 ‘해방’의 의미로 뒤바뀌었다”고 했다. “조국이나 독립과 같은 목적어가 빠지고 광복만 사용하다보니 추상적인 광복이란 단어 때문에 혼선이 왔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1987년에는 헌법 조문이 개정되면서 더욱 애매한 표현이 명시됐다. 바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919년 상해 임시정부로 이미 건국됐다”고 주장하며 내세운 근거이다. 

당초 1948년 7월17일 만들어진 제헌헌법에 ‘3.1독립정신을 계승하고 대한민국을 재건한다’라고 했던 것을 1987년 헌법 전문을 개정하면서 ‘1919년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바꿨다. 하지만 이 교수는 “‘법통 계승’이 ‘국가 성립’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현재 헌법 조문을 그냥 두더라도 독립정신을 계승하자는 말이지 1919년 국가가 성립됐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지난 임시정부가 민주독립국가를 선포했지만 국제사회에서 승인받지 못하고 건국에 실패한 것은 자명한 역사적 사일이다”라고 설명했다. 

이번 건국절 논란을 겪으면서 일각에서 광복이든 해방이든 뭐가 그렇게 중요하겠나 할 수 있겠지만 이 교수는 ‘어휘의 이미지네이션’을 거론했다. 1948년 ‘광복 조국’이라는 말로 시작된 것이 엄연하므로 용어를 바로 사용해야 대한민국의 생일을 제대로 기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른 용어를 사용해서 우리의 건국 역사를 정리해보면 ‘1919년 3.1운동과 상해 등지의 임시정부에서 독립운동을 펼친 결과 1945년 8월15일 일제강점기에서 해방된 우리는 공산주의 세력과 투쟁의 역사를 거쳐 1948년 8월15일 드디어 광복 독립됐다.’

잘못된 건국 역사를 되돌리기 위해 건국절을 제정하자는 움직임이 나오는 것과 관련해 이 교수는 “이 문제는 법률을 제정할 것이 아니라 내년 8월15일을 맞으면서 대통령이 행정명령으로 바로잡고 ‘69주년 광복절’을 선포하면 된다”고 했다. 

“비록 대통령이 올해 ‘71주년 광복절과 68주년 건국절’이라고 표현했지만 엄연히 우리 법률에 1948년을 광복절로 명시돼 있으므로 앞으로 대통령이 광복절의 기준 년도가 잘못된 경위를 설명하고 ‘행정명령’으로 고쳐서 내년부터 올바르게 시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1948년 8월15일은 건국일이 맞지만 그 용어를 새롭게 건국절로 만들어서 부르기보다 기존 법률에 있는 용어를 사용하려면 ‘독립기념일’이든 ‘광복절’로 부르는 게 좋다”며 해마다 광복절에 외국에서 보내오는 축전에도 ‘68'th of Korean Independence Day'(제68주년 한국 독립기념일)로 명시돼 있는 만큼 개인적으로 독립기념일로 명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역사를 바로 공부하면 아무런 혼란이 없다”고 말하는 이 교수는 “역사를 제대로 모르면서 정치권에서부터 편을 나눠 논쟁만 벌이다보니 지난 역사에서 1948년을 광복절로 제정한 사실도 까맣게 모르고 국민을 혼돈 속으로 빠뜨리고 있다”고 마지막 일침을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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