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어내는 듯한 식당 공깃밥…다양한 품질 맛과 재가공 산업 필요
어딜 가든 맛있는 쌀밥을 먹고 싶다

요즘 동네에 생기는 음식점이나 커피전문점을 보면 확실히 진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중심가에 나가야 먹을 수 있을만했던 일식, 이탈리아 음식, 분위기 좋은 커피전문점이 동네에 속속 들어오고 있다.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누릴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의 수준도 좋아지는 것이다. 자본주의가 성숙하면서 얻게 되는 자연스러운 혜택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개인적인 체감 상) 10년째 발전이 없는 분야가 있다. 바로 한식당이다. 한식당에 발전이 없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쌀밥’ 때문이다. 집에서 좋은 쌀로 지은 맛있는 밥만 먹다보니 식당에 가서 먹는 공깃밥은 내게 못 먹을 수준이다. 대체로 상향 평준화돼가고 있는 일식집이나 파스타집과 다르게, 한식집에서 내오는 공깃밥의 질은 천차만별이다.

우리나라 쌀의 품질이 ‘그대로 멈춰라’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농업에서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좋은’ 쌀을 생산해야 할 유인이 전혀 없다. 여차하면 국회나 청와대 앞에 가서 쌀을 불 지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데모를 하면 정부가 알아서 다 쌀을 사주기 때문이다. 

올해도 쌀 초과 생산분을 정부에서 전부 사 주기로 했다. 올해 쌀에 대한 직불금 예산이 1조8017억 원인데, 일괄 수매 비용으로 5천~6천억 원이 추가적으로 든다고 한다. 총 2조4천억 원이다. 정부가 정한 쌀 수매가는 국제 시세의 376% 수준이라고 한다. 이렇게 사들인 쌀을 보관하는 데 또 500억~1000억 원이 든다. 다 국민 세금이다.

   
▲ 동네 슈퍼의 쌀값은 천차만별이다. 10kg 한 포대에 19,800원부터 47,600원까지 다양하다. 쌀이라고 모두 같은 쌀이 아니다. 싼 쌀은 최저 임금을 받아도 3시간 조금 더 일하면 살 수 있다. 수입쌀은 이것보다 훨씬 더 저렴할 것이다./자료사진=미디어펜DB


그래, 진짜 만 번 양보해서 세금이야 그렇다고 치자. 근데 농민이 아닌 대다수의 국민들이 맛없는 쌀을, 그것도 국제 시세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먹어야 하는 이유는 도대체 뭔가. 쌀값이 떨어지는 근본적인 원인은 많은 분들이 지적했듯, 공급은 느는데 수요는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나는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다. 

쌀 수요가 줄어드는 이유 말이다. 이는 쌀밥 맛은 그대론데, 다른 음식들은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외식을 할 때 한식을 선택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는 공깃밥 맛이 마치 ‘로또’와 같기 때문이다. 아무리 맛있는 김치찜이나 갈비탕이나 감자탕이라고 해도 거기에 같이 나올 푸석푸석한 공깃밥을 생각하면 입맛이 뚝 떨어진다. 

어찌됐든 아직까지 한국인들의 주식은 밥이다. 흔히 6차 산업이라고, 1차 산업인 농업과 이를 상품화하는 2차 산업과 농촌 체험 등 3차 서비스산업을 결합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것은 정말 중요한 산업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단 좋은 품질의 쌀을 생산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이 기본이다. 명색이 쌀이 주식인 한국인데, 쌀이 이렇게 맛이 없어야 되겠나! 

공깃밥 맛이 좋아진다고 쌀 수요가 드라마틱하게 늘진 않겠지만, 최소한 수요가 줄어드는 속도는 느려지지 않을까 싶다. 나만해도 한식당에서 주는 쌀밥이 집에서 지어먹는 수준으로 나온다면 한식당을 훨씬 자주 갈 것 같다. 

경쟁은 평범한 다수를 이롭게 한다. 농민들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의 부작용은 단지 세금 낭비뿐만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 ‘농민은 약자’라는 언더도그마나 ‘식량주권’이라는 허구의 신화가 하루빨리 깨져서, 어딜 가든 맛있는 쌀밥을 먹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미국산 소고기가 들어오면서 그야말로 전 국민이 맛있는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처럼. /이슬기 자유기고가

   
▲ 우리나라 쌀의 품질이 ‘그대로 멈춰라’가 된 이유는 분명하다. 농업에서 경쟁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좋은’ 쌀을 생산해야 할 유인이 전혀 없다. 여차하면 국회나 청와대 앞에 가서 쌀을 불 지르는 퍼포먼스를 하고 데모를 하면 정부가 알아서 다 쌀을 사주기 때문이다./자료사진=K-Wa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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