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워너브라더스 제공

[미디어펜=정재영 기자]크게 드러나지 않은 것은 그만큼 그 안에 녹아 들었다는 말이 성립되기도 한다. 영화 '밀정'(감독 김지운) 속 공유가 그렇다. 

전작에 기대때문인지 이번 영화에서도 천만관객을 끌어모을 신들린 연기를 펼쳤으리란 기대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물론 흥행을 바탕으로 한 막연한 기대일 뿐 공유의 연기에 기반을 둔 예상은 아니었다.

전작 '부산행'과 '밀정' 속 공유는 자신이 스스로 빛나는 역할이 아니라 극의 중심에서 여러 인물들을 모으는 것에 주력한다. 이 같은 이유에서 공유의 연기가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밀정'은 1920년대 말, 일제의 주요시설을 파괴하기 위해 상해에서 경성으로 폭탄을 들여오려는 의열단과 이를 쫓는 일본 경찰 사이의 숨 막히는 암투와 회유, 교란 작전을 흥미진진하게 그려낸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각색된 '밀정'은 극 초반부터 조선인 일본경찰 이정출(송강호 분)과 의열단 리더 김우진(공유 분)의 대립을 통해 긴장감을 선사한다. 서로의 정체와 목적을 알면서도 다가가고, 가까워지는 이들의 관계에서 나오는 에너지는 관객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극 중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인 이정출은 의열단과 일본경찰 사이에서 고민하는 자아를 드러내는 인물이다.

그런 이정출을 영화 내내 끌어당기고 결말까지 이끄는 것이 김우진의 역할이다. 

이렇게 공유는 그저 배역을 연기하는 것을 넘어 작품 전체를 주도하는 메인롤로서의 역할까지 톡톡히 해낸다. 자신의 역할이 드러나지는 않지만 상대의 방향성을 잡아주며 관객들이 이정출의 동요를 보다 설득력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도운다.

공유는 막중한 임무와 책임을 지닌 의열단원인만큼 김우진으로서의 차가움을 유지하면서 송강호를 흔들기도 하고 지탱하기도 하면서 중심의 역할을 해낸다.

다른 인물들이 흔들리고 감정을 폭발시킬 때 이를 뒷받침하면서 이야기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가는 공유가 앞으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 지 더욱 기대감은 갖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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