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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의 회고록 폭로도 폭로지만 더 쇼킹했던 것은 문재인 전 대표의 반응이었다.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사전에 김정일에 의견을 묻고 기권표를 던졌다는 폭로를 "박근혜 정부는 노무현 정부를 배우기 바란다." 이렇게 맞받는 태도 말이다. 요컨대 노 전 대통령은 중요한 국정이나 외교 사안을 홀로 결정하지 않고 참모들의 토론 결과대로 따르는 민주적인 정부였다는 것을 문 전 대표는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그리곤 자연스럽게 이 사안을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을 비난하는 소재로 역공을 한 것이다. 그런데 문재인은 이 사안의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남북 간 사이가 좋았던 시기 그 정도 사안은 북한에 물어볼 수도 있지 않느냐는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사고방식을 드러낸 것일 수도 있다. 둘 중 무엇이라도 판단력에 심각한 의문을 갖게 만드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우선 북한주민 인권 문제는 다수결로 결정할 사안이 아니다. 인류의 보편타당한 인권의 문제는 그런 결정방식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인권변호사라는 수식어를 달고 살던 문재인이 인권의 존엄성에 대한 아무런 의식이 없고, 노 정권 참모들이 다수결로 토론했다는 걸 더 자랑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충격이다. 그 다수결이라는 것도 그렇다. 참모 몇 사람이 모여서 그 때 그 때마다 사정 봐가며 토론해 나온 결론이라면 인권이란 것도 필요에 따라 어떤 때는 살리고 어떤 때는 무시당해도 된다는 말인가.
노무현 정부 참모들의 의사결정과정이 민주적이었다고 "송민순 전 장관의 책을 보면서 새삼 생각한 것은 노무현 정부가 참으로 건강한 정부였다는 사실"이라며 엉뚱한 깔때기를 대는 건 당황스럽기 짝이 없는 동문서답이다. 노 정부 참모들 그들끼리는 건강했는지 몰라도 덕분에 집권 기간 북한인권결의안 투표에는 원칙없이 '불참-기권-기권-찬성-기권'으로 오락가락하면서 북 주민의 인권 문제 해결을 더 어렵게 엉망으로 만든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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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더민주 전 대표는 15일 문 전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인 지난 2007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에게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회고록' 폭로로 논란에 휩싸였다./사진=문재인 페이스북 페이지 |
민주적이란 참모들은 국가운영 맡겨선 안 될 무자격자들
인권이 중요하다는 노 정부가 북에 있는 우리 국민이기도 한 북한 주민의 인권을 담보로 김정일과 흥정하고 거래를 했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다. 문재인의 태도와 인권의식을 보건데 만일 차기에 집권하게 된다면 북한주민의 인권이야 말로 그들만의 밀실에서 그들만의 '민주적 토론'으로 운명이 결정이 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에 등골이 다 오싹하다.
정책 판단의 원칙이라곤 북한 김정은 일가의 심기뿐이니 어처구니없게도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는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운명이 될 게 뻔하지 않은가. 인권변호사 문재인의 아이러니한 인권의식 부재뿐 아니라 송민순 회고록이 단적으로 증명하는 것은 문재인이 대한민국 최고지도자로서 단 1%의 자질도 없다는 사실이다. 송민순 회고록은 문재인이 어떤 인물인지 알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폭로를 했다.
2007년 샘물교회 교인 23명이 탈레반에 피랍됐을 때 이들 테러 조직이 "한국 정부의 신임장을 휴대한 대표를 보내라"고 요구를 했다고 한다. 문재인 뿐 아니라 문재인이 건강하고 민주적이었다는 침이 마르게 칭찬한 그때 참모들 김만복 국정원장과 이재정 통일부 장관, 백종천 안보실장은 사람부터 살리자고 그걸 찬성했단다. 일개 테러조직의 요구에 엄연한 국가의 정부가 신임장을 주어 협상 파트너가 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이걸 폭로한 송민순 전 장관은 이렇게 회고 했다. 탈레반을 정식 교전단체로 인정하는 그러한 정부의 행위는 인질구조에도 도움이 안 되며 "테러단체에 정부의 신임장을 제시하는 건 국가가 결코 넘어서는 안 될 선이었다." 내부에서 몇 차례 얼굴 붉혀가며 그것만은 천만다행으로 막았다고 한다. 그러나 정말이지 국민들은 가슴을 쓸어내릴만한 얘기다. 문재인 뿐 아니라 노무현의 민주적 참모들은 그들끼리 토론은 잘했는지 몰라도 국가 운영을 담당할 주제들은 못되었던 것이다.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아찔한 문재인 정권
송민순의 회고록에 담긴 노무현 정부의 충격적인 실화들을 일일이 거론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문재인의 이념적 정체성도 정체성이지만 중요한 것은 문재인에게서 어떤 주관이나 신념 가치관도 찾아보기 어렵다는 사실이다. 인권이라는 인류보편의 가치나 대한민국의 중요한 정책들에 있어 문재인은 토론과 민주적 절차라는 핑계를 대고 어떤 중요한 결정들을 전부 남에게 떠넘기는 태도를 보였다. 주변의 뜻대로 따라간다.
우리의 대북정책을 결정하는 데 있어 대화 무드라는 이유로 적성국인 북한의 의견을 물어 결정하는 어처구니없는 발상을 할 수 있다는 것, 또 그것이 문제라는 데 문재인은 아무런 문제의식이 없다. 문재인은 우리의 안보를 위한 사드 배치도 북한과 중국을 끌어들여 그들과 대화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필자에겐 우리 안보를 남의 나라에 물어 결정하겠다는 뜻으로밖에 이해되지 않는다. 이런 사람이 과연 최고지도자감인가.
그렇다면 문재인의 주변에는 어떤 자들과 어떤 세력이 둘러싸고 있나. 문재인이 대통령이 된다면 문재인 주변을 둘러싼 과격하고 극단적인 좌파이념세력 정치세력이 문재인을 대신해 국가정책을 판단하고 결정내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시궁창으로 빠지게 될 위험에 놓이게 될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그나마 북한인권결의안을 "북한에 묻지는 말았어야 했다"고 판단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문재인은 최소한의 판단력마저 없다고 느껴진다. 극단적인 비유이나 어떤 논객의 비유대로 피해자가 강도에게 '신고해도 되겠느냐'고 묻는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철학과 주관 신념 판단력이 없는 것이 민주적이라는 한낱 포장으로 가려질 순 없다. '남북 10·4 선언'의 조항마저도 김정일 지시를 그대로 들어줬다는 충격적인 송민순의 폭로가 훗날 문재인 정권을 충분히 예상하게 한다. 문재인 전 대표는 남북 8천만 국민을 위해서 대통령이 되겠다는 꿈을 버리고 진짜 인권변호사로 남는 게 좋다. /박한명 미디어펜 논설주간
[박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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