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입양한 6살 딸을 살해해 시신을 불태운 혐의로 체포된 양부모가 범행 사실을 감추기 위해 엽기적인 행각을 벌인 사실이 경찰 조사에서 속속 드러나고 있다.

연합뉴스는 3일 인천 남동경찰서에 따르면 양부 A(47)씨, 양모 B(30)씨, 이 부부와 함께 사는 C(19·여)양은 지난달 29일 경기도 포천의 집에서 딸 D(6)양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야산에서 불태우고 유기한 혐의로 2일 오후 긴급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밤중에 경기도 포천 산속에서 D양의 시신을 유기한 다음 날인 1일 아침 일찍 포천에서 승용차를 타고 가을 축제가 한창인 인천 남동구 소래포구로 향했다.

시신 유기 현장에서 소래 포구까지는 100㎞ 가량 떨어진 곳으로 승용차로 2시간 넘게 걸린다.

인천의 대표적 바다축제인 소래포구축제에는 1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 행사장이 종일 북적댔다.

오전 11시30분께 소래포구 축제장에 도착한 A씨 부부와 C씨는 축제장과 인근 거리를 계속 활보했다.

폐쇄회로(CC)TV에는 이들이 서로 떨어져서 축제장 안을 이곳저곳 돌아다니는 장면이 찍혔다.

축제장을 배회하던 A씨 등은 인천에 도착한 지 약 4시간 만인 오후 3시40분께 112로 전화해 "축제에 왔다가 낮 12시께 딸을 잃어버렸다"고 거짓 신고를 했다.

이들은 뒤늦은 신고에 의아해하는 경찰관에게는 "잃어버린 아이를 축제장 안에서 다시 찾아보느라고 신고가 늦었다"고 거짓말을 덧칠했다.

이들의 뻔뻔한 거짓말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양모 B씨는 딸의 친모에게 전화를 걸어 "아이를 잃어버려 경찰에 실종 신고를 했다"고 속였다.

거짓말에 넘어간 친모는 인터넷 사이트에 "실종된 딸을 애타게 찾고 있다…혼자 얼마나 무서울지 상상도 하기 힘들다"는 글과 사진을 올리며 애타게 친딸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친모가 올린 게시글은 지역 맘 카페와 커뮤니티 등에 퍼지며 수백 건의 조회 수를 기록했다.

A씨 부부는 실종 신고를 받은 경찰 측에서 "포천 집으로 다시 돌아가겠느냐"고 묻자 "아이를 찾을 때까지 인천에 있겠다"며 숙소를 잡아 인천에 머무는 치밀함까지보였다.

그러나 이들의 능청스러운 연기와 거짓말은 오래가지 못했다.

경찰은 축제장 일대와 A씨 부부의 아파트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D양이 처음부터 이들과 축제장에 동행하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해다.

양부 A씨는 거짓 신고가 들통난 뒤 경찰에서 "축제장이 소란스러우니까 아이를 잃어버렸다고 신고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고 털어놨다.

경찰은 A씨 부부가 딸의 시신을 태운 장소로 지목한 포천의 야산에서 불을 지른 흔적과 함께 재와 뼛조각 일부를 발견했다.

경찰은 발견된 재와 뼛조각을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보내 DNA 감정을 의뢰하기로 했다.

또 야산을 정밀 수색하는 한편 A씨 등을 상대로 D양을 살해한 동기와 구체적인 경위를 계속 조사하고 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