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민영화·강성노조와 전쟁·선별적 복지·작은 정부·기업규제 완화
   
▲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객원교수
영화 <철의 여인>은 마거릿 대처 전 수상을 다룬 최초의 전기 영화다. 영화 내용에 대한 논란도 있었지만 대처의 신념과 의지를 구체적으로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개봉 당시 영국 남부에서는 관객들이 표를 구하지 못해 영화를 관람하지 못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던 반면 북부 요크셔와 스코틀랜드의 영화관 앞에서는 반(反) 대처 시위가 있었다. 시장경제에 대한 맹목적인 반대주의자들은 “영화 속 내용 중 진실은 단 하나도 없다”며 비판하였고, 대처의 친지와 측근들은 “좌파의 판타지” 영화라며 불만을 표출했다. 불만의 이유는 대처 전 수상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실추시키기 위해 치매 증상을 수차례 묘사하여 희화했다는 것이다. 

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만약 영화 속 대처의 모습을 단순하게 치매 걸린 노인으로 이해했다면 그것은 영화의 외연만을 이해한 해석이다. 자세히 보라. 영화는 3인칭의 시점에서 관찰하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대처의 의식에 따라 부채꼴 형식(현재-과거-현재-과거 순서의 형식)으로 내용이 전개되고 있다. 

영화 속 환각은 남편과의 사별 후 애도를 승화시키고 있는 대처 개인의 제의 과정이다. 즉, 치매 증상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애도의 과정을 표현한 것이며 회상의 기제로 작동된 것이다. 이 해석은 영화 중간부분 주치의와 대처의 대화 장면을 통해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애도가 의식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슬픔의 극복 과정이라면, 치매는 무의식의 차원에서 일어나는 감각의 마비 과정이다. 영화 속 대처는 분명 무의식이 아닌 의식으로 삶을 회상하고 있다. 이런 영화적 표현을 대처의 치매 현상으로 단순화 시킨다면 영화읽기의 오류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한 가지 더 지적하고 싶다. 대처를 연기한 메릴 스트립에 대해 많은 이들이 극찬했다. 그녀가 명배우라는 사실에는 의견을 달리하고 싶지 않다. 다만 대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그녀가 과연 대처를 진심으로 이해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진정 가슴으로 이해하지 못하고, 교감도 없이 외형이나 말투, 걸음걸이 같은 겉모습만을 잘 흉내 내는 것은 연기라 할 수 없다. 대처라는 인물을 대체할 수 있는 배우가 과연 존재할까. 또 하나의 기다림이 늘어났다. 

<철의 여인>은 대처의 정치적 신념, 경제관, 개혁정책, 리더십의 핵심을 고찰해 볼 수 있는 가치가 높은 영화다. 대처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한 청소년과 대학생들에게는 세계사적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길라잡이 해주고 있는 점도 유용하다. 물론 영화를 감상하기 전 대처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 대처는 말했다. “전쟁은 무장의 강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침략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전쟁이 일어난다.”/사진=영화 '철의 여인' 스틸컷

영화 <철의 여인>을 통해 본 마거릿 대처에 대한 단상

이 글은 영화 <철의 여인> 중 대사를 중심으로 대처의 신념에 접근해보고자 하는 시도이다. 

자유가 도덕의 본질이다

“누구나 자립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합니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은 도와줘야겠지만 능력 있는 사람은 스스로 뭔가를 해야 해요. 일이 잘못 됐다고 한탄만 해선 안 되죠.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서 상황을 바꿔야죠.”

대처는 말했다. “모든 개인이 각자 타고난 재능과 능력이 있는데 국가는 이들 개인 스스로 자신의 재능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국가는 개인의 자유를 보호해야 한다.”(박동운, 2007) 또한 개인의 자유와 함께 개인의 삶에 대한 책임 또한 강조했다.

대처는 고향 마을 그랜덤과 부친인 알프레드 로버츠에게 많은 영향을 받았다. 이 마을 전통 중의 하나가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은 돈을 벌 수 있어야 하고 또 실제로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돈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땀 흘려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중에게 휩쓸리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

대처의 부친은 딸에게 노력하는 습관과 자신의 가치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불어넣어주었다.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대처의 모습은 데니스의 프러포즈 장면과 당수와 총리 출마 장면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사람은 의미 있게 살아야 돼요. 요리나 청소하고 아이 키우는 일 외에 더 의미 있는 뭔가를 해야 돼요. 난 찻잔이나 씻다가 죽을 수는 없어요.”

“내가 당수로 선출되기 힘든 건 우리 둘 다 알아요. 선출은 안 되겠지만 그래도 출마할래요. 보수당이 지켜가야 할 원칙을 저들에게 확실히 알려주겠어요.”

“누군가 바꿔야 하는데, 남자 중에는 그런 배짱을 가진 사람이 없다.” 

대처는 달랐다. 불가능하더라도 도전하는 대처의 강한 신념은 여성이라는 선입견을 깨뜨렸다. 강한 영국의 깃발을 든 '철의 여인’에게 후퇴는 없었다. 

프리드리히 하이에크(Friedrich Hayek)의 『노예의 길』

“옥스퍼드 학위도 있었요.”

대처는 1943년 옥스퍼드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 시절 대처는 하이에크의 『노예의 길』을 읽고 자유주의 사상에 심취해 있었다. 그녀는 하이에크의 추종자라 불릴 정도로 시장경제를 이해하고 좋아했다. 대처는 하이에크의 책을 탁자에 놓으며 말했다. “우리가 가야할 길은 바로 이 길입니다.”  

“우린 믿습니다. 잠재력을 발휘할 기회는 모두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젊은이에게는 특히요. 만민 평등은 헛소립니다. 사람은 똑같지 않아요.”

시장경제는 개인 자유의지를 존중하고 노력 여하에 따른 계층 간의 이동을 가능하게 한다. 

   
▲ 영국 정부는 1984년 폭력으로 얼룩진 석탄 광부들의 파업을 잘 견디어냈다. 그 이전에는 광부들이 기선을 제압하여 역대 정부들을 위협했지만 대처는 광부들의 위협에 겁먹지 않았다. 그녀는 물러서기를 거부하고 노사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사진=영화 '철의 여인' 스틸컷

사회주의의 족쇄

“모두 힘을 모아 사회주의의 족쇄를 풀고 위대한 영국을 재건하게 도와주십시오.”

1978년 영국은 '불만의 겨울’을 맞았다. 죽은 사람의 시신이 매장되지 않은 채 방치되었다. 수거되지 않은 쓰레기가 거리에 무더기로 쌓였다. 추가 파업이 잇달아 예고되고 있었다. 원흉은 바로 사회주의였다. 대처는 사회주의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영국이 직면한 각종 문제의 해답은 사회주의 정책의 중단이었다. 


“저들에게 져선 안 됩니다. 영국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서는 단 한 순간도 우리의 의지를 굽혀선 안 됩니다.”

대처는 말했다. “나는 자본을 소유한 민주주의 체제를 건설하겠다는 야심을 이루기를 원한다. 이 나라는 국민이 주택과 주식을 소유하는 나라이며, 국민의 이해관계가 사회와 직결되고 국민이 미래의 세대들에게 물려줄 부를 소유하는 나라다.” 

복지정책

“버는 것보다 더 많이 써서는 안 된다.”

대처이전 시대에는 소위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포괄적인 복지국가를 지향했다. 그 결과 모든 문제에 있어서 '의존문화’가 생겨났다. 복지의 포근함이 가져온 무기력한 '영국병’이 국민을 무능하게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 대처는 자신이 몸담은 보수당에 강력한 혁신을 주장한다.

복지정책은 시장경제를 위협하지 않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녀는 말했다. “우유는 부모가 먹이는 것이다. 가족이 파탄 나서 우유를 못 먹이게 된 가족의 아이에 한해서만 국가가 먹이는 것이다. 솔직히 사회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이 있고 가족이 있을 뿐이다.” 

작은 정부와 자유시장경제 활성화

“우린 이 위대한 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선거에 승리한 게 아니에요.”

“기업이 성장해야 건실한 일자리가 계속 창출될 수 있습니다.”

대처는 말했다. “성공의 비밀은 단 한 단어, '기업’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 삭감과 폐지, 규제 완화와 폐지, 노동조합의 특권을 폐지를 시켰다. 정부의 간섭은 실패하기 쉽고 그 실패를 만회하기 위해 또 다른 규제를 만드는 나선형 진행구조를 가지므로 가능한 최소에 그쳐야 한다. 

'법과 원칙’에 따른 강성노조와의 전쟁

“난 파업이 아닌 근로의 힘을 믿습니다.”

“노동당의 돈줄인 노조에서 우리 경제를 마비시키려고 파업을 자행. 난방도, 전기도 끊기는 통에 수업이 불가능하거든요. 존경하는 의원님들 이게 누구의 잘못입니까?”

“노동자의 권익을 위한 노조가 이젠 노동자를 박해하고 있습니다. 일하는 걸 방해하고 일자리를 뺏고, 나아가 이 나라를 붕괴시키고 있어요. 이젠 일어나야 됩니다. 다시 일을 해야 돼요. 위대했던 대영제국의 모습을 되찾아야 됩니다.”

영국 정부는 1984년 폭력으로 얼룩진 석탄 광부들의 파업을 잘 견디어냈다. 그 이전에는 광부들이 기선을 제압하여 역대 정부들을 위협했지만 대처는 광부들의 위협에 겁먹지 않았다. 그녀는 물러서기를 거부하고 노사관계의 새 시대를 열었다. 파업이 중단된 후에도 대처는 '법과 원칙’에 따라 노조의 경제적 파업이 아닌 정치적 파업을 막기 위해 노력했다.

   
▲ 마거릿 대처는 시장경제를 활성화하기 위해 조세 삭감과 폐지, 규제 완화와 폐지, 노동조합의 특권을 폐지시켰다. 정부의 간섭은 실패하기 쉽다는 게 대처의 지론이었다./사진=영화 '철의 여인' 스틸컷

공기업의 민영화

“다음엔 공기도 국유화하겠군. 숨 쉬지 마시오. 공기도 국가 재산이오.”

“산업은 국유화되고 노조는 막강해지고 돈 가치는 하락세요. 누구든 이 정국을 풀 수 있다면 난 그를 찍을 거요.”

대처는 정부의 사업이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노조의 권력과 국유화된 기업들의 독점을 허물기 시작했다. 대처에게 공기업의 민영화란 만성 적자요인을 없애주고 주식 매각으로 국가 수입을 증대시켜주는 수단이었다. 

그 예로 임대주택 민영화가 있다. 거주자가 소유주로 되는 과정에서 중산층이 두터워지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임대주택관련 정책시행 이후 민영화에 대해 확신이 생긴 대처는 통신과 석유를 민영화해 영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공기업의 민영화는 대처리즘을 집약적으로 나타내주는 말로서 영국은 물론 전 세계에 강한 영향을 주었다. 

평화는 결코 완전하게 보장되지 않는다

“나는 매일이 전쟁이었어요.” 

“우린, 우리의 원칙을 버리고 타협하진 않을 겁니다.”

“많은 남자들이 날 과소평가했죠. 저 침략자들도 날 과소평가했지만 곧 후회하게 될 거예요.”

대처는 무력을 통한 평화 실현이라는 상식적인 원칙에 레이건과 뜻을 같이했다. 그녀는 포용정책이나 유화정책을 반대했다. 대처는 말했다. “전쟁은 무장의 강화 때문에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침략자들이 받아들일 만한 비용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믿을 때 전쟁이 일어난다.” /이용남 청주대 영화학과 객원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 자유북소리 예술고발 게시판에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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