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금융권 거래실적을 쌓게 해주겠다는 보이스피싱 일당의 거짓말에 속아 계좌를 빌려준 60대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16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A(67)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자신의 은행 계좌번호를 알려준 뒤 이 계좌로 들어온 사기 수익금 총 1억2000여만 원 가운데 일부를 인출해 보이스피싱 일당에 전달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씨가 보이스피싱 조직이 범행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해줬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A씨가 어떤 불법적인 행위나 범죄에 가담하거나 이를 돕는다는 막연한 예상을 넘어 '보이스피싱 사기를 용이하게 하는 것'이라고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이 대출업체 직원을 가장해 A씨에게 접근한 뒤 "거래실적을 쌓아서 제1금융권에서 낮은 금리로 대출받게 해 주겠다"고 속였기 때문이다. 

특히 A씨 자신도 보이스피싱 일당에게 속아 140만 원을 건넨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원은 "은행 마감 전에 대출받기 위해 인지대에 필요한 돈을 빌려주면 곧바로 돌려주겠다"며 A씨에게 돈을 받아 가로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