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성폭력 피해자를 보호해야할 법원이 되려 2차 피해를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회찬(창원성산) 정의당 원내대표는 26일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가 성폭력 범죄 재판 모니터링 보고서를 분석해 그릇된 성인식을 보여주는 판·검사 발언을 공개했다.

지난 8월 서울서부지법 성폭력 전담재판부 소속 모 부장판사는 재판 도중 "성경험이 있었는지 여부가 성폭력 판단에 영향을 준다. 성경험이 있는 여성과 없는 여성은 성폭력 대응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발언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 발언은 피해자 인격을 침해하고 여성의 성경험에 대한 왜곡된 성의식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해당 부장판사는 "여성이 술을 마시고 성관계를 맺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 많은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성추행한다는 것은 상상이 안간다"란 말도 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 발언들 역시 재판부에 불신을 유발할 뿐만 아니라 성범죄에 대한 잘못된 통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밖에 모니터링 결과 '피해자 외에 피해가 있다고 한 다른 친구들은 외모가 예뻤나요? 주로 외모가 예쁜 학생들을 만졌나요?'(검사), '피해자와 혼인신고를 하는 것이 의도를 확실히 보여 줄 수 있다. 의사가 있다면 하는 것이 좋다'(판사) 등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그릇된 통념을 가지거나 피해자 의사를 무시하고 합의를 종용하는 듯한 발언을 한 판·검사가 있었다.

노 원내대표는 피고인 변호사나 검사 등이 재판 도중 성폭력과 관련된 왜곡된 발언을 해도 재판장이 제지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고 지적했다.

성폭력범죄 특례법 규칙에 따라 피해자 인적사항을 비공개해야하는데도 재판 도중 피해자 정보가 노출되는 경우도 여러차례였다.

노 원내대표는 여성민우회가 모니터링을 한 재판에서 11건에 1건 꼴로 가해자 변호사가 피해자 개인정보를 계속해 노출하는데도 판사가 전혀 제지하지 않거나 심지어 판사 스스로 법령을 위반하고 피해자 실명을 노출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밝혔다.

노 원내대표는 모니터링을 통해 밝혀진 문제점은 개별 판사의 일탈행위가 아니라 성폭력전담 재판부 운영상 허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판사들이 거의 2년마다 바뀌고 관련 연수도 한차례 정도에 그쳐 성폭력 범죄에 대한 전문성·감수성을 키우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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