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4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개헌추진을 공식화했다. 87년 체제를 극복하고 2017년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모으겠다는 의지다. 박 대통령은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헌법은 과거 민주화시대에는 적합했지만 지금은 몸에 맞지 않는 옷이라며 2016년을 개헌 적기라고 판단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대립과 분열로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지금의 정치 체제로는 대한민국의 밝은 미래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자유경제원은 이러한 개헌 논의와 관련, 지난 20일 '법체계를 바꾸자' 연속세미나를 개최하여 네거티브법제도에 대한 헌법적 요청에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었다. 이날 패널로 나선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규제개선의 과정에서 네거티브 규제는 매우 유용하다”며 “네거티브규제(원칙허용, 예외금지)는 4차 산업혁명 등 민간의 활동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창의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승필 교수는 법체계에 관한 논의가 증거기반적(evidence-based)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아래 글은 최 교수의 토론문 전문이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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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규제개선의 과정에서 네거티브 규제는 매우 유용하다. 네거티브규제(원칙허용, 예외금지)는 민간의 활동영역을 확장함으로써 창의를 최대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분야에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다. 국민의 생명·신체에 대한 안전을 다루는 경우는 네거티브 규제가 도입되기에는 적절하지 않으며, 이 분야에서는 규제개선분야도 네거티브 규제 보다는 인·허가의 신고·등록제 전환, 규제일몰, 규제총량 등 일반적인 규제개선정책이 적합하다.
최근 논의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서의 규제체제의 경우, 네거티브 규제의 활용도가 높다. 소위 신산업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기존의 인허가 체제는 국가가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에서 유용하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혁명시대에는 민간과 정부 중 일방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구조이며, 오히려 민간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규제에 있어서도 민간의 역량이 강조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만 이 경우 사후규제의 강화와 함께 민간의 민사책임도 함께 강화되어야 한다. 기존의 인허가체제하에서는 민간의 책임이 작을 수 있다. 그러나 사전적 규제가 제거되고 문제 발생시 사후에 대응하는 구조라면 민간의 책임도 이에 상응하도록 조정되어야 하며, 기업 내부적인 리스크관리와 컴플라이언스도 강화되어야 한다.
한편, 네거티브 규제는 발제자가 지적하고 있는 바대로 신산업에만 국한할 것이 아니라 전체 규제체제 내에서 적용 가능한 것이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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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장의 자율적 규제기능은 네거티브규제를 정착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네거티브로 인한 규제의 공백을 시장의 자율규제기능이 담당하는 것이다. 다만 네거티브규제라고 해서 모두 긍정적 효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사진=연합뉴스 |
네거티브시스템의 운영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들이 있다. 네거티브 규제체제를 법률에서 구현했다고 할지라도 법률에서 추상적으로 규정한 불확정개념의 해석이나 재량판단을 통해 포지티브 규제와 상응할 만큼의 규제효과를 거둘 수 있다. 또한 법령의 말미에 금지요건으로서 “기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이라고 규정할 경우 네거티브규제의 긍정적 효과를 제한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의 규제개선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며, 규제가 정착될 때까지 지속적으로 규제개선에 대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한다.
네거티브규제가 가능한 유형을 크게 살펴보면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필수적으로 수행해야 할 공적 활동이 아닌 경우, 둘째, 규제대상의 개별적 특성상 네거티브규제만으로도 공공의 이익보호의 목적달성이 가능한 경우, 셋째, 행정청의 사후감독을 통해서도 공익목적 달성이 가능한 경우, 넷째, 국가정책적 육성분야인 경우, 다섯째, 네거티브 방식이 피규제자의 재산상의 권리 또는 영업의 자유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데 기여하는 경우이다.1)
시장의 자율적 규제기능은 네거티브규제를 정착화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네거티브로 인한 규제의 공백을 시장의 자율규제기능이 담당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율정화기능이 있더라도 첫째, 해당 자율기능이 발휘되는데 어려움이 있거나, 시간적으로 장시간의 시간을 요할 경우, 둘째, 해당 영역에서의 부작용이 타 영역으로의 전염효과가 크게 나타나는 경우, 넷째, 일정행위 이후 교정적 작용을 통해 원상태로 복구가 불가능한 경우에서는 네거티브가 적용되기 부적절하다. 대표적으로 국민의 생명 및 신체, 건강에 대한 영역이다. 그러나 이외의 영역에서는 적극적으로 네거티브 규제의 활용을 고려해 볼 수 있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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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기술혁명시대에는 민간과 정부 중 일방이 모든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없는 구조이며, 오히려 민간이 보다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규제에 있어서도 민간의 역량이 강조될 수 있도록 재구성해야 할 필요가 있다./사진=미디어펜 |
네거티브규제라고 해서 모두 긍정적 효과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된 네거티브 규제는 국민의 안전에 침해를 가져올 수 있거나 자원의 낭비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중립적인 지위에서 네거티브를 포함한 모든 규제에 대해서는 Assessment-Evaluation-Feedback의 순환적 평가와 반영이 필요하다. 이러한 원칙은 OECD의 규제완화에 대한 수많은 권고의 기조이기도 하다. 그리고 평가주기와 반영주기가 짧을수록 규제개선의 속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고 있는 곳이 발제자가 소개한 독일의 연방수상청 산하의 규범통제위원회이다.
네거티브규제에 대해서는 그 긍정적 효과만큼 부정적인 영향도 있는 만큼 보다 많은 논의가 증거기반적(evidence-based)으로 투명하게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최승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 최승필, 규제완화에 대한 법적고찰 - 인허가 및 신고, 등록제도와 네거티브 규제를 중심으로, 공법학연구, 제12권 제1호(2011.2), p. 335-336
2) 최승필, 상게논문, p. 336
[최승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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