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시위 중 물대포에 맞아 숨진 고 백남기 농민의 부검영장 강제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채 경찰과 투쟁본부 측이 대치 상태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오전 10시 서울대병원에서 고 백남기씨(69)의 시신 부검영장을 강제집행하려 시도했으나 백남기 투쟁본부와 충돌한 뒤 “유족의 반대의사 존중한다”며 철수했다고 23일 밝혔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형사들과 함께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을 찾았으나 현장에서 투쟁본부 측 수백 명과 더불어민주당 박주민·정재호 의원, 정의당 유소하 의원이 이들을 막았다.

투쟁본부 측은 스스로 몸에 쇠사슬을 이어 묶은 채 저항했고, 영안실로 가는 길목에는 장례식장 내부 집기를 쌓아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도 했다.

진입을 중단한 경찰은 투쟁본부에 협의를 제안했으나 협의 장소에 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경찰은 장례식장 건물 안을 원한 반면 투쟁본부 측은 외부에서의 협의를 요구 중이다.

앞서 경찰은 백씨 사망 이후 검찰을 통해 부검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에서 기각했다. 부검 필요성과 상당성이 부족하다는 이유였다. 

이후 경찰은 유족 측이 요구하는 의료진 참여, 부검 과정 촬영 등 조건을 덧붙인 영장을 재청구 끝에 발부받았고 6차례에 걸쳐 부검 관련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족과 투쟁본부는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

나승철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 등 변호사 119명은 지난 7일 유족 동의 없는 부검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은 지난 13일 부검 영장이 유족의 시체 처분권을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영장의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가처분도 신청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