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제한 통해 국민의 '경제적 자유' 기본권 최대한 보장해야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추진을 공식화했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2017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겠다는 의지다. 박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시대에는 적합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2016년을 개헌 적기라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유경제원은 이러한 개헌 논의와 관련, 지난 20일 '법체계를 바꾸자' 연속세미나를 개최하여 네거티브법제도에 대한 헌법적 요청에 관한 전문가들의 고견을 나눈 바 있다. 이날 패널로 나선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2010년 이후로 계속해서 화두로 떠오른 것이 규제완화이고, 이를 위한 법제정비 방식으로 네거티브 규제가 거론되고 있다며 이는 경제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 설명했다. 김상겸 교수는 최소한의 제한을 통해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는 점에서 네거티브법제로의 전환이 시대적 요구라고 역설했다. 아래 글은 김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네거티브법제의 헌법적 요청

Ⅰ. 들어가는 말

이번 정부에 들어와서 화두가 되고 있는 용어 중에 하나가 규제완화이고, 이를 위한 법제정비 방식으로 네거티브(Negative) 규제가 거론되고 있다. 네거티브 규제는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반대되는 포지티브(Positive) 규제는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규제의 유형은 법령을 통하여 구체화되는데, 예를 들어 형사법의 영역은 행위규범 중에서 대표적인 금지행위규범이라 할 수 있는데, 절도·폭력·사기 등의 행위를 하였을 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이런 행위들은 금지행위로 금지된 행위를 하였을 때만 형사처벌의 대상이 된다.

역대 정부에서 규제완화를 주장한 것은 규제가 국가의 경제발전에 부정적으로 작용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규제라는 것이 법령의 형식으로 된 규정이나 규칙에 의하여 일정한 한도를 정하거나 정한 한도를 넘지 못하게 막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규제는 제한적이어야 하는데 정부 자체도 규제를 일상화하였다는 것이다. 2013년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도 규제완화를 추진하였지만, 현실에서는 2008년 5186개의 규제가 일 년이 지난 2009년에는 1만1050개로 늘었다는 것이다. - 전자신문 2013. 08. 21일자(http://www.etnews.com/201308210449).

이런 현상은 지금 이 시점에도 여전히 변화가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정부도 지난 정부들과 마찬가지로 규제완화를 주장하고 규제방식도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고, 지난 4월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에 다르면 민간의 신산업 진출 촉진방안 후속조치 점검회의에서 포괄적(네거티브)방식 규제심사를 도입하여 54개의 규제 중 53개를 수용하였다고 하고 있다. - 산업통상자원부 2016. 4. 1. 보도자료(http://www.motie.go.kr)

정부가 말하는 규제완화의 방식으로 네거티브 규제는 주로 산업과 관련된 것으로 경제 부문에서 규제를 축소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발제문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정부는 국민부담을 경감하기 위하여 규제방식을 네거티브 규제로 전화하여 규제 비용 관리제와 규제 일몰제를 강화 등 규제완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앞에서 본 것처럼 행정부에 의한 네거티브 방식의 규제완화가 실효를 거두려면 규제를 규정하고 있는 법제의 내용을 네거티브 방식으로 바꾸어야 한다. 법제와 관련하여 법률은 국회가 입법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국회 역시 규제 법률의 경우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여야 한다. 물론 이에 근거하여 행정입법에서도 네거티브 규제방식을 보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경제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정부가 법률 정비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의 과제이며 책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추진을 공식화했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2017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겠다는 의지를 밝혔다./사진=청와대 홈페이지


Ⅱ. 네거티브 규제의 헌법적 근거

네거티브 규제는 어떤 행위를 원칙적으로 허용하고 예외적으로 금지함으로써 금지되는 행위가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어떤 행위에 대하여 국가가 법규를 통하여 규제하지 않고 금지되는 행위만 규율함으로써 나머지 부분은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이 법의 영역에서 보편적인 것은 아니고 질서의 영역에서는 법령에서 일반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행위를 특정의 경우에 특정인에 대하여 해제하는 행정처분으로 허가가 있다. 이러한 허가는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질서행정에서는 공익을 위하여 선택하는 방식의 일환일 뿐 포지티브 규제라고 볼 수는 없다.

법치국가에서 추구하는 목표는 국민의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것이다. 그런데 기본권을 최대한 보장한다고 하는 것은 최소한의 제한을 통하여 실현되는 것이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의 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즉 기본권 제한의 방식은 최소한의 제한이고 제한의 범위는 법률에서 명문화함으로써 제한되지 않는 부분은 기본권을 보장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제한 자체는 명문으로 최소화하여 제한으로 인한 국민의 피해나 발생하는 손해를 공익의 실현 정도에서 최소화하겠다는 것이다.

헌법은 제119조 제2항에서 경제의 영역에서 국가에게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규제와 조정의 국가권한도 헌법이 설정하고 있는 최소한의 범위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 이는 헌법 제119조 제1항에서 언급하고 있는 것처럼 국민과 기업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해야 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즉 네거티브 규제란 헌법이 요구하는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최대한 보장하기 위한 방식이란 점이다. 또한 기업의 자유는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로부터 도출되는 자유이기 때문에 기업의 경제적 활동을 제한하더라도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제한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19대, 20대 국회의 무소불위 입법을 지목했다./사진=미디어펜


Ⅲ. 네거티브 법제의 정립을 위한 방안

앞에서 본 것처럼 네거티브 규제는 헌법이 요구하는 기본권 제한의 방식을 구체화시켜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발제문은 이와 관련하여 자본시장법을 예로 들고 있는데, 경제 영역 역시 국민의 경제적 자유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만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이미 세계 각 국이 법치를 근간으로 한 네거티브 규제 방식으로 법제를 제·개정하고 있다.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경제의 자유로운 발전을 위하여 정부가 법률 정비하는 것은 중요한 국가의 과제이며 책무이다. 역대 정부가 규제완화를 외치면서 이에 근거가 되는 법제에 있어서는 규제완화 내지 규제철폐를 의식하지 않고 단지 사회의 현상과 사회의 필요성에 다른 법제화에만 집중하지 않았는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 즉 말로만 규제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규제완화를 위하여 근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다 심도 있는 고려가 없었다는 것이다.

규제완화는 무조건 규제를 풀거나 철폐하라는 것이 아니다. 발제문에서 네거티브 법제의 개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것은 규제의 방식을 단순히 포지티브에서 네거티브로 바꾸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 이익이나 공익을 위하여 법률로 규제를 하는 것은 헌법이 규정한 방식에 다른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지만 규제를 최소화하고 이에 따르는 국민의 피해가 최소화되지 않는다면 네거티브 규제라는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고 현실에서 실효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헌법재판소는 과외금지를 규정한 학원법이 국민의 기본권행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위헌이라고 판단하였다. 또한 헌법재판소는 집시법상 야간집회 규정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여 기본권 제한의 방식이 잘못되었다고 위헌 결정을 하였다.

국가공동체에서 공익을 위한 규제는 필요하다. 그렇지만 규제는 헌법이 규정한 방식을 따라야 하고 그 내용에 있어서 사전규제나 사후규제의 경우 사후규제가 원칙이고 사전규제는 중대한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허용하는 등 헌법이 정한 원칙에 따라 규제완화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규제완화에는 행정부와 입법부 그리고 사법부에 이르기까지 모든 국가권력이 동일한 기준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행사해야 실효성을 갖는다는 것도 알아야 한다.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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