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콜택시 통합 관제시스템을 통해 택시회사 간부가 타사나 개인택시 기사들의 위치정보를 무단 열람했다가 거액의 위자료를 물게 됐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12일 이모(55)씨 등 경기 광주시 개인택시조합원 166명이 A 택시회사 박모(60) 전무와 B 콜센터 구모(47) 대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수원지법에 환송시켰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위치정보 수집에 사용된 콜 관제시스템은 5초에서 1분 주기로 차량 위치를 수집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차량 번호를 입력하면 개별 기사의 위치도 추적할 수 있어 정보주체를 바로 식별할 수 있었다"고 짚었다.

이어 재판부는 "박씨가 택시기사들의 평소 동향 확인에 위치정보를 이용한 것은 기사들의 사생활의 비밀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경기도 광주시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기사들은 지난 2008년 'GJ 콜센터 운영위원회'를 꾸려 회원에게 콜 서비스를 하는 B 콜센터를 설립했다. 콜센터가 고객 위치를 시스템에 입력하면 자동으로 가장 가까이에 있는 택시에 배차를 요청하는 방식으로 화제가 됐다.

그러나 B 콜센터가 관제시스템을 같은 건물에 입주한 A 택시회사의 컴퓨터와 연결해 수시로 회원들의 위치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사실이 드러나자 이씨 등은 박씨를 고소하기에 이르렀다. 또 박씨와 콜센터 대표 구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 따르면 박씨는 수시로 택시기사들의 위치를 확인해 A사 소속 기사들이 다른 기사와 모여 있는지를 점검하고 모인 기사들의 성향과 장소 등도 파악했다.

1심 재판부는 "위치정보를 단순히 열람하거나 저장이 불가능한 이동위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 것도 위치정보의 수집·이용에 해당한다"며 1인당 20만원씩 배상하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2심은 "콜 관제시스템에 연결된 것만으로는 A사가 소속 택시기사들에게 유리하도록 배차할 수 없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이씨 등에게 정신적 손해가 발생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대법원은 "사생활의 비밀이 침해된 이상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고 봐야 한다"며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한편 박씨는 2012년 위치정보 보호·이용법 위반 혐의로 약식기소돼 벌금 300만원이 확정됐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