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력 고의 사칭 사실없다"…알고보니 본인이 직접 작성 수정하는 국가자료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도정일 경희대 명예교수는 최근 불거진 박사학위 사칭 의혹과 관련해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학력을 고의로 사칭하거나 허위기재한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한국연구재단 연구자정보에 받지 않은 석박사 학위를 직접 등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 산하 한국연구재단에서 관리하는 '한국연구자정보'는 본인이 작성, 수정하는 국가공식자료다. 연구자정보는 연구자의 공적 활동 기초 자료로 쓰인다.

이와 관련 경희대학교는 “도 교수가 제출한 이력서에는 ‘논문 디펜스 예정’이라고만 적혀있고 스스로 박사 학위를 주장한 적도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경희대 입장과 달리 도 교수는 본인이 작성해서 입력하는 공식 연구자정보 란에 본인 석박사 학위를 기재한 것이다.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이 한국연구재단(이사장 조무제)에 요청해 제출받은 자료 및 이에 관한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도정일 교수는 학력을 '1965년 2월 경희대 학사, 1976년 8월 하와이대 석사, 1984년 12월 하와이대 박사(영미 문학 비평)'로 기재했다.

도 교수의 학위 사칭은 사실이었던 셈이다.

도 교수는 이와 관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987년 무렵까지 박사 학위 취득이 확실하다고 생각해서 몇 군데 학력란에 그렇게 썼다"고 해명했다.

   
▲ 경희대 입장과 달리 도정일 명예교수는 본인이 작성해서 입력하는 공식 연구자정보 란에 본인 석박사 학위를 기재한 것으로 밝혀졌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한국연구재단의 발뺌이다.

기자가 지난 26일 한국연구재단 담당자와 통화해서 확인했을 당시, 한국연구재단은 “정보는 있는데 도 교수가 지난 기간 동안 로그인을 안 해서 계정이 휴면 처리되었다”며 “도 교수의 로그인 아이디 자체가 없어서 재단 측도 확인할 수 없는 개인 정보”라고 설명했다.

한국연구재단이 도 교수의 학력 기재사항을 확인해 이은재 의원에게 제출한 시점은 보도일인 30일 이전으로, 기자가 26일 한국연구재단과 통화한 후일 가능성이 크다.

도정일 교수의 석박사 학위 사칭은 더 이상의 논란이 없겠지만, 한국연구재단은 이를 밝히지 않으려 했다.

기자에게 거짓 면피로 일관한 한국연구재단의 소명은 재단 관계자들의 도덕성과 연구재단의 신뢰성에 금을 가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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