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생후 2개월된 딸이 영양실조를 앓는데도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로 경찰에 붙잡힌 20대 부모가 지난달 딸을 바닥에 한차례 떨어뜨리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숨진 아이의 부검 결과 두개골 골절을 확인한 것.
인천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팀은 아동학대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상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A씨(25)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같은 혐의를 받는 A씨의 아내 B씨(20)는 홀로 남은 첫째 아들(2)의 양육을 고려해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고 불구속 입건했다.
A씨 부부는 지난 9일 오전 11시39분쯤 인천시 남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올해 8월 태어난 딸 C양이 영양실조와 감기를 앓는데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아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C양 사망 당일 오전 7시40분쯤 분유를 먹이려고 젖병을 입에 물렸으나 숨을 헐떡이며 아무런 반응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도 3시간 동안 딸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그는 심폐소생술을 하다 말다 하며 3시간여를 허비하다가 딸이 더 이상 숨을 쉬지 않고 체온이 급격히 떨어지고 나서야 119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달 중순 서서 분유를 타다가 한 손에 안은 딸을 바닥에 떨어뜨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과수 부검 결과에서도 C양의 두개골 골절과 두피 출혈이 확인됐다.
B씨는 경찰에서 "아이를 실수로 떨어뜨린 뒤 일하는 남편에게 급히 전화했다"며 "상태가 좋지 않았는데 1~2시간 가량 지나니 괜찮아져서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C양이 1m 높이에서 떨어진 이후 까무러치고 시름시름 앓다가 분유를 제대로 먹지 못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A씨 부부는 출산 후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뒤 한차례도 딸을 병원에 데리고 가지 않았다. 기본적인 신생아 예방접종도 미룬 끝에 시기를 놓쳤다.
C양은 3.06㎏의 정상 체중으로 태어났으나 분유를 잘 먹지 못해 심한 영양실조에 걸렸고 숨지기 1주일 전부터 감기 증상도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생후 2개월 된 영아의 평균 몸무게는 5~6㎏이지만 사망 당시 C양의 몸무게는 1.98㎏에 불과해 뼈만 앙상한 모습이었다.
국과수는 전날 오전 C양의 시신을 부검한 뒤 "위장, 소장, 대장에 음식물 섭취 흔적이 확인되지 않고 피하 지방층이 전혀 없는 점으로 미뤄 기아사로 추정된다"는 1차 구두 소견을 경찰에 밝혔다.
A씨와 B씨는 2014년 2월 친구의 소개로 만나 결혼식은 올리지 않고 혼인신고만 한 뒤 함께 살았다. 숨진 C양 외에도 지난해 초 태어난 첫째 아들을 두고 있다.
최근 일정한 직업 없이 생활한 이들은 2000여만원의 빚을 졌고, 월세 52만원짜리 다세대 주택에서 살았다.
A씨가 결혼 후 분식집에서 일하며 매달 230만원 가량을 벌었지만 지난달 말 오토바이 사고를 당한 뒤 그만둔 이후 생활이 어려워졌다.
A씨의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은 이르면 이날 오후 인천지법에서 열릴 예정이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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