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남 탓' 말고 유착설 의혹 해소부터…우 수석 흔들기도 '의심'
   
▲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나라가 가장 빨리 망하려면 야당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두 번째로 빨리 망하려면 신문 사설이 하자는 대로 하면 된다." 조갑제 기자가 노태우 대통령 시절 고참 기자들이 모여 잡담을 하다가 한 청와대 출입기자가 이런 농담을 하더라 하고 어떤 글에서 소개한 말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대우조선해양 비리에 연루된 홍보대행사 뉴스커뮤니케이션(뉴스컴) 대표 박수환씨와 유력 언론인 S씨의 유착설을 폭로했다는 기사를 접한 뒤 문득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여기서 S씨는 이미 언론에 공개된 조선일보 주필이다. 

김 의원 폭로 내용은 이미 많은 언론들이 보도했으니 필자까지 굳이 소개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요컨대 박씨와 S씨의 유착설을 뒷받침하는 물증이 하나 확인됐다는 것인데, 대우조선해양의 남상태 전 사장이 2011년 9월 호화전세기를 동원해 두 사람 남유럽 여행을 시켜줬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임직원과 승무원을 뺀 민간인이라곤 단 이 둘 뿐이었다고 한다. 

이들이 탔다는 호화전세기란 영국 항공사 소속 10인승 전세 제트기다. 단 며칠만 이용하는데도 무려 8900만원이나 드는 초호화급이라고 한다. 미국 헐리우드 유명 스타들이 이용하는 그런 기종이란다. 어찌됐든 폭로의 핵심은 박씨와 S씨의 유착 의혹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박씨는 구속된 남상태 전 사장이 자기 연임을 위해 정관계와 언론계 로비 창구로 활용한 사실상의 '로비스트로'로 의심받고 있는 사람이다. 남 전 사장 연임 시기(2009~2011) 뉴스컴에 지급한 대금이 20억원이었는데 그가 물러난 후 계약금이 연 1억 원으로 크게 줄었다고 하니 특혜 정황도 뚜렷하다. 

남 전 사장이 박씨에 과도해 보일만큼 거액을 기꺼이 지불했던 이유가 무엇인지는 검찰수사로 곧 진실이 드러날 것이다. 덧붙인다면 박씨는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과도 친분이 두텁다고 한다. 흥미로운 건 박씨가 대외적으로 과시하던 유력인사 인맥 중 민유성과 함께 빠지지 않고 내세웠던 인물이 바로 조선일보 S씨였다는 것이다.

   
▲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11년 9월 당시 '워크아웃' 상태이던 대우조선해양의 임직원 7명과, 현재 대우조선 비리 의혹을 받고 있는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즈 대표 그리고 한 유력 언론사 논설주간 등 민간인 2명이 탑승했다는 이탈리아·그리스행 '초호화 여객기' 사진을 들어보이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앞뒤 안 맞는 조선일보 S씨의 궁색한 변명

S씨는 대우조선해양 비리 의혹에 연루된 박씨와 관련되어 자신이 지목 당하자 사내 기자들과 언론에 이런 해명을 했다. "박수환 대표와의 관계는 취재기자와 취재원 사이일 뿐이며 금품이 오가지는 않았다" 그런데 2013년 1월에 낸 송 주필의 책 <절벽에 선 한국경제>를 보면 그런 해명이 쉽사리 믿어지지 않는다. 

서문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칼럼을 쓸 때마다 색다른 제안과 허를 찌르는 비판을 해주신 박수환 뉴스커뮤니케이션 사장님과…깊은 감사를 드린다" 자기 책 서문에 특별히 감사를 표한 사람과 단순히 기자와 취재원 사이라고 한다면 그걸 믿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의문이 든다. 

S씨는 또 호화 제트기 여행 전후로 조선일보가 대우조선해양에 우호적인 사설을 실었다고 지적하자 이런 반박도 했다. "김 의원이 지목한 사설은 현지 취재를 가기 한참 전인 당해 5월18일, 8월3일이었으며 대우조선해양을 주제로 한 사설이 아니었다" 

이런 해명이 궁색하다는 건 아마 S씨 본인이 누구보다도 더 잘 알 것이다. 조선일보는 S씨 본인 말대로 취재를 가기 전, 갔다 온 후 그 몇 달 사이에 수차례의 사설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은밀하게 또는 노골적으로 치켜세웠다. 

예컨대 <재벌 '총수 문화', 바꿀 건 바꿔야 한다 (2011. 5. 18)> <공기업 국민株 구상, 회사가 더 성장하는 계기 돼야 (2011. 8. 3)> <고졸 채용 늘리니 대학 가려는 전문高학생 줄었다> <대우조선이 간부후보로 고졸 뽑는다는 반가운 소식 (2011. 10. 13)>와 같은 사설들이다. 

사설만이 아니다. 이미 언론들은 조선일보의 <[대우조선해양] 찾아가는 적극적 영업, 4조원 선박 수주 이뤄 (2011. 6. 30)> <대우조선, 高卒과 大卒 차별 없애기로 (2011. 8. 30)> <대우조선 "고졸 위해 '중공업 사관학교' 운영"' (2011. 9. 9)> 등등의 기사들을 근거로 조선일보 특히 대우조선해양-박수환-S씨 사이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S씨에 침묵하면서 여전히 우병우 죽이기만

자신은 무관하다고 강변하는 S씨가 더 수상한 것은 박수환이 자랑했다는 또 한명의 유력 인사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의 사례 때문이다. 그가 2008년 6월 산업은행장에 취임한 이후 파산 직전의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주장했다가 하마터면 국가적 비극을 부를 뻔 했던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그때 S씨는 리먼브라더스 인수를 부추기는 칼럼을 썼다. "잘 고르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만한 물건들"이라면서 "베어스턴스라는 대형 증권회사가 맥없이 무너진 후 메릴린치증권, 리만 브러더스를 비롯, 중소형 은행과 증권회사, 보험회사의 몸값이 뚝 떨어졌다. 이 중에는 전 세계 영업망을 갖추고 고급 인재를 거느린 브랜드이지만 떨이 상품으로 전락한 곳도 있다. 외환은행 사는 값으로 월 스트리트의 대형 증권사를 살 수 있을 지경이다. 잘 고르면 몇 년 후 엄청난 수익을 거둘 만한 물건들이다."라던 그의 <누가 월 스트리트를 두려워하랴> 칼럼은 지금 다시 봐도 아찔하다. 

S씨의 이 칼럼이 나간 뒤 한 달도 안 돼 리먼브라더스는 파산했다. 대한민국 경제에 치명타가 됐을지도 모를 오판을 부추긴 조선일보와 S씨 말대로 했다면 이 나라는 지금 어떤 상황에 있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지 않나. 나라가 빨리 망하려면 언론이 시키는 대로 하면 된다는 얘기는 단순한 우스갯말로 넘길 일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박수환을 중심으로 한 민유성-남상태-S씨 등의 여러 관계와 의혹들을 생각해보면 더 심각하다. 남상태 전 사장은 호화 제트기에 박수환과 S씨를 태웠는데 민유성 전 행장은 뭘 해주었을까 싶은 건 필자만의 지나친 의심인가. 알다시피 S씨의 조선일보는 한 달이 넘도록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마녀사냥에 여념이 없었다. 거의 매일같이 신문과 자회사 방송을 통해서 비오는 날 먼지 털 듯 우 수석을 털어대고 때리기 바쁘다. 

남 심판만 하던 조선일보 심판받을 위기에

조선일보의 비정상적인 우병우 집착 배경에 고위 간부의 비리 의혹과 거절당한 청탁이 자리하고 있다는 소문이 돈 사실은 새삼스럽지가 않다. 이젠 실제로 쉬쉬하던 S씨 의혹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 마당이다. 앞으로 이 사건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후폭풍은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조선일보는 그동안 우 수석에게 제기된 여러 잡스런 의혹만을 갖고 세상에 둘도 없는 부패 인사 인양 몰아세웠다. 비리 의혹이 있는 그가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민정수석 노릇을 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청와대에서 반드시 내쫓아야 한다고 필을 휘둘렀다. 

그러면 조선일보는 S씨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 건가. 조선일보를 바라보는 많은 국민들의 불신은 어떻게 지울 건가. 그동안 남을 향해서는 가혹한 칼을 휘두르며 정의를 외쳤던 조선일보와 S씨였다. 

대한민국 1등이라는 언론사 주필이 연루된 의혹들을 깨끗이 풀고 처리하지 못한다면 조선일보는 청와대와 우병우가 아니라 한낱 좀도둑을 비판할 자격도 없다. 그리고 이 나라 언론도 답이 없게 된다. /박한명 미디어그룹 '내일' 대표·미디어워치 온라인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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