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약한 명분에 '회의론'…"생계도 어려운 마당에"
화물연대가 정부의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지를 주장하며 집단투쟁에 나섰지만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며 사실상 추진동력을 상실했다. 집단운송거부 참여율이 10%대 밑으로 떨어지면서 우려했던 운송차질은 미비한 상태다. 

화물연대는 거점중심 파업에서 지부별 파업으로 전환해 ‘장기전’을 불사한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화물연대 일각에서조차 ‘더 이상 파업을 끌고 가기 힘들다’는 회의론이 고개를 들면서 노조내부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시간이 지날수록 거리투쟁에 나선 화물연대 소속 운전자는 점차 줄어 집단운송거부 참여율은 10%대로 떨어졌다.

파업 참여율 저조하면서 전국 주요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도 평소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장치율’(컨테이너를 쌓아 놓은 비율)은 58.6%, 부산항은 67.6%로 양호한 수준이다. 컨테이너 장치율은 통상 85%에 이르면 항만 운영에 차질을 빚는다.

이는 2008년 파업 당시 참여율 70%를 넘어서면서 대규모 물류대란을 일으킨 것과 대조적이다. 당시에는 1만3000여대의 화물트럭이 1주일간 파업에 참여한 결과 56억3000만달러의 수출입 피해가 발생했다.

   
▲ 화물연대본부가 5일 민주노총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사진=연합뉴스


화물연대가 파업명분으로 들고 일어선 화물운송시장 발전 방안은 1.5t 이하 소형 화물차에 대한 증차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대해 화물연대는 정부안대로 실행되면 화물차의 무한 증차를 초래해 화물차주의 생계를 위협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물연대가 우려하는 무한 증차는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전망하고 있다. 정부안은 1.5톤 이하 소형 화물차에 대해 적용하며, 톤급 상향 및 양도 금지 등 조건하에 제한적으로 증차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특히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소형차주 단체와 업계가 정부안에 합의한 마당에 이해관계가 전혀 없는 화물연대가 이를 저지하기 위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명분 자체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물동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파업에 동참하는 것이 생계를 위협할 수 있다는 현실적인 문제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무리한 요구 사항을 내세우며 국가 물류를 볼모로 잡고 있다며 파업 참여시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 중지, 비조합원 운송 방해 시 운전면허 및 화물운송종사자자격 취소 등의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2008년 당시에는 치솟는 유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운송료로 물류업계의 부담이 가중되면서 '생계'에 대한 위기감이 파업명분으로 작용했다"며 "생계라는 확실한 명분이 주어지면서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있는 조합원과 비조합원의 높은 결집력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 정책에 반발해 파업에 돌입했다고는 하지만 생계를 제치고 동참할 만큼의 '명확한' 명분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며 "경기침체로 물동량이 줄어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마당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는 파업에 적극적으로 나설 이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미디어펜=백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