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소식통 “‘류경수 105근위 탱크사단’의 주인공 류경수의 아들 가족도 숙청”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위험한 것은 하루아침에 간부를 처형하고 숙청하는 데 있다. 공산국가에서 숙청은 중요한 통치행위 중 하나인 것은 맞지만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과 달리 간부 숙청과 처형이 즉흥적이다.

김정은의 고모부 장성택의 경우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반당 반혁명적 종파’ 혐의로 숙청시킨 뒤 불과 나흘만에 ‘국가전복 음모’ 등 온갖 혐의를 씌워 2014년 12월 처형했다. 물론 그 이전부터 장성택의 뒷조사를 지속적으로 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김정은의 후견인으로까지 지칭되던 고모부를 집권 2년만에 전격 처형한 것은 국내외에 최악의 경각심을 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5월 전격 처형된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그해 4월 27~28일까지 열린 모란봉악단 공연까지 관람한 것이 북한 매체에서 확인됐지만 이틀만인 같은 달 30일 군 훈련일꾼대회 참가자 기념촬영에서 모습을 확인할 수 없었고, 그날 ‘불경죄’로 처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31일 그동안 설로만 떠돌던 김용진(63) 내각 부총리가 처형된 사실을 확인했다. 김일성종합대학 부총장도 역임한 정치인이자 교육자였던 김형진 교육부총리는 지난 7월 초부터 북한 관영 매체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통일부 관계자는 “김용진이 지난 6월29일 최고인민회의 때 자세불량을 지적받은 것이 발단이 돼 보위부 조사를 받고 반당반혁명분자로 몰려 7월 중에 총살로 처형됐다”고 밝혔다.  

어린 나이에 집권한 김정은에 대해 처음 고모부 장성택은 물론 할아버지 김일성과 항일무장투쟁을 함께한 것으로 선전하는 빨치산 혈통을 곁에 두고 3대세습의 정통성을 인정받으려고 할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 북한 김정은은 집권 초기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빨치산 후손도 과감하게 숙청하면서 극도로 견제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스스로 백두혈통 외에는 그 어떤 혈통도 작은 권력이라도 쥘 수 없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연합뉴스

하지만 김정은은 집권한 지 얼마 못돼 고모부를 전격 처형한 것은 물론 빨치산 후손도 과감하게 숙청하면서 극도로 견제하는 모습이다. 김정은 스스로 백두혈통 외에는 그 어떤 혈통도 작은 권력이라도 쥘 수 없다는 의지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김정은정권 들어 오진우 오백룡 오극렬 등 대표적인 빨치산 혈통들이 요직에 오르지 못하고 오히려 숙청되고 있다”며 “지난 시절 북한에서 ‘김 씨 다음에는 오씨’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는데 혈통 좋은 가문을 배제시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일성의 대표적인 빨치산 동료인 오진우 전 인민무력부장의 아들인 오일정 노동당 민방위 부장은 지난 5월 7차 당대회에서 상장(우리의 중장)에서 소장(준장)으로 두 계급 강등됐고, 노동당 중앙위원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최근 귀순한 태영호 주영 북한 공사의 아내 오혜선 씨의 집안으로 알려진 김일성 빨치산 동료 오백룡의 장남 오금철 총참모부 부총참모부장도 7차 당대회 때 당 중앙위원에서 후보위원으로 밀렸다. 해군사령부 정치위원을 지낸 차남 오철산은 당 후보위원에서도 탈락했다.

빨치산 2세인 오극렬 전 국방위 부위원장도 지난 7차 당대회를 계기로 사실상 은퇴했다. 또 대북소식통 사이에서는 “빨치산 시절 김일성을 위해 혀를 끊은 것으로 알려진 충신 마동희의 가문에서도 탈북자가 생겼다”는 말이 돌고 있다.

여기에 김일성의 빨치산 동료이자 6.25전쟁 당시 서울에 처음 진입한 탱크사단에 이름까지 붙은 류경수의 아들 집안에도 변고가 생긴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류경수의 아들과 아내, 딸까지 집안이 숙청됐다”면서 “류경수의 며느리가 미국에 있는 친오빠와 연락했다는 것이 이유인데 과거와 달리 엄격하게 처벌한 것이어서 좀 의아하다”고 말했다.

이번에 정부는 김용진의 처형 외에도 “당 통전부장인 김영철이 이미 혁명화조치를 받았고, 선전선동부 1부장인 최휘는 현재 혁명화 조치 중”이라고 밝혔다. 북한에서 당 간부들의 혁명화 조치는 사실 흔한 일로 ‘2인자’로 불리는 최룡해도 지난 3월 혁명화 조치 석달만에 당 비서로 승진해 활동을 재개했으니 김정은으로부터 재신임 절차를 밟은 셈이다. 

통상 공산국가에서 공포정치는 중요한 통치행위 중 하나이지만 지도자가 공포정치를 구사할 때 소위 당근과 채찍을 같이 써야 하는 것도 상식이다. 하지만 최근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인해 이 균형이 무너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정은 입장에서 간부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나눠줄 사치품이 부족한 형편인데도 자신의 권력을 과시하기 위해 간부들에게 더 극심한 공포정치를 구사하고 있다. 황병서가 무릎을 꿇고 수첩에 지시를 받아 쓰는 모습이나 나이 든 군 간부들이 포복훈련을 받는 모습이 그렇다. 

최근 귀순한 탈북 엘리트들은 “북한의 간부들이 지도자 앞에서 굴욕적인 충성 경쟁을 벌이는 것은 과거 김정일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런 간부들의 모습을 북한 매체를 통해 안팎으로 공개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과시하고 있어 위험한 것이다. 나이 든 간부들의 위신을 깎는 것이나 핵미사일 등 무력 과시 등 비상식적인 지도자의 모습은 이제 북한에 상존하는 ‘뇌관’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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