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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
언어학자인 서던 오리건대 바티스텔라 교수가 쓴 '공개 사과의 기술'이라는 책이 있다. 정치인과 기업인, 연예인 등 잘못을 저지른 유명인들의 사과 사례, 진실한 사과와 그렇지 못한 사과를 구분하고 사과의 바탕에 깔린 원칙을 분석해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방향을 제시한 책이다. 이 책이 소개한 사과의 실패 사례 대부분은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의 첫 단계에서 실패했다.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사과를 표현하는 데 있어 잘못을 축소하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상대방에게 진정한 마음으로 다가갈 수 있는 올바른 사과를 하려면 형식을 갖춰야 한다. 사과도 결국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바티스텔라 교수가 제안한 올바른 사과 형태는 '사과하는 이의 미안한 감정을 전달할 것' '특정 규칙 위반을 인정하고 그에 따른 비판을 수용할 것' '잘못된 행위의 명시적 인정과 자책을 분명하게 표시할 것' '앞으로 바른행동을 하겠다고 약속할 것' '일정한 보상 혹은 대안을 제시할 것' 등이 조건을 갖추면 된다.
거짓말로 대중 기만해놓고 오히려 겁박하는 김제동
바티스텔라 교수가 쓴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김제동의 거짓말 논란 때문이다. 김제동은 작년에 자신이 진행한 JTBC 방송프로그램에서 방위병 근무시절 장성들을 위한 행사에서 4성 장군 아내를 아주머니로 불렀다는 이유로 13일간 영창에 수감됐다고 방청객과 시청자들을 상대로 '썰'을 풀었다. 감히 군사령관의 사모님을 알아보지 못한 죄로 영창에 갔고, '다시는 아줌마라고 부르지 않겠습니다'고 3회 복창한 뒤에야 풀려났다는 것이다.
이게 논란이 된 것은 국방전문가인 새누리당 백승주 의원이 국감에서 국방장관에 김제동 영창 사실 확인을 요구했고 그 결과, 김씨가 아예 영창에 간 일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거짓말도 거짓말이지만 더 가관인 것은 거짓말이 탄로가 난 뒤에 보인 김제동의 뻔뻔한 태도다. "우리끼리 웃자고 한 얘기를 죽자고 달려들면 답이 없다." 불특정 다수 시청자들을 상대로 한 방송에서 거짓말로 군을 모욕한 게 어떻게 우리끼리 웃자고 한 얘기인가. 속된 말로 김제동은 시청자들이 졸로 보이나. 누가 '우리끼리'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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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송인 김제동이 사드 선동에 이어 영창 발언으로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군 신뢰를 실추시킨 영창 발언에 대해 김제동은 사과는커녕 웃자고 한 얘기였다는 식으로 어물쩡 넘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적반하장이 뭔지를 보여주는 김제동이 뱉어 놓은 말들을 보자. "개인적으로 (국정감사에)불려 가면 이야기를 다 할 수 있다" "실제로 이야기를 시작하면 골치 아파질 것" "(그는 자신이 방위 출신인 것을 밝히더니)방위는 원래 퇴근 시간 이후에 영내에 남아있으면 안 된다" "사병일 때 회식자리에서 사회를 본 것 자체가 군법에 위반된다"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면 감당하실 수 있겠느냐" "국방위는 세금 주는 국민들의 안위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상식적으로 맞는 것" "공인은 연예인이 아니라 공공이 내는 돈을 가지고 공공의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책임이 따른다" "공무원은 국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 거짓말을 가리기 위해 자기변명으로 일관하는 이런 말들엔 김제동의 싸가지 없음이 고스란히 녹아있다. 우리 군과 시청자 국민에게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회식자리 사회를 본 것 자체가 군법위반인데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겁박하는 말을 내뱉었다.
'공인' 김제동은 사과의 기술이라도 배워라
자신은 공인이 아니라는 논리도 비겁하기 짝이 없다. 그래서 거짓말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긴가. 대중문화연예인이 공인이냐는 논리에 대해 논란은 있다. 엄격하게 사전적으로 말하면 공인이 아니다. 그렇지만 공인이라는 말이 우리사회에서 꼭 사전적인 의미로만 쓰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공무원들의 행위만큼 연예인들도 대중에게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공인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국민 속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요즘은 하다못해 무명에 가까운 연예인들도 사고를 치거나 물의를 빚으면 "공인으로서 잘못했다"며 반성하고 사과한다. 탈루의혹 송혜교가 "공인으로 부주의한 일 처리로 큰 실수를 했다"고 하고 배우 클라라가 여러 구설에 올랐을 때 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가 "공인으로서의 책임감이 크다"고 비판한 것, 이 외에도 여러 방송인 연예인들이 공인으로서 잘못했다고 사과한 것은 그들이 뭘 몰라 바보라 그런 줄 아나. 오히려 이들보다 공적인 영역에서 훨씬 더 지대한 영향을 주는 인물이 바로 김제동 본인이다. 사드 반대한답시고 온갖 궤변으로 대중을 선동하며 악영향을 주고 있지 않은가.
필요할 땐 사회적인 발언으로 대중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써먹고 잘못을 가리고 변명할 땐 '나는 공인이 아니다'며 뒤로 숨는 비겁한 근성을 자랑하는 주제에 누가 누굴 비판하나. 김정은이 핵미사일 한방 쏘면 김제동은 그동안의 사드 선동도 그때 가서 '난 공인이 아니다'며 책임을 피할 요량인가.
김제동은 잘못하면 잘못했다고 반성하는 초등학생 어린애만도 못한 무책임한 어른이다. 나이 값 좀 하기 바란다. 말로써 자기 영향력은 있는 대로 써먹고 싶고, 하지만 거짓말은 남 탓이나 하는 이런 적반하장 못된 습성으로는 방송인 연예인으로서 수명도 오래 가지 못한다.
군이 비판받아야 할 부분은 분명히 있다. 그러나 김제동이 한 짓처럼 더러운 거짓말까지 동원돼 허위사실로 군의 문화와 장성들이 비난을 받을 이유가 없다. '군 간부 문화를 조롱하고 군의 신뢰를 실추시켰다'는 백 의원의 주장은 백번 지당하다. 김제동은 바티스텔라 교수가 쓴 '공개 사과의 기술'을 참고하기 바란다. 사과를 모르는 DNA를 가졌다면 공부를 해 사과하는 기술이라도 배우기 바란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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