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경주지진피해 현장을 찾았다. 자원봉사자들과 악수하는 자세가 왠지 조금 어정쩡하다. 그 모습 그대로 찍힌 사진 한 장이 온라인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실은 없고 비난만 넘쳐난다. 말 그대로 전형적인 '악마의 편집'에 놀아나고 있는 모양새다.
이유 불문이다. 사실 확인은 거추장스러운 사치다. 왜곡은 기본이고 선동을 넘어 악의에 찬 무서운 한풀이에 가깝다. 저널리즘의 기본은 팽개쳐졌고 오직 트집을 잡기 위한 하이에나의 근성이다.
먹잇감이 던져졌다. 일정의 거리를 두고 손이 맞닿기 힘든 거리에서 박 대통령은 기와 보수 현장에 나온 자원봉사자들과 허리를 굽혀 손을 잡으려 애쓰는 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 질척이는 진흙이 구
두에 묻을까봐 그랬단다.
한 매체는 박근혜 대통령이 구두에 흙이 묻을까봐 뒷걸음질을 쳤고 지진 피해를 입은 경주 시민들을 서운하게 했다. '흙 안 밟으려는 필사의 몸부림', '38선인 줄…넘어가면 죽나봐요' 등의 댓글이 한 커뮤니티에서 이어졌다고 보도한 매체도 있다. 모 신문 페이스북에는 "대통령 발에 진흙이 묻는 꼴은 내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 본다. by 청와대 경호원"이란 글도 소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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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근혜 대통령이 20일 경주 지진피해 현장을 찾아 복구에 힘쓰는 자원봉사자들과 악수를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박 대통령은 피해복구에 사용되는 흙을 밟지 말라는 자원봉사자들의 말에 따라 흙더미를 피해 손을 내밀고 있다. /청와대 |
작문이라면 잡문이요. 소설이라면 허구요. 기사라면 그야말로 '기레기'의 종합예술이다. 기가 막힌 악마의 편집이다. 현장의 상황과 현장에 있었던 누구의 말도 확인 않은 그야말로 화장실 낙서감도 안 되는 저급하고 저속한 냄새나는 오염된 창작물이다.
이건 그냥이 아닌 의도된 악다구니다. 왜냐면 한 술 더 떠 '악마의 편집'에 속은 이들의 비난 글까지 버젓이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런 식으로 위로할 거면 그냥 방문하지 말지", "뒤에서 붙잡아주는 사람도 웃기네" '경주 방문 박 대통령, 흙 피하여 "많이 놀랐죠?" 위로' 등의 반응을 전했다. 참 친절(?)하다. 그 친절을 넘어 지진현장을 찾은 박 대통령이 역풍을 맞았다고까지 했다.
이쯤에서 한 번 보자. 논란을 일으킨 한 장의 사진이 불러온 그 속의 진실이 뭔지.
박근혜 대통령이 이날 찾은 곳은 지진과 태풍이 덮친 경주의 한 기와보수작업현장이다. 현장을 돌아보던 박 대통령의 발길이 멈춘 곳은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이 기와 보수작업을 위해 진흙 작업을 하고 있던 곳이다.
정부 관계자들로부터 작업내용을 설명 들은 후 박 대통령이 다가가자 자원봉사자들은 “피해복구에 사용되는 흙이니 밟으면 안됩니다”라고 말한다. 이건 이후 청와대 동영상에도 자막으로 나온다.
멈칫한 박 대통령이 진흙을 밟지 않으려 애쓰며 손을 내밀었지만 자원봉사자들과 거리가 닿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몸을 더 숙여 손을 잡으려 했고 이 과정에서 넘어지지 않도록 경호원이 박 대통령을 부축했다. 상황은 여기까지다. 이 장면이 포착된 사진 한 장이 ‘악마의 편집’을 거치면서 논란을 일으켰다.
뭣이 중한지가 아니라 뭣인지도 모르고 온갖 잣대로 재단을 해대는 언론의 비뚤어지고 기울어진 양심은 갈 데까지 간 모양새다. 박 대통령에 대한 사진 오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11월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가 부산 자갈치 시장을 찾았을 때와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당시 연출 논란에 이어 또다시 불거진 것이다. 최소한의 근거와 자료에 근거해 합당한 비판을 이끌어 내는 저널리즘의 원칙을 버린 언론은 이미 언론이 아니다. 냄새나는 배설구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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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페이북스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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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페이북스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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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향신문 페이스북 캡쳐 |
혹시 "그깟 진흙이 뭣이 중헌디?"라고 의문을 품을 이들을 위해 친절하게 덧붙인다.
한옥 기와집을 짓는데 필수품중 하나가 진흙이다. 진흙은 질척질척하게 짓이겨 지는 찰지고 고운 흙으로 토양 중 가장 미세한 입자로서 화학적 교질작용을 하고 물과 양분의 흡착력이 크다. 토기와 기와는 물론 흙벽돌을 만드는 주재료다.
진흙을 찰흙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물과 진흙을 배합한 후 장화를 싣거나 맨발로 논 삼듯이 한다. 밟고 짓이기를 반복한 만큼 진흙은 찰지게 된다. 찰진만큼 기와와의 접촉력이 단단해지고 비바람에 노출돼도 쉽게 부서지거나 허물어지지 않는다. 수백년을 견뎌온 조상의 지혜가 깃든 한옥의 내구성 비밀이다.
[미디어펜=문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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