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사내 등기이사 선임…이건희 회장 부재 속 거듭나는 계기 될지 주목
[미디어펜=신진주·김세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내 등기이사로 등재돼 이사회의 일원으로 본격적인 경영에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의 ‘신경영’과는 다른 이재용 부회장만의 방식으로 삼성이 어떤 변화의 성과를 이뤄낼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이재용 삼성전주 부회장

12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안건을 처리했다. 

이사회 측은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회의 일원으로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맡을 시기가 됐다고 판단하고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추천을 추진해 왔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에 선임되면 삼성전자 이사회의 구성원으로 책임과 의무를 다해 삼성전자의 글로벌 위상을 더욱 강화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 달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사로 선임되면 그날부터 등기이사로서의 직무를 수행하게 된다. 

임시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에 선임되면 경영지원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이상훈 사장(CFO)이 이사직을 사임할 예정이다.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의 현 체제를 유지할 방침이다. 기존 등기이사인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신종균 사장 등과 공동 경영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책임경영 차원에서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를 맡는 방안을 이사회에서 오랫동안 권유해왔다"면서 "이건희 회장이 장기간 와병중인 상태여서 이재용 부회장이 이를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변화무쌍한 IT 사업환경 아래에서 미래 성장을 위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한 사업재편, 기업문화 혁신 등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재용 부회장의 이사 선임과 공식적인 경영 참여를 미룰 수 없다는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재용 부회장이 등기이사 활동이 본격화 되면, 이건희 회장의 부재 속에서 경영활동이 이뤄지는 만큼 향후 행보와 성과를 주목하고 있다. 

지난 2년간 삼성그룹을 이끌어온 이재용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부재라는 갑작스러운 경영권 공백 상황을 극복하고,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그동안 ‘실용주의’, ‘선택과 집중’, ‘직제파괴’ 등의 새로운 경영 방침을 내걸고 내실 경영을 펼쳤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에는 6조6800억원, 2분기에는 8조1400억원의 영업이익이라는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거둬 이재용 부회장의 본격적인 경영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전자는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해온 모델 효율화와 지속적인 제품 경쟁력 강화 노력이 올해 초부터 효과가 가시화 되면서 2분기 연속 전년 대비 개선된 실적 흐름을 보여줬다.

삼성전자는 대화면 플래그십 모델 출시와 갤럭시S7과 S7 엣지의 지속 판매를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판매 호조를 유지하는 한편, 중저가 스마트폰의 판매 확대와 중국 특화모델 갤럭시 C시리즈 판매 본격화로 지난 분기 대비 스마트폰 판매량을 늘릴 예정이다.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성과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 우려와 달리 삼성전자는 3D 낸드플래시 분야 경쟁력에 따른 판매 증가, D램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세계 1위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견조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실용주의를 앞세운 이재용 부회장 체제가 안정권에 들어서고 있는 신호로 해석된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이재용 부회장 체제의 삼성은 1998년 외환위기의 선제 대응과 새로운 도약, 2000년 디지털경영 선언과 디지털 산업의 주도권 획득, 2005년 밀라노 디자인회의와 소프트 경쟁력 확보, 2008년 스마트폰 등장과 세계 휴대폰 시장 1위 등극 등 신경영을 바탕으로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다.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변화에 민감하게 대처하는 이재용 부회장의 비전과 리더십은 삼성그룹 임직원들의 조직에 대한 끝없는 열정과 지칠 줄 모르는 투지와 결합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선택과 집중'의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는 삼성의 사업재편 작업이다. 

삼성은 2013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계열사간 사업재편이 진행됐다. 삼성에버랜드의 제일모직 패션사업부문 인수를 시작으로 삼성SDS의 삼성SNS 흡수합병, 에스원의 삼성에버랜드 건물관리사업 인수, 삼성에버랜드의 급식·식자재 사업 분리 등이 이어졌다.

2014년에는 삼성SDI와 제일모직 소재부문의 합병, 삼성테크윈·삼성탈레스·삼성종합화학·삼성토탈 등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한화에 넘기는 '1차 빅딜', 2015년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 성사됐고 석유화학 부문을 롯데에 넘기는 ‘2차 빅딜’이 진행됐다.

특히 최근 뜨겁게 떠오른 삼성SDS 사업구조 개편도 주목받고 있다. 삼성SDS는 글로벌 물류 경쟁력 강화 및 경영역량의 집중을 위해 물류사업 분할을 검토하고 나머지 사업의 경쟁력 강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사업재편 이외에도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전자는 수평적 조직문화 구축, 업무생산성 제고, 자발적 몰입 강화 등 '3대 컬처혁신 전략'을 발표하면 혁신경영을 가속화 하고 있다.

이는 삼성의 기업문화인 '조직의 힘', '관리의 삼성' 대신 자율성과 창의적 사고를 새로운 가치로 삼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