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문상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의 헌법 개정 제안은 즉각 정치권에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 오고 있다.

이날 박 대통령은 "1987년 개정돼 30년간 시행돼온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이 아닌 대한민국의 50년 100년 미래를 이끌어 나갈 미해지향적인 헌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개헌이 정파적 이익이나 정략적 목적에 이용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지만 여야 정치권의 표정은 즉각 엇갈렸다. 여권 대선주자들은 반색했다. 반면 야권은 난색을 표하는가 하면 '정략적 정치'라고 혹평했다.

개헌론을 놓고 한때 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는 "대한민국 발전과 미래를 위한 애국의 결단"이라며 반색했다. 김무성 전 대표는 "대한민국 미래뿐 아니라 국민 행복과 미래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반드시 개헌은 필요하다"며 "강력한 추진 동력이 생긴만큼 반드시 개헌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권 잠룡 중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나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도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만큼 공감대를 형성했다. 다만 유승민 의원은 개헌의 필요성은 강조했지만 대통령 주도 개헌에는 반대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이 개헌 논의를 주도해서는 국민이 그 의도에 대해 찬성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유승민 의원은 "지금 박근혜 정부는 경제위기와 안보위기 극복에 남은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해야만 한다"며 대통령 주도의 개헌에 반대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임기 내 개헌'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의 헌법 개정 제안은 즉각 정치권에 핵폭탄급 파장을 불러 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는 박 대통령 시정연설 직후 "박 대통령이 제안한 취지 등을 살펴보고 신중히 판단하겠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내비췄다. 하지만 이후 입장 발표문을 통해 "정권연장을 위한 제2의 유신헌법이라도 만들자는 것인가, 대통령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 해소와 경제민생 살리기에 전념하라"고 강경 비판으로 돌아섰다.

문재인 전 대표는 '정략적 정치'라고 규정하며 "권력형 비리게이트와 민생파탄을 덮기 위한 꼼수로 개헌을 악용해선 안 된다. 그거야말로 정략적 방탄 개헌"이라며 "박근혜표 개헌은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이어 "국민들은 먹고 살기 힘든데 민생을 팽개친 채 비리게이트 위기국면 전환을 위해 개헌을 도구로 삼아선 안 된다"며 "대통령과 정부는 최순실 게이트 의혹 해소와 민생 경제살리기에 집중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는 "임기 마지막 해에 개헌하겠다는데,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최순실 의혹 이런 일을 덮으려는 것 아닌지 우려가 든다"며 "2007년 1월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4년 중임제 이야기 꺼냈을 때 박 대통령이 '참 나쁜 대통령'이라고 말 하신 적이 있다"며 박 대통령의 과거발언을  문제 삼았다.

안철수 전 대표는 "개헌 이전에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을 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먼저 국회의원 선거제도를 개편해 다당제와 분권, 협치가 가능한 형태를 만든 뒤 개헌으로 넘어가는 게 순서"라고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참 나쁜 대통령. 국민이 불행하다"며 "대통령 눈에는 최순실과 정유라 밖에 안 보이는지? 재집권 생각밖에 없는지?"라고 적었다.

이어 박원순 시장은 "부도덕한 정권의 비리사건 제대로 규명하고 책임지세요. 파탄 난 경제, 도탄에 빠진 민생부터 챙겨주세요. 국민이 살아야 개헌도 있고, 정치도 있습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명 성남시장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의 적기 아닌 비리무마 적기"라고 꼬집었다. 이 시장은 "국민들은 불평등과 불공정 전쟁위협 등으로 신고의 나날인데 권력구조 논의가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는 개헌을 하겠단다"며 "임기말 레임덕과 최순실 우병우 등 측근비리 권력부패를 덮기 위한 정략 꼼수로 보인다"며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페이스북 글을 통해 "헌법 개정 논의를 국면 전환용으로 이용하지 말라. 임기말의 대통령은 현 개헌 논의에서 빠져달라. 대통령은 의회 개헌 논의에 협조자의 위치에 서 달라"며 "대통령이 개헌론을 주도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반면 김종인 민주당 전 비상대책위 대표는 "개헌을 하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전반적 장래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점에서 대통령이 인식을 같이 해서 결심을 하지 않았나 싶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표는 '최순실 게이트'를 덮기 위한 정략적 의도 의혹과 관련 "그런 것에 굳이 결부시킬 필요가 없다"며 "최순실 문제는 그대로 처리하면 되고 개헌은 개헌대로 별개의 사안대로 보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김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도 "개헌은 국가의 지속발전을 위한 장기적 비전을 갖고 추진해야할 중차대한 과업이기에 정부의 개헌추진 참여는 일단 환영한다"고 밝히면서도 "개헌은 민의를 수렴하는 국회가 주축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는 "대한민국의 새로운 미래를 열기 위해서는 권력구조를 포함한 정치 패러다임을 근본부터 바꿔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개헌 추진 방침과 관련해 개헌은 제7공화국을 열기 위한 필요조건 중 하나"라고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지난 20일 정계 복귀와 더불어민주당 탈당을 선언하면서 제7공화국을 열어야 한다며 개헌을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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