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외부제공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배우 정인선에게 2016년은 한복과 인연이 깊은 한 해였다. 그는 JTBC 드라마 ‘마녀보감’에서, 그리고 ‘엽기적인 그녀’ 오디션 과정에서 단아한 한복 차림으로 대중들의 이목을 단번에 끌어들였다. 순한 인상의 그는 이날도 한껏 들뜬 미소로 촬영과 인터뷰에 임하며 현장의 분위기를 따듯하게 만들었다.

아역배우부터 차근차근 지금까지 배우 인생을 이어온 정인선은 ‘마녀보감’에서 해란 역을 맡아 창백한 얼굴에서도 표독스러움을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뇌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넣었다. 워낙 순박한 얼굴을 가진 그의 모습에서도 이처럼 상반된 연기가 나올 수 있음은 그의 역량을 가늠하기 충분했다.

“많은 분들이 제가 선보인 무녀연기를 보고 제게 가지고 있던 인상과 다른 톤의 연기였다고 생각해요. 의외의 모습이었다는 평을 많이 들었죠. 근데 사실 그게 제가 지향하는 스타일이에요. 저를 처음 만나시는 분들은 예상했던 것보다 보이시한 성격과 저음의 목소리에 놀라워해요. 이렇게 저에 대해 갖고 계시던 기존의 틀을 깨버리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즐거워요.”

스스로 말했듯 정인선은 계속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 ‘마녀보감’은 물론이고 단편영화 ‘오픈 유어 아이즈’나 정성일 평론가의 다큐멘터리 등에도 출연하며 배우로서의 범위를 넓혀나갔다.

“형용사적인 측면의 접근보다는 긴 호흡으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많은 분량을 차지하는 역이 아니어도 길게 연기를 하면서 흐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어요. 작품 속에서 성장하며 매우 입체적으로 표현되는 배역이요. 하나의 캐릭터로 굳혀지는 게 좋을까, 나쁠까 고민을 계속 했어요. 저로서는 제가 보여드리고 싶은 모습과 대중들이 저에게서 보고 싶은 모습 둘 다 소화해내고 싶어요. 사실 제 욕심이긴 하지만 그게 제가 바라는 모습이에요.”

정인선은 이렇게 말하며 배우로서의 태도를 확실하게 밝혔다. 그의 발언에서 느낄 수 있듯 그는 자신의 배우 행보를 위해 고민했고, 확신지을 수 있도록 고심했다. 그 결과 그는 요즘 배우들보다 작은 체구임에도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또한 그의 연기에 대한 갈증은 여전히 계속됐다. 그는 “작품을 관객으로 볼 때랑 배우로서 직접 참여할 때는 분명 또 달라서 일단 빨리 전부 겪어보고 싶어요. 감독님도, 작품도요”라고 말하며 포부를 드러내기도 했다.

배우 정인선이 일찍이 알려진 만큼 인간 정인선은 다소 불편함을 겪어야 했다.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서도 알아보는 분들이 있어 반친구들이 피해를 입지 않을까 불편한 적도 있었다고.

“워낙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많은 사람의 큰 관심이 약간 겁이 날 때도 있었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갑작스럽게 이슈가 되면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습성이 생기기도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의 도움으로 예전보다 좋아졌어요.”

그는 대학교에서도 연기를 전공했다. 매체 연기에는 익숙했던 그이지만 학교에서는 연극의 메커니즘을 알게 돼 무척 좋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학생활을 스스로 무척 좋아했다고 밝히며 미소를 지었다.

“저는 학교에 대한 애착이 커요. 스스로도 학교생활을 정말 좋아하기도 하고요.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연기를 시작했지만, 열심히 다녀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가지고 있었어요. 대학생 때는 방학임에도 불구하고 연극 공연을 하기 위해 학교에 나갔어요. 학교에 다니는 동안 연기뿐만 아니라 직접 공연을 준비하면서 연극의 메커니즘에 알게 돼서 좋았어요. 무대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어요. 특히 드라마나 영화가 아닌 무대에서 하는 연기가 새롭고 즐거웠어요.”

이처럼 연기에 애착이 강한 배우이지만 동시에 정인선은 아직 호기심이 가득한 청년이기도 했다. 배우가 아니었으면 여행수기 작가나 사진 작가가 됐을 거라는 그는 심지어 사진 관련 도서를 구입해 독학을 하기도 했다고.

“최근 들어 바빠지면서 한동안은 카메라를 못 만졌어요. 학교에서는 연출을 배우면서 영화 연출을 생각해봤어요. 우연히 접한 이야기를 토대로 한 번 써본 작품이 있는데 교수님이 보시더니 빨리 연출을 시작해보라고 말씀해주셨어요.”

정인선은 연기를 얘기할 때처럼 연출에 대해서 반짝거리는 눈으로 열의를 표했다. 그동안 봉준호, 장률, 정성일 등과 함께 작업했던 그의 연출은 또 어떤 느낌일까, 궁금함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역시 배우였기에 앞으로도 연기를 할 거라는 각오도 빼놓지 않았다.

“앞으로도 항상 연기 곁에 있을 것 같아요. 계속 연기를 하려 할 거고, 또 그렇게 되면 행복할 것 같아요. 일적인 부분을 넘어서 행복한 삶을 살려고 노력할 거에요. 그리고 세월이 흘러 많은 경험이 쌓인 후, 미래의 숙성된 제가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지금까지 나쁘지 않게 해왔다 생각하고 앞으로는 좀 더 노력해서 다양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고 싶어요.”
[미디어펜=정재영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