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이상일 기자] '국정개입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 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 씨와 이성한 전 미르재단 사무총장이 검찰에서 마라톤 조사를 마치고 29일 귀가했다.
27일 밤 9시 30분께 검찰에 자진 출석한 고씨는 2박3일에 걸쳐 40시간가량 사실상 '합숙 조사'를 받고 이날 정오께 검찰청사를 빠져나갔다.
28일 오후 2시께 검찰에 출석한 이 전 사무총장은 이날 오전 조사 도중 몸이 좋지 않단 이유로 조사를 중단하고 수사관과 함께 인근 병원으로 이동했다. 이 전 사무총장은 평소 앓는 지병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이 전 사무총장과 협의가 되면 다시 검찰에 출석할 것이며, 고씨도 필요하면 또 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최씨의 미르·K 스포츠재단 운영·설립 과정과 청와대 문건유출을 비롯한 최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밝힐 핵심 '키맨'으로 알려졌다.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씨는 운동을 그만두고 한때 강남역 일대에 있는 여성들을 주 고객으로 한 유흥업소에서 '마담'으로 일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008년께 패션 업계에 발을 들인 그는 잡화 브랜드 '빌로밀로'를 만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2013년 초 당선인 신분으로 자주 들고 다녀 눈길을 끈 회색 핸드백이 이 브랜드 제품이다.
최씨와도 가까운 사이가 된 그는 최씨가 소유하며 K스포츠재단 자금을 빼돌리는 통로로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독일과 한국의 업체 '더블루K' 일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들어 최씨와 관계가 틀어지면서 최씨의 그동안 행보를 폭로하고 있다.
고씨는 이달 중순 JTBC와의 인터뷰에서 "회장(최순실)이 제일 좋아하는 건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뜯어고치는 일"이라고 증언했다. 이는 며칠 뒤 이는 며칠 뒤 최씨가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태블릿PC의 존재가 공개되며 사실로 드러나 파문을 낳았다.
이 전 사무총장은 미르재단 설립 멤버로, 한때 최씨의 총애를 받은 인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언론에 박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털어놓으면서 최씨의 국정 개입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최씨가 5명 안팎의 비선 모임을 운영했다"고 증언했다. 고씨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차은택(47)씨도 모임 멤버였다는 것이다.
또 그는 "최씨가 거의 매일 청와대로부터 30㎝ 두께의 '대통령 보고자료'를 건네받아 검토했다. 최씨와 정권 실세들 사이에 통화한 녹취록 77개를 갖고 있다"고 주장해 국정농단 의혹을 증폭시켰다.
이날 오후까지 검찰청사는 이들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으로 붐볐지만, 출석할 때와 마찬가지로 이들의 모습은 포착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고씨와 이 전 사무총장이 언론 노출을 피하고자 검찰의 도움을 받아 청사를 빠져나간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미디어펜=이상일 기자]
▶다른기사보기