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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
고 백남기씨의 부검 논란이 점입가경이다. 서울대 의대생 일부가 반대 성명을 냈고 부검영장을 집행하려는 경찰에 대한 유가족과 백남기씨 투쟁본부의 반발 또한 거세질 전망이다.
유가족과 백남기씨 투쟁본부가 부검을 반대하는 이유는 하나다.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한 사람들에게 다시 시신을 맡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의아한 점은 백씨 측 투쟁본부의 공식명칭이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책임·책임자 처벌·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라는 것이다. 평생 시위 등 정치사회활동에 헌신해 온 백남기씨를 농민이라 부르고 백씨가 국가폭력에 의해 죽었다고 자체 결론을 내렸다. 책임자 처벌을 강조하고 박근혜정부를 살인정권이라 부른다.
더욱 기괴한 것은 백남기씨 측 투쟁본부가 내세우는 논리다. 27일 서울대병원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보라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인의협) 사무국장은 "가장 근본적인 사망 원인은 급성경막하출혈"이라며 "백씨만 병사라고 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물대포에 의한 사망이고 외부 충격으로 인해 모든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외인사"라고 주장했다.
백남기씨 유가족과 투쟁본부는 검증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시신에 대한 확인 없이 말이다. 자신들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셈이다. 주장의 요지는 이렇다. ‘경찰이 백남기씨의 사망원인을 바꾸려고 부검을 강행하고 있다.’ ‘백남기씨는 분명히 경찰의 물대포를 맞고 사망했다.’ ‘백남기씨 시신을 부검하는 것은 절대로 반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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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남기씨 사인 규명 반대하는 궤변…부검은 필수다. 물대포로 사람이 죽었다? 전례 없는 주장…과잉진압 국가폭력 '진상 규명' 위해서라도 부검해야 한다./사진=연합뉴스 |
부검은 정치논리를 따라가지 않는다. 시신에서 나오는 사실. 그로부터 도출되는 진실. 법의학이 존재하는 이유다. 그러나 저들은 팩트를 보자는 행위에 '인간도 아니다'라는 소리로 일관한다. 인의협과 백씨 측 투쟁본부, 의사라는 자들이 '팩트를 확인할 필요 없다'라고 외친다.
백남기씨는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넘지 말라고 계속해서 경고하며 물대포를 쏘았는데도 달려들었다. 폴리스라인을 넘은 것 하나 만으로도 불법행위다. 일각에서 공권력에 도전한 자해라고 평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는 셈이다. 빨간 우비 음모론이 가시지 않는 것도 그 궤를 같이 한다. 물대포를 맞고 사망한 것인지 타인의 가격이나 압박으로 인한 사망인지 불분명하다는 의혹이다.
백씨 측 투쟁본부와 인의협은 그 유명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과 2005년 농민 전용철씨의 사망 사건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
박종철 고문치사는 1987년 ‘책상을 탁 치니, 억하고 엎어졌다’는 말로 온 국민을 놀라게 했던 사건이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는 각종 근거를 밝혀냄으로써 박종철씨 사망원인이 물고문에 의한 것이라는 확실한 결론을 내렸다. 2005년 농민 전용철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쌀개방 반대 시위 중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쳐 사망했던 전용철씨의 사인은 국과수 부검을 통해 밝혀졌다.
시신 부검이야말로 사망원인을 정확히 밝혀내는 유일한 방법이다. 물대포로 사람이 죽었다는 주장. 전 세계에 이제껏 전례가 없는 경우다. 자신들의 주장대로 물대포를 쏜 경찰의 과잉진압이 백남기씨 사인인지 가리려면 시신 부검은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다. 입으로 국가폭력 진상규명을 운운하지만 행동으로 시신 부검 반대에 앞서는 저들의 궤변이 아쉽다. 사건의 진실은 주장에 있지 않다. 사실을 밝히기 위해 부검은 필수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연구위원
[김규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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