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지난 2월 중대결함 발견으로 긴급 통제됐던 내부순환로 정릉천고가의 텐던(강연선 묶음 다발) 파손 원인이 수분에 의한 강연선 부식 때문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27일 이 같은 내용의 '정릉천고가 중대결함 원인조사' 최종결과를 발표했다.

시는 "중대결함 원인은 텐던 내부 강연선 부식이며, 부식은 설계, 시공, 규정, 유지관리 등 여러 원인이 한 지점에 중첩돼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강연선 부식을 방지하려 채워 넣는 그라우트(시멘트, 물, 혼화제를 섞은 건축재료)가 폴리에틸렌(PE)관 내부에 완전히 채워지지 않았다. 그라우트의 물 비율이 높아 수분이 발생했으며 이 수분이 강연선을 부식시켰다.

밀봉이 제대로 되지 않은 PE관 에어벤트(공기구멍)로 염화물을 함유한 수분이 침투해 강연선 부식이 촉진됐다.

내시경 등을 이용한 현장 조사결과 강연선 파단 5곳, 강연선 단면결손 3곳, 강연선 표면부식 8건 등을 확인해 텐던 교체, 장기 모니터링 등 조치했다.

이는 1990년대 국내 도입이 활발하게 이뤄져 1999년 정릉천고가에도 적용된 PSC(Pre-stressed Concrete) 공법에서 나타나는 일반적인 문제로 파악됐다.

철근과 콘크리트로 하중을 지지하는 철근 콘크리트 교량과 달리 PSC 교량은 하중이 발생할 부위의 콘크리트에 미리 텐던을 넣어 만든 후 긴장력 조절로 하중을 지지하는 방식을 쓴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1990년대부터 PSC 교량의 텐던 부식으로 인한 문제점이 대두돼 연구가 시작됐지만, 국내에서는 이런 정보나 시공 기준 등이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상태였다.

조사용역 책임기술자 김철영 명지대 교수는 "해외에서도 같은 공법으로 시공한 교량에 문제가 생겨 붕괴 사고까지 발생한 예가 있었다"며 "영국은 1992년부터 10년간 PSC 교량 신축을 금지하고 보완책을 마련한 뒤 2002년부터 이 공법 시공을 허락했다"고 말했다.

시는 이번에 PSC 공법으로 시공된 교량 14곳을 특별 정밀점검한 결과 중대결함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김준기 서울시 안전총괄본부장은 "연내 PSC 교량 안전점검 매뉴얼을 만들어 적용하고, 중앙부처에 국가적으로 장기적인 연구를 진행하고 관련 지침을 개정할 것을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