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동거남이 재판에서 선처를 받도록 하기 위해 그에게 수차례 성폭행 당한 자신의 친딸에 거짓 합의서를 강요, 이를 거부당하자 양육비도 주지 않은 엄마가 친권을 박탈당했다.

부산가정법원 가사합의3부는 부산지검이 15살 친딸의 성폭행 피해를 모른 척한 친엄마 김모(36)씨를 상대로 낸 '친권 상실' 심판 청구를 받아들여 김씨의 친권을 박탈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직권으로 김씨 친딸 A양의 미성년 후견인으로 외할머니를 지정했다.

재판부는 김씨의 이혼 후 외할머니가 A양을 양육해온 점, 외할머니도 A양을 양육하고 보호하겠다는 의지가 강한 점 등을 들어 외할머니를 미성년 후견인으로 지정했다고 설명했다. 

심판문을 보면 김씨는 8년여 전부터 동갑인 신모씨와 동거했다. A양은 평소 남동생과 함께 외할머니의 집에서 주로 생활했다. 

신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전 2시께 경북 안동에 있는 김씨 지인 집에서 동거녀 김씨와 A양, A양 남동생이 자는 방에 들어가 A양을 성폭행했다. 

심판문에는 "신씨로부터 갑자기 성추행을 당해 겁을 먹어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져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A양을 신씨가 성폭행했다"고 당시 상황을 적시했다. 

신씨는 다음 날 비슷한 시간 같은 장소에서 또 A양을 성폭행했다.

신씨는 올해 1월 하순까지 자신의 집에서 다른 가족이 잠든 사이에 A양을 4차례 성폭행했다. 

신씨는 또 지난해 10월 하순에는 A양이 늦게 귀가했다는 이유로 회초리로 때려 팔과 허벅지에 멍이 들게 하기도 했다. 

A양은 현재까지 스트레스성 탈모, 골반염 등 각종 질환을 앓는 등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A양은 친엄마인 김씨에게 성폭행 피해 사실을 알렸지만, 김씨는 무신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딸의 상처를 보듬어주기는커녕 경찰에 신고도 하지 않았다.

경찰은 김씨 이웃에게서 A양의 성폭행 피해 사실을 듣고 수사를 시작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신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같은 혐의로 신씨를 구속기소 했고, 신씨는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신씨는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이다. 

동거남 신씨가 재판에 넘겨지자, 김씨는 친엄마로서 하기 힘든 행동을 한다. 

신씨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A양이 직접 합의서를 썼고 합의금도 받았다'는 거짓 합의서를 친딸 명의로 써 검사에게 제출했다.

형사재판이 진행중일 때도 A양에게 수차례 전화를 걸어 합의서 작성을 강요했고, A양을 돌보는 친정엄마가 합의서 작성에 반대하자 양육비도 주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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